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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ㆍ보호무역주의는 타문화 이해 부족 때문...숙박공유 문화 통해 해결 실마리 찾을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제12회 제주포럼에 참가한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이 지난 2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한다는 한국 당국의 시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에 참가한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이 지난 2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한다는 한국 당국의 시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전민규 기자

“경제 통계에선 한국이 최첨단(Cutting-edge)이다.”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 대표는 한국은행이 2019년부터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공유경제 서비스를 포함하겠다고 최근 밝힌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는 현지 주민이 여행자에게 자신의 빈방이나 집을 빌려주도록 한다.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는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인기다. 하지만 이는 GDP 통계엔 잡히지 않아 정식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태 정책총괄 대표 인터뷰> #한국, 에어비앤비 이용 증가율 가장 빨라 #GDP에 공유경제 반영, 경제 통계도 최첨단 #현실 반영 못하는 각국의 규제는 개선 돼야

지난 2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오길 대표는 “GDP 통계에 공유경제를 반영하는 건 선진국에서도 영국 정도만 논의 중”이라며 “하나의 재화를 다양한 사람이 여러 번 쓰며 가치를 키우는 공유경제의 본질을 한국 당국이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지역학을 전공한 오길 대표는 2011~2014년 구글 남아태지역 정책 대표로 근무한 뒤 에어비앤비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 국제컨벤션세터에서 열린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한 오길 대표를 만나 공유경제와 에어비앤비의 미래에 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어비앤비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비결은 무엇인가.
“2008년 에어비앤비가 설립된 이후, 약 1억8000만명의 게스트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사람들은 기존의 패키지여행에서 실증을 느꼈다. 에어비앤비는 색다른 방식의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단체 관광객 또는 유명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여행이 아닌, 현지 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 초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등장이 크게 작용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체험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단순히 목적지만 방문하지 않고 그곳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매우 즐긴다.”

-한국은행은 2019년부터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다른 국가는 어떤 상황인가.
“한국은 공유경제에 있어서 진보·혁신적인 국가다. 최첨단(Cutting-edge)이다. 공유경제는 GDP에 넣기가 쉽지 않다. GDP는 자동차를 1대 구입하면 처음 구입할 때만 GDP에 집계된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구입한 자동차로 다양한 사람이 여러 번 사용해 가치를 키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해 환경 훼손까지 줄인다. 이 가치를 한국 당국이 잘 아는 것이다.

물론 이를 GDP에 어떻게 계산할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실제 반영하려는 시도 자체가 혁신적이다. 아직은 선진국에선 영국 정도만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는 지역 경제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준다. 관광객이 전통적으로 머무르던 호텔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닌 일반 주택가로 분산 되면서 지역 산업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많은 나라가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것과 달리 세계는 테러, 보호무역주의 등 반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이 국제사회의 다양한 위협을 벗어나기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테러, 보호무역주의 등의 문제들은 결국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다른 사회와 문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외국이나 외국 문화에 대한 증오가 생긴다. 여기에 산업 구조가 급변해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이 같은 증오에 불을 붙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에어비앤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몰랐던 다른 문화권 사람의 집에서 살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경제 격차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중 97%가 집을 제공한 호스트를 비롯한 지역 경제로 돌아간다. 집을 제공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일반 사람은 물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나 경력이 끊긴 사람들, 노년층 등 다양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12회 제주포럼에 참가한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이 2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한다는 한국 당국의 시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에 참가한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이 2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한다는 한국 당국의 시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전민규 기자

-세계적으로 가장 에어비앤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은 어디인가. 테러 등으로 인해서 사업의 영향을 받는 점은 없나.
“중국이다. 다른 여행업체도 동의할 것이다. 2005년에 100만명이던 여행객 수가 2015년도 5000만명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중국 관광객은 패키지 여행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만 놓고 보면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테러로 인한 영향은 크게 없는 것 같다. 호스트가 게스트를 받을때엔 여권과 전화번호 등 각종 신상정보를 받아 인증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호스트가 사람을 받을때 예약했던 게스트가 오는 지 안심해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아시아에서 에어비앤비 이용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국가다. 2016년 한국의 에어비앤비 사용자가 101만 명이었다. 2015년(39만 명)보다 160% 급증했다. 외국인이 51만 명, 내국인이 50만 명이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에 비해 130% 늘었다. 한국은 문화유산이 풍부해 전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매력이 충분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숙박예정일로부터 7일 이상 남은 시점에 예약 취소할 때 숙박대금 5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에어비앤비의 조항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우리의 환불정책이 한국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바로 환불정책을 실시할 것이다.”

