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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맛 못 보는 대표팀, 볼맛 안 나는 축구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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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0의 행진’은 계속됐고, 팬들은 지쳐간다. 한국 축구대표팀 얘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가도 걱정’이 아니라, ‘나가는 게 걱정’이다.

슈틸리케호, 1년째 원정 무득점 #이라크와 평가전서 스리백도 실험 #유효슈팅 0개 … 공격 활로 못 찾아 #14일 카타르전, 월드컵 본선 분수령

한국은 8일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 카이마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A매치)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겼다. 월드컵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전(14일 오전 4시·한국시각·카타르 도하)을 앞두고 선수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한 경기였는데, 90분이 지난 뒤 의구심만 커졌다.

울리 슈틸리케

울리 슈틸리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라크를 맞아 중앙수비수 3명을 세우는 스리백 시스템을 가동했다. 센터백 장현수(26·광저우 푸리)와 홍정호(28·장쑤 쑤닝) 사이에 기성용(28·스완지시티)을 배치했다.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 지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리베로 역할을 맡긴 것이다. 2015년 10월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이 스리백 전술을 쓴 건 이라크전이 처음이다.

대표팀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전반 내내 삐걱거렸다. 플레이메이커 기성용이 수비에 치중하는 사이 공격 전개는 느려졌고 과정은 둔탁해졌다. 전반 36분에야 첫 슈팅이 나올 만큼 답답한 흐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기성용을 본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리며 4-1-4-1전형으로 바꿨다.

후반에는 선수 교체로 변화를 줬다. 하프타임 직후 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손흥민(25·토트넘)·남태희(26·레퀴야)를 빼고,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근호(32·강원)·이명주(27·알아인)를 투입했다. 그 후로도 이재성(25·전북)·황일수(30·제주)·곽태휘(36·서울) 등을 줄줄이 교체 투입했다. 경기 흐름은 가져왔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한국의 슈팅 6개 중 골문을 향한 유효슈팅은 없었다.

슈틸리케호는 안방에서만 벗어나면 한없이 작아진다. 원정경기에서 골 맛을 보지 못한 게 1년째다. 지난해 6월 6일 체코 원정 평가전(2-1승)에서 득점한 뒤로 이라크전 등 4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그중 월드컵 최종예선이 세 경기다. 지난해 9월 시리아전(0-0무), 10월 이란전(0-1패), 올해 3월 중국전(0-1패)에서 득점 없이 1무2패에 그쳤고, 이 경기들이 본선행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라크전 무득점 무승부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그는 “스리백은 실전에서 언젠가 써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어 실험한 것”이라며 “후반에는 경기력이 나아졌다. 카타르전에선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카타르전은 실전인 만큼 시행착오가 허용되지 않는다. 승점 13점의 한국은 최종예선 A조 6팀 가운데 2위지만, 세 경기 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에 턱밑까지 쫓기고 있다. 슈틸리케호 월드컵 본선행 여부의 분수령이 될 카타르전은 JTBC가 독점 생중계한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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