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에게 '섹스 가이드라인' 보낸 CEO…우버 수장 교체될까

중앙일보

입력 2017.06.12 00:01

업데이트 2017.06.12 16:09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기업이 플로리다주로 워크숍을 떠나게 됐다. 출발 직전 최고경영자(CEO)가 전 직원 400명에게 ‘긴급! 긴급! 지금 당장 읽으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회사를 벗어나 들뜬 마음에 직원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해도 되는 행동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직원들끼리 성관계는 다음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금지된다. 첫째, 상대방에게 이와 같은 영광(privilege)이 허락되는지 물어보고, 이에 대해 상대방이 분명하게 ‘당신과 섹스하고 싶어요’라고 답한 경우. 둘째, 두 사람(또는 그 이상)이 같은 지휘 계통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 경우.”
CEO가 보냈다고 믿기 어려운 ‘성관계 가이드라인’ 이메일은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창업자 겸 CEO 트래비스 캘러닉(40)이 2013년 발송한 것이라고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리코드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러닉은 같은 지휘 계통에 있을 경우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들며 “이번 여행에서 나는 독신이 될 수밖에 없다. 제기랄”이라고 덧붙였다.

우버 창업자 겸 초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 [중앙포토]

우버 창업자 겸 초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 [중앙포토]

영국 가디언은 “언론에 공개된 캘러닉 CEO의 메모는 미국 남학생 기숙사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흉측한 장면"이라며 "뿌리 깊은 성차별주의가 우버의 최고위층부터 말단 직원까지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우버는 직원이 1800명으로 늘어난 이듬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닉의 이메일은 미국 대형 로펌 두 곳이 우버의 의뢰로 회사에 대한 내부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우버는 직장 내 성추행, 따돌림과 성차별, 경쟁사 기밀 유출 등 불법과 비윤리적이라는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내부 감사를 진행해왔다.
조사 마무리 시점에 맞춰 우버는 11일(현지시간)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최고경영진 교체를 논의하기로 했다. 잘못된 기업 문화 관행을 바꾸기 위한 권고와 제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닉 CEO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지, 아니면 캘러닉을 보좌할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C레벨 임원들이 추가로 선임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버 로고. 

우버 로고.

내부 감사를 맡은 로펌 중 한 곳인 퍼킨스 코이는 성희롱ㆍ직권 남용 등 215건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내용별로는 차별 54건, 성희롱 47건, 전문가 답지 못한 처신 45건, 따돌림 33건, 괴롭힘 19건, 보복 13건 등이었다. 우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근 20명을 해고하고 40명을 징계했다. 57명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중이다.
또 다른 로펌인 코빙턴 벌링 소속이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역임한 에릭 홀더 변호사는 지난 2월 우버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수전 파울러 사건을 조사해 왔다. 홀더 변호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직장 문화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을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여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수전 파울러는 지난 2월 우버에서 당한 성희롱 문제를 폭로했다. 그는 “직속 상관인 매니저가 함께 잠을 자자고 말하는 등 성희롱을 해 채팅 메시지를 복사해 인사담당 부서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사 측은 “성희롱임은 명확하지만 성과가 높은 직원이고,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경고 이상 조치는 어렵다”며 묵살했다고 파울러는 덧붙였다.
앞서 우버 차량에 탑승했다가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의 의료 기록을 우버 최고 임원진이 무단으로 취득한 뒤 돌려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버의 아시아 담당 사장은 인도에서 여성 승객이 우버 기사에게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피해자의 의료 기록을 구해 회사에 보고했고, 캘러닉 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2년 넘게 이를 돌려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글에서 우버로 이직한 자율주행차량 담당 책임자가 구글의 기밀 자료 1만4000건을 우버로 넘겼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구글이 우버를 상대로 기술 도용 소송을 제기했다.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은 최근 우버 사태에 대해 “짧은 시간에 급속하게 성장한 스타트업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실수를 한 데 모아놓은 듯하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우버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CEO가 어른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버는 캘러닉이 33세이던 2009년 창업했다. 창업 8년차인 올해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기업가치는 680억 달러(약 76조5000억원)로,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높다.
최근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우버는 지난 6개월간 7억800만 달러(약 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벤처캐피털 회사와 개인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액 150억 달러(약 16조8000억원)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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