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런티 세배 줘도 독주는 안한다"는 반주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독창회 리허설 중인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왼쪽)와 소프라노 황수미.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독창회 리허설 중인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왼쪽)와 소프라노 황수미.

 노래의 반주를 잘한다는 건 어떤 뜻일까. 피아노를 어떻게 치면 성악의 좋은 반주가 될까. 이 질문에 답할만한 피아니스트가 헬무트 도이치(72)다. 테너 헤르만 프라이로 시작해 바바라 보니, 이안 보스트리지, 마티아스 괴르네, 요나스 카우프만 등 당대 쟁쟁한 성악가들이 그의 반주로 무대에 서고 앨범을 녹음했다.

세계적 성악 반주자 헬무트 도이치 #성악가에 맞추는 대신 음악 함께 만들어 #18일 소프라노 황수미와 듀오 콘서트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도이치는 소프라노 황수미와 함께 연습 중이었다. 18일 듀오 콘서트에서 부를 노래들을 맞춰보던 중 도이치가 음악을 멈췄다. “총 세 절 중에 마지막 절은 조금 느리게 부르도록 해보자”고 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위령제’를 부르던 중이었다. “마지막에는 좀 편안하게 가자”는 피아니스트의 말에 소프라노가 목을 가다듬었다.

도이치는 노래를 반주할 뿐 아니라 지도하는 피아니스트다. 현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성악 반주뿐 아니라 성악 코치로도 활동 중이다. 때문에 그는 단지 성악가에 맞추는 대신 음악의 방향을 세밀하게 잡아가면서 연주를 한다. 이날 리허설에서도 도이치는 세세한 조언을 했다. “그 부분의 모음 발음은 좀 더 길게 해야 한다”거나 “프레이징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하자”는 식이었다.

연습이었는데도 도이치의 피아노 반주는 극도로 정교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는 건반의 깊이를 숨죽이듯 조절했고 거칠게 몰고 가는 부분에서는 젊은 기교파 피아니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오늘 컨디션 때문에 음을 좀 낮춰 부르고 싶다”고 하자 즉석에서 조성만 바꿔 깔끔하게 반주를 해냈다.

황수미는 “도이치가 피아노로 전주를 시작한 후 노래를 부르면 도저히 무턱대고 하진 못한다”며 “음악을 보는 타고난 눈이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도이치는 성악가들에게 무대를 정면으로 보기 보다는 약간 몸을 틀고 노래할 것을 권한다. 피아니스트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다.

황수미는 “솔직히 도이치는 노래가 저절로 되게 하는 반주자라기보다는 성악가를 긴장시키는 피아니스트 쪽에 가깝다”며 “하지만 숨을 같이 쉬며 음악을 만들어갈 때면 정말 노래할 마음이 난다”고 했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도이치는 인터뷰에서 “반주의 세 배 개런티를 줘도 독주회는 하지 않았다”며 “노래 반주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했다.

황수미는 2014년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고 현재 독일 본 오페라 극장의 전속가수로 활동 중이다. 소프라노 중에서도 소리가 부드럽고 로맨틱해 ‘투란도트’의 류, ‘라보엠’의 미미,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에서 빛난다. 이날 연습에서도 황수미는 깨끗하고 정확한 고음, 풍성하고 힘있는 소리를 냈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듀오 콘서트를 여는 소프라노 황수미(오른쪽)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듀오 콘서트를 여는 소프라노 황수미(오른쪽)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황수미와 도이치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브람스 ‘세레나데’ ‘꾀꼬리’ ‘그대의 푸른 눈’ ‘당신에게 사랑받는 꿈을 꾸었죠’, 벤자민 브리튼의 ‘이 섬에서’ 전곡, 리스트 ‘페트라르카의 3개 소네트’, R.슈트라우스 ‘은밀한 초대’ ‘위령제’ ‘궂은 날씨’ 등의 가곡을 들려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