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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호텔 셰프들은 왜 삼호복집에 줄을 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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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8회는 복집(2015년 1월 14일 게재)이다.

40년째 신촌 지키는 맛집 #식감 쫄깃한 큰 복만 사용 #역대 대통령 중에도 단골 많아

장사 안되는 가게 인수한 이유

살아있는 복어로 만든 복어회. 값이 비싼 참복과 까치복, 그중에서도 큰 복만 쓴다. 클수록 맛이 좋기 때문이다. 김경록 기자

살아있는 복어로 만든 복어회. 값이 비싼 참복과 까치복, 그중에서도 큰 복만 쓴다.클수록 맛이 좋기때문이다. 김경록 기자

삼호복집은 1976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서울 신촌을 지키고 있다. 지금은 경기를 타지 않을 만큼 단골이 많은 맛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용석(65) 대표가 가게를 인수한 78년엔 장사가 잘 안되는 집이었다. 서 대표는 권리금 3000만원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다. 당시 3000만원은 상권이 조금 열악한 다른 동네라면 건물을 하나 살 정도의 큰 금액이었다. 왜 장사도 잘 안되는 가게에 이렇게 큰 돈을 들여가며 인수를 했을까. 그는 “70년대 후반 신촌은 지금의 강남 못지 않은 상권이었다”고 설명했다. 좋은 상권 진입을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일본을 자주 오가던 부모님이 복 요리를 좋아한 덕분에 그도 워낙 자주 먹어봤던 터라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 측면도 있다.
처음 6개월 동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복은 독이 있어 다루기 어려운데 정작 대중성은 떨어져서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잘 잡히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건 둘째치고 성질이 급해 금방 죽기 때문에 수족관에 오래 둘 수도 없었다. 또 당시 국내에선 탕 이외에 변변한 복 요리 조리법이 개발돼 있지 않아 메뉴 개발도 어려웠다. 서 대표는 이때부터 아내와 함께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복집과 수산시장을 틈만 나면 찾아다녔다.

제값 주고 구하는 좋은 복

살아있는 복. 복어는 성질이 급해 금방 죽는 데다 안 잡힐 때가 많아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다. 김경록 기자

살아있는 복. 복어는 성질이 급해 금방 죽는 데다 안 잡힐 때가 많아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다. 김경록 기자

싱싱한 복과 신선한 채소 등 좋은 재료만 고집한 걸 고객이 알아줬다.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6개월쯤 지나자 신촌에서 손꼽히는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연세대·이화여대 등 인근 대학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의사들이 즐겨 찾았다.
삼호복집은 단순히 신선도만 따지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복집보다 더 비싼 복을 쓴다. 단가 맞추려고 값이 싼 밀복·졸복을 쓰는 대다수 복집과 달리 원가가 두 배 이상 비싼 참복·까치복을 주로 사용한다. 그 중에서도 큰 복만 쓴다. 복은 같은 종류라도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클수록 식감이 쫄깃해 맛도 좋다. 서 대표는 질 좋은 복을 받기 위해 도매상이 부르는 가격은 절대 깍지 않는다고 한다.

얇게 저민 복어살로 버섯과 미나리를 돌돌 말아준 다음 복어 샤브샤브로 즐긴다. 서용석 대표가 개발한 메뉴다. 김경록 기자

얇게 저민 복어살로 버섯과 미나리를 돌돌 말아준 다음 복어 샤브샤브로 즐긴다. 서용석 대표가 개발한 메뉴다. 김경록 기자

식자재 확보뿐 아니라 메뉴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당시엔 복 요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가게의 복 요리를 맛보러 다니며 메뉴를 구상했다. 그 결과 태어난 게 얇게 저민 복으로 미나리·버섯을 돌돌 말아 뜨거운 육수에 담가 익혀 먹는 샤브샤브다. 80년대초 선보인 이 메뉴는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다.
90년대 중반을 넘어서자 내로라하는 호텔 주방장들이 줄을 이어 찾았다. 서 대표는 “호텔에서 계절마다 특별 메뉴를 선보이는데 복 요리를 할 때면 우리 가게에 와서 맛을 봤다”고 말했다. 호텔 주방장들의 방문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이어졌다.

