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조영준 감독, "지적 장애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2017.06.15 13:09

'채비' 조영준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채비' 조영준 감독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첫 장편 데뷔작인데, 이야기의 시작이 궁금하다.
 “우연히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80대 노모가 50대 지적장애아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희망차게 웃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노모가 VJ에게 ‘아들을 위해 이불 개는 법과 밥을 푸는 방법을 영상으로 남겨달라’고 부탁하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보호자들이 사망한 이후에 발달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자료 조사를 시작했고, ‘채비’ 이야기를 하게 됐다.”

-가족을 떠날 채비를 하는 엄마와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라서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촬영 내용을 보니 의외로 밝고, 귀엽더라.
 “실제로 지적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을 만나면 해탈한 듯한 모습이지만 절망적이진 않더라. 그래서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이 이야기는 억지로 만든 상황이 아니라 장애인 가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다. 동정의 시선 없이 마땅히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라 생각하며 촬영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인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말아톤’(2005, 정윤철 감독)과 ‘맨발의 기봉이’(2006, 권수경 감독) 등 지적장애인을 그린 영화를 보면 그들 대부분이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모습들뿐이다. 하지만 자료조사를 하고, 직접 지적장애인을 만나보니 영화 속 인물들과 많이 다르더라.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핸드폰 게임도 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복지사들의 이야기로는 지적장애인은 지능이 낮을 뿐이지 보통 나이 대에 맞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 그래서 인규도 30대 남자들과 다를 바가 없는 욕구와 욕망을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 장애인에 대한 폄훼나 조롱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인규라는 인물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의 어떤 점을 기대하면 좋을까.
“시한부 노모와 지적장애 아들의 이야기는 특수한 케이스지만 결국 모든 부모와 자식은 언젠가 닥칠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아들을 위해 여러 채비를 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감사함과 더불어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영화 '채비' 촬영 현장 / 사진=라희찬(STUDIO 706)

영화 '채비' 촬영 현장 /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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