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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은 도심 가뭄의 오아시스...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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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승강장 한쪽에 있는 기계실에 지름 70cm 가량의 대형 배관 3개가 줄지어 있었다. 배관은 이곳 지하 집수정(集水井)에 연결돼 있다. 지하에 고인 물은 펌프로 분당 2.2톤씩 끌어올려져 배관을 타고 흐른다. 고려대역 지하 집수정의 물은 어디에 쓰일까.

지하철 직원들이 12일 서울 안안동 지하철 고대역 배수펌프장에서 고려대 건물로 들어가는 지하철 침출수를 배수관로를 확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하철 직원들이 12일 서울 안안동 지하철 고대역 배수펌프장에서 고려대 건물로 들어가는 지하철 침출수를 배수관로를 확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상으로 올라온 지하 유출수 3500여 톤(하루 기준)중 1200톤 가량은 인근 고려대 평생교육원 건물(라이시움 빌딩)로 흐른다. 이 건물의 냉·난방 시설에 사용된다. 고려대는 지난 2014년 서울교통공사와 협약을 맺어 수돗물 대신 지하유출수를 가져와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의 한 건물의 지하 저수조. 고려대역 지하철 침출수가 학교 건물 저수조에 저장된 뒤 냉난반용으로 활용된다. 김상선 기자

고려대의 한 건물의 지하 저수조. 고려대역 지하철 침출수가 학교 건물 저수조에 저장된 뒤 냉난반용으로 활용된다. 김상선 기자

◇가뭄에 빛나는 도심 속 오아시스

이 건물은 연간 2억원이 넘던 에너지 비용이 6000만~7000만원으로 줄었다. 운영 및 관리를 맡은 장춘근(67) 서울교통공사 기계관리소장은 “집수정에 고인 물 중 일부는 도로청소와 가로수에 물을 주는 데에 수시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에 흐르는 물 하루 10만톤 #하천유지, 도로청소 등에 쓰여

서울 노원구 당현천은 건천(乾川)이었다. 수락산에서 발원하여 중랑천으로 흐르는데 원래는 비가 올 때만 물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항상 물이 흐른다. 물의 공급원은 당현천 인근 지하철 4호선 노원역의 지하유출수다.

지하철역 지하에 고이는 지하유출수는 가뭄에 빛을 발한다. 서울시는 지난 2000년 지하철 전용 관로를 설치해 연간 8만톤의 유출수를 당현천 새싹교 부근에 흘려보내고 있다. 송규오 노원구청 물안전관리과 주무관은 “말랐던 하천에 물이 흘러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시민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 지하와 인근 지하철역에서 흘러나온 지하침출수가 서울 안암동 고려대역 배수펌프장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역사 지하와 인근 지하철역에서 흘러나온 지하침출수가 서울 안암동 고려대역 배수펌프장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김상선 기자

◇매일 10만톤씩 지하철역에 고여

서울시내 전 지하철 역사에서는 매일 총 10만1041톤의 지하수가 흐른다. 역마다 설치된 저수조 및 집수정에 고인 물은 마른 하천에 다시 흘려보내지거나, 조경용수 등으로 활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유출수는 하천유지(9만6486톤)에 가장 많이 쓰인다. 뒤이어 에너지 활용(2744톤), 조경용수(800톤), 화장실(417톤), 건물용수(300톤) 순으로 활용된다.

서울시가 지하 유출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최근 서울의 강수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지난 2개월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67.8mm로 평년(186.8mm)의 36% 수준이다.

강수량 부족이 시민의 생활 불편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물 공급원인 소양강댐·충주댐·횡성댐 등 상류댐의 올해 저수량은 정상 수준이라 시민들이 샤워ㆍ식수 등으로 사용한 물은 아직 충분하다. 다만 내리는 비의 양이 적으면 시내 가로수가 말라 죽거나 공용 건물의 화장실 등 건물용수로 쓸 물이 부족해진다. 지난 2012년 ‘104년 만의 가뭄’ 당시 수목 8만4000여 그루가 고사하기도 했다.

◇가뭄 대비 물 재활용 정책 추진

서울시는 가뭄과의 전쟁에 대비해 시내 하수 처리장에서 정화된 물도 재활용하고 있다. 서울내 중랑ㆍ난지ㆍ탄천ㆍ서남 하수 처리장 4곳에서는 지난해 기준 연간 1억1783만7000톤 가량이 다시 쓰이고 있다. 이중 4600만톤 가량은 세척·냉각·청소 등 센터 내에서 활용하고 나머지 7000여 만톤은 하천 용수 유지를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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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혹시 모를 수돗물 공급 차질에도 대비하고 있다. 시내 6개 정수장에 비상공급 체계를 마련하고, 상수원이 마를 경우에 대비해 아리수 20만병과 비상급수차량 105대도 대기시켰다. 또 가로수가 고사할 것에 대비해 청소차량 202대도 마련해놨다. 안대희 서울시 물순환정책과장은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가뭄과의 전쟁에 맞서 빈틈없는 조치로 시민들의 생활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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