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보다 3배 이상 어렵다' 여성의 경찰대 진학

중앙일보

입력 2017.06.15 14:13

업데이트 2017.06.15 14:26

지난 3월 충남 아산 경찰대 대강당에서 열린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서 임용자들이 행사시작 전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충남 아산 경찰대 대강당에서 열린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서 임용자들이 행사시작 전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중앙포토]

경찰대 입시는 남녀 경쟁률이 다르다. 여학생이 들어가기가 더 까다롭다. 15일 경찰이 발표한 ‘2018학년도 경찰대 신입생 모집 경쟁률’에 따르면 90명을 모집하는 일반전형 기준 남학생 경쟁률은 57.6대 1, 여학생은 197.8대 1이다. 전체 경쟁률은 68.5대 1로 집계됐다. 10명을 모집하는 농어촌학생, 한마음무궁화(보훈대상자 등) 특별전형에서도 여학생 경쟁률이 남학생 경쟁률의 2배에 육박했다.

2018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 마감
일반전형 男 57.6대 1, 女 197.8대 1
선발과정서 12%로 여성비율 정한 탓

남녀 입학생 사이에 경쟁률이 차이가 나는 건 선발인원 차이 때문이다. 경찰대는 2015학년도 신입생 선발 때부터 여학생 비율을 12%, 즉 12명으로 제한했다. 2014년 9월 모집공고가 났을 당시 경찰대 진학을 원하던 고모(당시 16세)양 등 여학생 3명은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남녀 신체능력 차이 등 감안”
전용 훈련장에서 훈련 중인 대전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원들. [중앙포토]

전용 훈련장에서 훈련 중인 대전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원들. [중앙포토]

인권위는 여학생들이 낸 진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바로 직전 시험인 2013년 경찰대 신입생 선발에서 남녀 모집비율을 폐지했다고 가정할 때 여학생 28명 이상이 합격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경위로 임명되는 경찰대 여학생을 12%로 제한하는 것은 여성 경찰관이 하위직에 편중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 선발 비율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지난해 8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리력·강제력이 수반되는 직무 특성과 신체 능력 차이로 여경 배치 부서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다. 경찰은 채용 비율을 급격하게 바꾸면 치안 역량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달라진 분위기 탓에 2019학년도 신입생 선발 때는 이 기준이 완화될 수도 있을 거라는 추측도 나온다. 경찰은 이번 정권 들어 살수차 사용기준을 강화하는 등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지금 당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시 벌어진 경찰대 존치 논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을 찾아 “어떤 분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되는 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을 찾아“어떤 분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되는 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번 정부 들어 경찰대를 둘러싸고 무성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게 또 있다. 바로 경찰대 존치 여부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이에 대해 정식으로 논의되거나 공론화될 조짐은 없다. 정권 초 국정기획자문위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었던 2월 6일에 한 발언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을 찾아가 “어떤 분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곧바로 간부가 되는 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대 폐지론을 제기한 건 문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당시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관련 발언을 해 파장이 일었다.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功)이 과(過)보다 많다고 본다"며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출신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 경찰대 폐지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린다. 순경 출신인 한 경찰관은 “지금은 순경 공채도 대부분 고학력자들이라 굳이 경찰대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경찰대생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독점·공유하는 등 파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대 출신의 한 경찰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엘리트 경찰관이 더 많이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차별도 없는데 경찰대를 폐지하다는 건 과하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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