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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조국 책임론 … 야당 “대통령을 불행의 길로 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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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국 민정수석이 16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뒤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차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사부실 검증 책임을 물어 조 수석의 교체를 주장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김영춘 해수부 장관 부부, 조 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김성룡 기자]

조국 민정수석이 16일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뒤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차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사부실 검증 책임을 물어 조 수석의 교체를 주장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김영춘 해수부 장관 부부, 조 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김성룡 기자]

16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를 발표하자 이제 화살은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으로 향하고 있다. 위장 전입·음주운전·논문 표절 등 각종 인사 논란에도 잠잠하던 ‘조국 책임론’이 안 후보자 낙마와 함께 확산되는 데엔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도 영향을 미쳤다. 안 후보자와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에서 교수와 조교의 사제관계였고, 나중엔 교수 선후배가 됐다. 참여연대에서도 활동했다.

청와대 인선 시스템에 비판 여론 #여당도 “조 수석은 예스맨 소문 파다” #검증 담당 필수 인력 준비 덜 돼 #“제대로 된 청와대 인사위 구성을”

야당은 기다렸다는듯 조 수석에게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 수석은 뭐 하는 사람이냐.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코드 인사에 대해 자체 검증조차 안 한다면 대통령을 불행의 길로 인도하는 비서관일 뿐”이라며 “책임 통감을 촉구한다”고 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조국 수석은 조국(祖國)을 위해 직무유기에 대한 반성문을 써야 마땅하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침묵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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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책임론’은 여당으로도 번졌다. 익명을 원한 핵심 당직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밖에선 할 말 하는 교수였을지 몰라도 조 수석이 청와대에선 ‘예스맨’이란 소문이 파다하다”며 “강단의 교수가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역량을 보일지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 인사들도 ‘검증 쇼크’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자 검증과 관련, “혼인무효소송 문제는 호적에도 나온다. 청와대가 몰랐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황당해했다.

조 수석에 대해선 검증 능력이나 안 후보자 부실 검증 책임 유무를 떠나 “초기 인사 검증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지내는 등 누구보다 인사와 검증에 자신감을 보였던 문 대통령은 인사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조현옥 인사수석과 검증을 총괄하는 조국 민정수석을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임명했다.

하지만 실제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은 엿새 후인 지난달 17일에야 임명됐다. 게다가 김 비서관은 감사원 출신이어서 인사검증 전문가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또 검찰·경찰·국세청 등 각 부처에서 파견돼 박근혜 청와대에서부터 근무한 민정수석실 행정관 상당수가 교체돼 업무의 연속성이 이어지지 못했다. 역대 정권들이 번번이 집권 초 인사 정국에서 치명상을 입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수석이 인사 검증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검증보다는 문 대통령의 ‘단수(單數) 추천 가능성’이 잇따른 인사 참사의 핵심”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낙마한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나 안 후보자처럼 ‘대통령 추천’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후보자를 청와대 참모들이 과연 걸러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중 자신을 ‘헤드헌터’라 칭한 적이 있다. “꼭 필요한 사람은 함께 가겠다”는 의지도 강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비가 안 된 초기에는 아래로 단수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통령의 명을 받드는 식으로 인사를 추천하고 검증하면 ‘노(No)’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안경환 쇼크’를 겪으면서 청와대 내부에선 시스템 인사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대로 된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는 모두 인사추천위원회(노무현), 인사검증위원회(이명박), 인사위원회(박근혜)를 운영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인사추천위원회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정책실장, 정무·민정·인사·홍보수석 등 6명 전후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였다. 회의는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열렸고, 인사수석실의 ‘추천안’과 민정수석실의 ‘검증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인사 추천과 검증을 분리함으로써 정권 실세의 정실인사를 차단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최민우·유성운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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