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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슈틸리케호의 두 가지 실험

중앙일보

입력

기성용을 중앙수비진의 한가운데에 기용하며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든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이라크전 변칙 전술은 전반 45분 만에 막을 내렸다. [중앙포토]

기성용을 중앙수비진의 한가운데에기용하며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든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이라크전 변칙 전술은 전반 45분 만에 막을 내렸다. [중앙포토]

한국축구대표팀이 이라크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쓴맛을 봤다. 야심차게 시도한 두 가지 실험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에 대한 근심이 깊어졌다.

한국은 8일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 카이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전·후반 90분을 통틀어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라크전에서 크게 두 가지 변화를 줬다. 전반에는 스리백을 실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장현수(광저우 푸리)와 홍정호(장쑤 쑤닝) 사이에 배치해서 세 명의 중앙수비수로 수비를 튼튼히 했다. 지난 2015년 10월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슈틸리케 감독이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반에는 과감한 선수 교체로 공격 전술을 점검했다. 선발 출장한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손흥민(토트넘), 남태희(레퀴야)를 하프타임에 불러들이고 황희찬(잘츠부르크), 이근호(강원), 이명주(알아인)를 그라운드에 세워 공격 패턴을 다변화했다. 후반 19분엔 지동원 대신 이재성(전북)을, 후반 31분에는 기성용 대신 황일수(제주)를 투입해 공격진에 더욱 힘을 실었다.

아쉽게도 두 가지 실험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성용이 수비진에 합류한 전반 스리백은 무실점으로 끝났지만, 공격 전환에 문제를 드러냈다. 공-수 전환이 더디게 이뤄지다보니 역습 상황에서 기성용이 공격 지역으로 전진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한국은 전반 36분에야 첫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답답한 경기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후반 들어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끌어올리며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후반 공격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라크의 밀집수비와 섭씨 35도의 찜통 더위가 맞물려 우리 선수들의 발걸음이 전반적으로 무거웠고 날카로운 협력 플레이도 많지 않았다. 황일수, 이재성, 이근호, 황희찬 등이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며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공격수들 간 호흡이 맞지 않았고, 슈팅의 집중력도 떨어졌다. FIFA랭킹 120위 이라크의 수비진을 상대로 무득점한 건 실망스런 성적표다.

이라크전 무승부와 함께 오는 14일 오전 4시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인 카타르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8차전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깊어졌다. 우리나라는 최종예선 A조 6팀 중 2위를 기록 중이지만, 세 경기를 남긴 현재 3위 우즈베키스탄과의 격차가 승점 1점에 불과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슈틸리케호의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여부의 분수령이 될 카타르전은 JTBC가 독점 생중계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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