-공유경제를 가로막는 어려움은 없는지. 공유경제의 한계점은.
“공유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몸에 맞지 않는 각국의 규제가 공유경제를 옥죄고 있다. 각국 정부는 공유경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규제와 법으로 공유경제를 통제하려 한다. 과거 가로등과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가로등이 나오자 당시 당국은 기존에 있던 가스램프를 유지하려 했다고 한다.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이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자동차도 기존 마차에 적용하는 규제로 운행을 통제하려 했다. 공유경제도 비슷하다. 인터넷도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규제를 적용 받고 있다. 각국의 정책당국자들과 함께 일하며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 이외 국가에서도 에어비앤비 사업에 규제를 적용하나.
“각 나라마다 특별한 규제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각 정부당국과 논의해 그런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기존 규제는 공유경제와 같은 새 사업 모델에 적용하기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 에어비앤비는 각 도시나 고장에 사는 현지 주민을 호스트(숙소제공자)로 모시기 때문에 지역마다 규제가 다를 수 있다. 제주도는 제주도, 서울은 서울 나름대로 규제가 있다. 8년 동안 우리는 전세계의 수백 개 중앙·지방정부와 협력해왔다. 한국과도 협력하고 있다. 강원도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평창올림픽 기간 숙박제공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충청남도와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약을 맺고 농촌관광 활성화에 힘쓰기로 했다.”

―에어비앤비가 호텔 종사자들에겐 큰 경쟁자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업체와 제로섬(zero-sum)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 산업은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얼마 전에 읽었다. 숙박 공유도 큰 시장이고 성장하고 있듯이, 호텔도 잘 되고 있다. 숙박공유 서비스가 성장한다고 호텔업계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에어비앤비가 없다면 여행을 하지 않았을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성장은 관광 산업 전체에 좋은 소식이다. 예를 들어 내가 현재 사는 싱가포르나 미국에 사는 친구들은 한류에 열광하며 한국에 오고 싶어한다. 하지만 호텔에 묶고 싶어하는 이도 있고, 저렴하거나 평범한 한국의 집에 묶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한국에는 호텔 외에도 한옥, 민박, 펜션과 같은 숙박시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역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또 다른 유통·광고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제12회 제주포럼에 참가한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이 2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한다는 한국 당국의 시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에 참가한 마이크 오길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이 2일 오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GDP에 공유경제를 반영한다는 한국 당국의 시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전민규 기자

-최근 일본에서 항공권 렌터카 예약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숙박공유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의 토속적이고 신비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트립’이란 새 서비스를 시작했다. 방문하는 동네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여행팁을 받아 볼 수 있고 그 동네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것은 동네 주민에 의해 만들어진다. 익스피어리언스 서비스도 시작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사무라이의 검도 워크숍에 참석할 수 있고, 미국 말리부에서는 클래식 자동차에 대해 배우거나 직접 운전해볼 수도 있다. 서울에서는 전통 붓글씨를 배워볼 수도 있다. 동네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수제‘ 여행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주 한국에서 아시아 전체 워크샵을 열었다. 이때 40여명의 우리 직원들이 서울에 모였는데, 여기서 실제로 이 트립서비스를 바탕으로 우리는 꽃꽂이, 도자기, 음식만들기 등 현지의 토속적인 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

-구글에서 이직했다고 알고 있다. 구글과 에어비앤비와의 차이점은.
“에어비앤비에서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 에어비앤비가 무얼 하는 회사인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에어비앤비를 써봤다. 여행자와 여행방식을 바꾸고 호스트에게 새로운 가치를 준다는 점에 반해 이직을 결심했다. 처음 옮길때는 너무 작은 회사라 어머니 조차 반대했다. 그렇다고 구글이 나쁜회사란 건 아니다. 에어비앤비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호스트다. 에어비앤비에선 내가 직접 호스트가 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 문화처럼 돼 있다. 구글처럼 진짜 좋은 탁구대나 음식을 제공하진 않지만 이런 점은 큰 매력이다.”

제주=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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