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사실상 폐지...1600억 인센티브는 토해내야 해 논란 예상

중앙일보

입력 2017.06.16 16:30

업데이트 2017.06.16 16:39

박근혜 정부의 역점 추진사업이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적용이 시행 1년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공공기관 개혁의 후퇴라는 지적과 함께 이미 지급된 1600억여원의 인센티브 회수 문제 등이 남아있어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성과연봉제

성과연봉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16일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공운위는 지난해 1월 공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의 이행기한을 없애고 각 기관이 기관별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성과연봉제 시행방안 및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초 기한 내 도입하지 않을 경우 적용키로 했던 ‘2017년 총인건비 동결’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2016년도 경영평가에서 성과연봉제 관련 항목 평가는 제외하도록 했고, 평가 제외로 인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기관이 없도록 했다. 사실상의 전면 후퇴다.

성과에 따라 급여를 달리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는 2010년부터 공공기관 간부급(1,2급)을 대상으로 시행해오다가 지난해 4급 이상으로 확대 적용했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제도 시행 대상 공공기관 120개가 모두 확대 도입했다. 하지만 떠밀리듯 도입한 곳들이 많아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48개 기관은 노사합의 없이 제도를 도입했고, 이에 따라 노조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공운위의 이날 결정은 사실상 예정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당선되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달 법원도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노조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지급받은 1600억원의 성과급을 토해내야 할 상황이다. 공운위는 이날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보수체계를 권고안 이전으로 환원하거나 권고안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 이미 지급한 조기이행 성과급과 우수기관 성과급을 노사 협의 등을 통해 반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급한 성과급인 만큼, 성과연봉제가 사실상 사라진 이상 반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과 압박에 따라 갖은 반발을 무릅쓰고 성과연봉제를 빨리 도입한 결과 받아낸 성과급인데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토해낸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미 돈을 다 써버린 직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을 정부 주도로 환수해 비정규직 처우개선, 공공부문 청년 고용 확대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활용 방안은 노·사·정이 함께 7월까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박광온 국가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공대위의 제안은 사회적 대타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의미 있는 제안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추가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를 대체할 새로운 임금 체계의 구축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강압적으로 몰아붙인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타파를 위한 개혁 방안으로 나왔던 제도다. 이 때문에 성과연봉제 폐지를 공공기관 개혁의 후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과거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지 공약을 하면서도 호봉제로의 복귀에는 반대했다. 노동계 등에서는 담당 직무 별로 연봉 구간을 구분해 둔 직무급제나 성과급제를 일부 반영한 성과형 호봉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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