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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이 만날 때, 한국영화 주제가 베스트 1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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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고래사냥'으로 유명한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의 한 장면. 영화에 들어간 또 다른 노래 '왜 불러' '날이 갈수록'도 히트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주제가 '고래사냥'으로 유명한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의 한 장면. 영화에 들어간 또 다른 노래 '왜 불러' '날이 갈수록'도 히트했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아픔을 달래준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1926)부터 몰락한 스타가수의 애환을 담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2006)까지….
 한국 영화음악의 걸작을 간추린 기획전이 요즘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1층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1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자리는 지난 100년 한국영화사를 음악이란 프리즘으로 돌아보고 있다.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음악, 특히 주제가에 집중한다. 지난 세월 한국인과 함께 웃고 울어온 스크린 속 명곡을 모두 100개로 정리했다.
 이름하여 ‘한국영화와 대중가요, 그 100년의 만남’ 기획전이다. 대중가요가 키워드인 만큼 전시실 내부에서 100곡 전곡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들의 체험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축음기(SP음반), 전축(LP음반) 시연 청음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준비했다.

한국영상자료원서 연말까지 특별전 #'아리랑'부터 '비와 당신'까지 100곡 #작품성·시대성 고려해 10곡 따로 뽑아

 한국영화 주제가 100곡은 대중성·역사성·작품성을 두루 고려해 뽑았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가요 연구자(한국대중음악학회)와 애호가(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00곡 가운데 영화의 작품성 및 영화와 주제가의 관계성 등을 고려해 따로 10곡을 추렸다. 하나하나 추억과 사연이 깃든 노래들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영화 주제가 10선을 연대순으로 감상해본다. 한국영화, 나아가 한국 대중문화 100년 속으로의 시간여행이다. 20세기 한국인의 초상이기도 하다. 괄호 안은 영화 제목이다. (※도움말 이준희 대중음악연구가·한국영화박물관 객원 큐레이터)

 ①아리랑(아리랑, 1926, 나운규 감독)

 한국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아직 실물을 찾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동명의 주제가 ‘아리랑’은 한국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다(작곡자는 불명). 압수와 금지의 대명사 같은 곡이다. 일본에 번안 소개된 첫 번째 가요이기도 하다.

 ※가수 김연실: 1920년대부터 무성영화 배우 겸 막간 가수로 활약했다. ‘아리랑’을 처음 녹음한 가수로 알려져 있다. 1950년 월북.

 ②백치 아다다(백치 아다다, 1956, 이강천 감독)

 통상 가곡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 김동진의 작품 중 대중성과 작품성 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영화주제가다. 가수 겸 배우 나애심이 영화 주연을 맡은 동시에 주제가를 녹음한 것도 화제가 됐다.

 ※가수 나애심: 한국전쟁 때 월남해 가수로 먼저 데뷔한 뒤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1950년대 영화와 대중가요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인물이다. 딸 김혜림(가수), 오빠 전오승(작곡가), 조카 전영선(배우)과 함께 대표적인 연예 가족을 이뤘다.

 ③이별의 종착역(이별의 종착역, 1960, 박영환 감독)

 1945년 광복 이후 제2세대 대중음악 작곡가의 핵심으로, 새로운 팝 스타일 음악을 선도한 손석우의 대표적인 영화주제가다. 전형적인 A-B-A 형식으로 기존 ‘트로트’와는 다른 음악 감각을 선보였다.

 ※가수 손시향: 작곡가 손석우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가수다. 1950년대 말에 부드러운 저음으로 주목 받는 활동을 하다가 60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④사랑이 메아리 칠 때(유랑극장, 1963, 강범구 감독)

 뮤지컬 홈드라마를 표방한 영화 ‘유랑극장’의 주제가. 당대 최고의 대중가요 작곡가로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박춘석이 특유의 세미클래식 분위기를 잘 살려 만든 작품이다. ‘유랑극장’의 또 다른 주제가 ‘바닷가에서’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가수 안다성: 1956년 방송국 전속 가수로 데뷔해 ‘청실홍실’ 등 많은 드라마·영화 주제가를 불렀다. 대표적인 ‘현인 계열’ 가수이며, 특히 탱고에 뛰어났다.

 ⑤초우(초우, 1966, 정진우 감독)

 역시 작곡가 박춘석의 작품이다. 이미자와 패티김을 아울렀던 그의 음악적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돌아온 패티김이 국내 대중음악계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데 바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초우’는 2014년에 한국영화 100선으로도 선정됐다.

 ※가수 패티김: 1950년대 말 미8군쇼 무대에서 데뷔한 뒤 일본·미국 등 해외 활동을 거쳐 66년에 귀국해 스타덤에 올랐다. ‘트로트’의 이미자와 대비되는 60~70년대 팝 계열의 대표적 존재다.

 ⑥안개(안개, 1967, 김수용 감독)

 ‘초우’와 마찬가지로 2014년 한국 영화 100선으로 선정된 ‘안개’의 주제가. 신인 정훈희가 단번에 스타로 발돋움한 배경이 된 작품이며, 한국 대중가요로는 처음으로 국제가요제(1970년 도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수 정훈희: ‘안개’로 데뷔해 1960~70년대에 많은 활약을 했다. 특히 작곡가 이봉조와 호흡을 맞춰 ‘무인도’ ‘꽃밭에서’ 등으로 국제가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⑦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별들의 고향, 1974, 이장호 감독)

 ‘바보들의 행진’과 함께 1970년대 전반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제가. 수록 음반은 이전의 주제가 모음집과는 다른 본격적인 OST의 첫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별들의 고향’도 한국영화 100선에 포함됐다.

 ※가수 이장희: 1960년대 말부터 급속히 부상하기 시작했던 전후 세대의 새로운 대중음악을 선도한 대표적인 작가 겸 가수.

 ⑧고래사냥(바보들의 행진, 1975, 하길종 감독)

 1970년대 전반 청년문화의 정점이었던 영화 ‘바보들의 행진’ 주제가. ‘고래사냥’ 외에도 ‘왜 불러’ ‘날이 갈수록’ 등이 한국 영화주제가 100선에 선정됐다. 한 영화에서 세 곡이 선정된 예는 ‘바보들의 행진’이 유일하다. ‘바보들의 행진’ 역시 한국영화 100선에 들었다.

 ※가수 송창식: 전설적인 듀엣 트윈폴리오로 시작해 1970년대 이후 독보적인 음악 영역을 구축한 가수 겸 작가. ‘쎄시봉’ ‘7080’ 등 복고적 음악 향유의 대표적 대상이다. 요즘 경기도 하남 미사리 카페 ‘쏭아’에서 노래하고 있다.

 ⑨비 오는 날 수채화(비 오는 날 수채화, 1990, 곽재용 감독)

 동명 영화의 주제가다. 당시로선 드믄 독립프로덕션 작품이었던 영화는 1990년 서울 강남 브로드웨이 극장 한 곳에서만 10만 관객을 끌어 들였다. 음반과 주제가 또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크게 히트를 쳤다. 80년대 언더그라운드 감성이 대중적으로 구현되어 히트한 예로 평가받는다.

 ※가수 강인원·권인하·김현식: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

 ⑩그대 안의 블루(그대 안의 블루, 1992, 이현승 감독)

 영화와 주제가의 제목이 같다. 영화만큼 주제가 또한 감각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음악 전반을 담당한 김현철과 듀엣으로 주제가를 함께 부른 이소라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노래다.

 ※가수 김현철·이소라: 가수 설명이 오히려 군더더기가 될 것 같다. (ㅎㅎ)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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