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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국은 공항 비정규직 제로, 일본 공항은 한국 청년 아웃소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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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장원석경제부 기자

장원석경제부 기자

오는 17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해외 취업 설명회가 열린다. 일본 피코트사가 직원 10명을 채용한다.

선진국은 파견회사 키워 고용안정 #국내선 파견 근로자 놓고 갑론을박 #정규직 일괄 전환 노동경직성 높여 #중소업체 살릴 수 있는 정책 필요

그런데 피코트는 여객·화물서비스, 기체 정비 등 공항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파견(아웃소싱)하는 회사다. 나리타·간사이·주부공항 등에서 도급받는다. 이번에 선발된 합격자는 피코트의 정규직 신분으로 채용돼 8월 초부터 나리타공항에서 근무한다. 청년의 해외 취업 길이 넓어지는 것이니 반가운 일이다.

한데 한국 인천공항에선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뒤다. 고용안정과 격차해소를 위해서다. 이런 취지에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해외에선 우리 청년이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게 괜찮고, 한국에선 파견회사 직원으로 일하면 안 되는 것일까. 일본의 파견회사는 전문기업이고, 한국의 파견회사는 그저 도급을 받아 연명하는 중소기업 정도로 취급받는 게 맞는 걸까.

최근 들어 한국에선 파견 근로자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모든 파견 근로자를 원청업체의 정규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입사 시험과 같은 정식 채용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말이다. 기업은 난처하다. 인력 운용의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난처한 게 아니다. 파견업체와 같은 중소업체는 직원이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들이 지탱하고, 만들었던 일자리도 덩달아 사라진다. 일자리 감소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역대 정부가 고민한 건 파견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이었다. 이를 통해 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고용안정을 꾀하는 방식이다.

선진국도 오래전부터 이런 방식을 택했다. 프랑스 MIDET에 따르면 2007년 유럽연합(EU) 15개 주요국의 중소기업 가운데 사내하도급업체는 27만개에 달한다. 여기서 발생한 매출액이 무려 168조원이었다. 일본 조선업계도 67.2%가 사내도급이다. 전문성을 갖춘 중소업체 직원이 제조업종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독일 니더작센주의 금속노조(IG Metal)는 폴크스바겐, 볼프스부르크시와 손잡고 파견회사를 차려 청년을 교육시킨다. 그리곤 폴크스바겐에 파견직으로 취업시킨다. 이처럼 전문적 파견업체가 각광받는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핵심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외부 업체에 맡겨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경영 전략이다. 그래서 어느 국가도 파견을 막는 나라는 없다.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는다면 노동경직성은 높아진다. 정년까지 이들이 자리를 지키면 청년이 들어갈 구멍은 당연히 좁아진다. 각종 규제 탓에 구조조정을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경영진의 선택은 간단하다. 애초에 덜 뽑는 거다.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과 관련된 신규 고용을 ‘적당히’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중소업체의 전문성을 갖추도록 배려해 생존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로라하는 강소기업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물론 정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감독하며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정책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은 정책적 인센티브제 운영을 통해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토록 유도한다. 규제를 하거나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는 방법을 쓰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원석 경제부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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