대통령도 찾는 집  

삼호복집의 참복맑은탕. 모 대통령이 좋아하는 메뉴로 참모를 시켜 포장해갔다. 김경록 기자

삼호복집의 참복맑은탕.모 대통령이 좋아하는 메뉴로 참모를 시켜 포장해갔다.김경록 기자

삼호복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매장은 82㎡(25평) 정도로 한 번에 80명이 앉을 수 있는데 언제나 만원이라 모르는 옆 자리 손님과 바짝 붙어 먹어야 할 정도다. 그래도 식사 시간이면 늘 긴 줄이 늘어선다.
단골이 많은데 그중엔 역대 대통령들도 포함되어 있다. 서 대표는 특히 2명의 전직 대통령을 언급했으나 고객 관리 차원에서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 중 한 대통령은 워낙 맑은 탕을 좋아해 가끔 참모를 시켜 포장해갔다. 샤브샤브를 좋아하는 다른 대통령은 아예 이집 주방장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복 요리는 아무래도 매니어 층이 주로 찾아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경기가 안 좋을 때도 우리 집은 괜찮았어요. 삼호복집에 왔던 사람은 다른 복집 못가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아마 서울에서는 우리 집이 복을 가장 많이 사와요. 그만큼 손님이 많다는 얘기죠.”

전통보다 고객 우선  

30년 넘게 한 자리를 고수해온 삼호복집은 2010년 200m 떨어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좌석 간격이 좁은 데다 화장실까지 외부에 있어 손님들이 불편해했기 때문이다. 새 가게로 옮기며 그동안 고객이 불편해 했던 점을 모두 개선했다. 전보다 넓은 테이블을 놓았고 테이블마다 인덕션(전기렌지)도 설치했다. 주차할 곳이 부족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편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발레 주차를 무료로 해준다.
가게를 옮길 때 강남으로 이전하라는 권유가 많았지만 서 대표는 40년 가까이 지켜온 신촌을 떠날 수 없었다. 삼호복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똑같은 상호의 다른 복집도 여럿 문을 열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같은 상호의 가게가 있지만 원조 삼호복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단다.

신촌은 삼호복집이 지킨다

서용석 대표가 육수 맛을 보고 있다. 그는 요즘도 전국 복집을 찾아다닌다. 김경록 기자

서용석 대표가 육수 맛을 보고 있다. 그는 요즘도 전국 복집을 찾아다닌다. 김경록 기자

2년 전 맛대맛에 소개될 당시 서 대표는 당시 신촌 상권을 바닥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연세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돼 교통이 불편해지면서 신촌을 찾는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 대표는 “연세로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면서 젊은 사람들을 비롯해 신촌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웃었다. 여전히 신촌을 떠날 생각이 없는지를 묻자 서 대표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삼호복집은 신촌을 지켜야죠. 신촌 상권이 다시 일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죠. 특히 복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아버지 손잡고 왔던 아이들이 장성해 찾아와요. 오랜 시간 지켜온 덕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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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 삼코스·호코스 6만원씩(현재 삼코스는 4만5000원으로 할인 행사중), 참복맑은탕·복매운탕 3만원씩, 복어샤브샤브(2인 기준 1접시) 6만원, 복어회 8만·10만·12만원  ·개점: 1976년(78년 서용석 대표가 인수), 2010년 현재 자리로 이전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5다길 10 삼호빌딩 2·3층(창천동 62-11) ·전화번호: 02-337-9019 ·좌석 수: 120서(룸 10개)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30분(매주 일요일, 설·추석 당일 휴무) ·주차: 발레 주차(무료)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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