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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침묵'이 대세…늘어나는 손님에 말 안 거는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쇼핑하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탄다. '운전사가 말 거는 것을 자제합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목적지를 말하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본다. 택시 기사도 운전에만 집중한다. 마음이 편하다. 

옷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말 걸 필요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쇼핑백을 집어 든다. 천천히 물건을 고르며 나만의 속도로 쇼핑에 집중한다. 만족스럽다.  

NHK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무언(無言)의 접객 서비스'로 불리는 위와 같은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 의류 기획·제조업체 어반 리서치는 5월부터 '침묵의 접객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도입했다.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드러내는 쇼핑백을 매장 입구에 비치해 놓고 이 쇼핑백을 들고 물건을 고르는 고객에게는 점원이 인사말을 건네거나 특정 물건을 권하지 않는 서비스다.

"말 걸지 말라"는 뜻의 쇼핑백. 매장 입구에서 이 백을 집어 들고 쇼핑하면 점원이 일절 말을 걸지 않는다. [사진 NHK 캡처]

"말 걸지 말라"는 뜻의 쇼핑백. 매장 입구에서 이 백을 집어 들고 쇼핑하면 점원이 일절 말을 걸지 않는다. [사진 NHK 캡처]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기 페이스로 물건을 사고 싶으니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점원이 말을 걸어오면) 긴장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에서 시작됐다.

해당 서비스 도입 후 점원들이 바쁜 시간에도 도움을 필요로하는 고객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매출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토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운수회사 미야코 택시는 3월 말부터 '침묵 차량' 10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택시 조수석 뒤에는 '운전사가 말을 거는 것을 삼가고 조용한 차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택시기사는 목적지나 계산할 때, 손님의 질문에 답할 때를 제외하고는 잡담을 하지 않는다.

이는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영업 담당자가 "경기가 안 좋다"며 말을 거는 택시기사에게 맞장구치는 것이 귀찮았던 경험을 이야기한 것에서 착안했다.

이 같은 '무언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혼자볼게요'와 '도움이 필요해요'로 나누어진 바구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혼자볼게요'와 '도움이 필요해요'로 나누어진 바구니.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에는 '혼자 볼게요' 바구니가 비치됐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고객이 필요해 부를 때만 직원이 다가온다. 반면 '도와주세요' 바구니를 들면 직원이 먼저 고객에게 다가가 좋은 제품을 추천하고, 무료 피부진단 서비스도 실시한다.

이는 일부 고객들이 점원을 불편해한다는 점을 고려해 강남 직영점 매니저가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찍은 사진은 해외 사진 공유 커뮤니티에서도 큰 호응을 받으며 해외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손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적합한 물건을 추천하는 것이 친절이자 서비스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손님의 시간을 인정해주는 '침묵'이 새로운 서비스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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