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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요정? '타격요정'으로 거듭난 LG 안익훈

중앙일보

입력

안익훈,내가 잡았어 [일간스포츠]

안익훈,내가 잡았어 [일간스포츠]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야수 안익훈(21)의 별명은 '수비요정'이다. 드넓은 외야를 안방처럼 누비며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인다. 주로 중견수로 나서는 그는 빠른 발과 동물적인 타구 위치 선정으로 그림같은 수퍼캐치를 곧잘 해낸다.

하지만 이제 안익훈에게 '수비요정'이란 별명 앞에 '타격도 되는'이란 말을 붙여야 할 거 같다. 안익훈은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안익훈은 지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인 2015년 50경기(타율 0.339), 2016년 68경기(타율 0.267)에 출전하며 적지않은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포스트시즌(7경기)도 경험했다.

올 시즌에도 안익훈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수비 요원. 박빙의 리드가 이어지는 순간이면 양상문 LG 감독은 어김없이 안익훈을 호출한다. 그래서 그를 '마무리 중견수'로 부르기도 한다. 중견수는 투수, 포수와 함께 홈을 기준으로 그라운드의 정중앙에 서는, 이를테면 수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익훈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양 감독은 안익훈의 수비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의 타격에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김용의-이형종-채은성-이천웅 등 젊은 외야수가 즐비한 LG 외야에서 좀처럼 자리잡기 힘들었다. 4~5월 25경기에 출전한 안익훈은 16번 타석에 들어서는데 그쳤다. 타석에 서지 못하고 경기를 마친 경우도 많았다. 그 마저도 2타석 이상 들어선 경기는 거의 없었다. 5월까지 안익훈의 기록은 15타수 4안타, 타율 0.267이었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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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6월들어 기회가 왔다. 5위까지 떨어진 LG는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양상문 감독은 새얼굴을 내세워 위기를 타개하려고 했다. 안익훈은 6월 5경기에서 2차례 선발로 나섰다. 이날까지 13타수 6안타, 타율 0.462.

특히 7일 경기에선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안익훈은 6-7로 뒤진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김재윤을 상대로 11구까지 접전을 벌이다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안익훈이 살아나간 이후 LG 타자들은 연속 3안타를 터뜨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결국 11-7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자책점이 0이었던 kt 마무리 김재윤을 공략해 얻은 승리라 더 값졌다.

전날 활약을 눈여겨 본 양 감독은 안익훈을 2번타자·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사이드암 투수에 전날까지 6타수3안타로 강한 모습을 보인 것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안익훈은 모처럼 잡은 기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0-2로 뒤진 3회 1사 2·3루에서 2타점 동점적시타를 터뜨렸고, 2-2로 맞선 8회 1사 1·2루에선 투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박용택의 역전 적시타(2타점)에 발판을 마련했다. 4-2 상황에서 터진 양석환의 좌전안타 때는 홈을 밟아 득점에도 성공했다.

이날 LG 선발 투수 허프는 6이닝 동안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찬헌-김지용-이동현이 3이닝을 나눠 던지며 kt의 추격을 2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LG는 2연승을 달렸다.

수원=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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