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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시 보자’ 배당주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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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은 이익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을 보통 연초에 한 번 한다. 이걸 1년에 두 번 나눠서 하는 기업이 있다. 6~7월이 바로 그 시기다. 중간 배당의 계절이 왔다. 그런데도 최근 배당주 투자 인기는 시들하다.

6~7월 중간 배당의 계절, 하지만 배당주 투자 시들 #올해 1~5월 9800억원 자금 배당주 펀드에서 빠져나가 #하반기 배당주 투자 다시 주목 전망 #문재인 정부 공약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늘어나는 기업 이익

올 하반기 배당주 인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중앙DB]

올 하반기 배당주 인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중앙DB]

7일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배당주 펀드에서 9792억원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체 주식형 펀드 설정액 가운데 배당주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2월 말 3.4%에서 지난달 말 3.2%로 내려갔다. 연말 연초 배당을 앞두고 10~11월 자금이 밀려 들어왔다가 해가 바뀌고 다시 빠져나가는 배당 투자의 특징 탓이다. 올초부터 뜨거웠던 국내 증시 열기도 한몫했다. 안정적인 대신 수익률이 높지 않은 배당주 인기는 코스피 성적이 변변찮을 때나 좋았다. 1월부터 5월까지 코스피는 15.85%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배당주에 대한 주목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연도별 전체 주식형 펀드 설정액 대비 배당주 펀드 설정액. 2016년 12월 말, 2017년 5월 말 기준. [자료 신영증권]

연도별 전체 주식형 펀드 설정액 대비 배당주 펀드 설정액. 2016년 12월 말, 2017년 5월 말 기준. [자료 신영증권]

그러나 하반기로 접어들면 배당주를 바라보는 투자자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①문재인 정부 공약 ‘스튜어드십 코드’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공약 중 스튜어드십 코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ㆍ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의무 지침을 뜻한다. 기관 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추가된다는 얘기다. 지금도 한국 상장사는 ‘짠물 배당’으로 전 세계 투자자 사이 악명이 높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배당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②올해 ‘역대 최고’ 예상되는 상장사 기업 이익
늘어나는 상장사 기업 수익도 배당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통계를 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현금 배당액은 2012년 11조5338억원, 2014년 15조4948억원에서 지난해 21조7807억원을 기록했다. 김민규 KB증권 선임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수익은 지난해보다 30~40%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예년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현금 배당액 규모는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초저금리 시대 장기화
장기화되고 있는 초저금리 시대도 배당주 몸값을 올리는 주요인이다. 예금금리는 연 1~2%대에 머물고 있다. 2~3%대 배당 수익률도 아쉬운 투자자가 늘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래 찬바람이 불어야 배당주 펀드가 주목을 받는데 최근 2~3년 사이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며 “9~10월부터 일찌감치 배당주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반기 코스피 활황이 이어지더라도 마찬가지다. ‘배당 먹고, 시세 차익 먹고’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가능하다.

주요국 배당성향 비교 [자료 신영증권]

주요국 배당성향 비교 [자료 신영증권]

하지만 배당주 투자에 무턱대고 뛰어들어선 안 된다. 김후정 연구원은 “배당주 펀드는 보통 3~6개월 단위로 투자를 해야하고 환매 수수료도 감안해야 한다”며 “상장지수펀드(ETF)나 개별 종목으로 접근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간 배당도 마찬가지다.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코스피 상장법인을 기준으로 2014년 26개사, 2015년 25개사, 2016년 22개사에 각각 그쳤다.

2016년 중간 배당 기업과 배당률 [자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2016년 중간 배당 기업과 배당률 [자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개별 종목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코스피 200 고배당’ ‘코스피 배당성장 50’ ‘코스피 고배당 50’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관심을 줄 만 하다. 정동휴 연구원은 “이들 배당주 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중간 배당이 이뤄지는) 6~7월에 특히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배당주 투자=안전’ 공식이 늘 통하진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김민규 연구원은 “배당 수익률만 보고 투자했다가는 주가 하방 경직성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3% 배당 수익만 보고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배당 수익률과 해당 종목의 주가 흐름도 같이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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