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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의 소나무들은 한의 정서를 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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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마크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마크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한국 생활에서 특별한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통상 고유의 문화나 전통, 음식이나 건축 이야기로 시작하기 일쑤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고향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하면 분명 이런 화제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내겐 처음 한국에 오자마자 시선을 붙잡아 지금까지도 감탄하게 하는 특별하고 각별한 다른 게 있다. 바로 한국의 자연과 지형 그 자체다. 처음 광화문광장에 갔을 때 경복궁 쪽을 바라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특히 궁궐 뒤와 옆에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에 계속 시선을 빼앗겼다. 이 두 산은 그때까지 봤던 어떤 산과도 달랐다. 커다란 바위들과 반들반들한 암석 표면, 그것을 감싸며 자라난 소나무의 독특한 형태와 아름다움이 그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왜 한국의 산과 나무는 이토록 다른 모습일까? 최근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씨를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 이를 여쭤 봤다. 배씨는 특히 소나무를 중심으로 한국의 자연을 담아내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기에 이런 질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씨는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 바다를 중심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는 한국의 고유함을 충분히 담아내기에 지나치게 보편적인 피사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무엇으로 한국의 정서를 담아 세계와 함께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소나무가 이를 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에게 “한국 나무는 왜 다른가”라고 물었다. 미국에도 소나무가 있지만 곧고 높게 자랄 뿐이다. 배씨는 한국 소나무는 미국 소나무와 달리 위로 자라다가 옆으로 자라고, 다시 위로도 자란다고 했다. 자라면서 기울어지고 구부러지고 휘어진다. 이렇게 자라는 진짜 이유는 모진 환경 때문이다. 토양이 단단한 데다 강한 바람에 자꾸 시달리기 때문이다. 같은 소나무를 바람이 없고 부드러운 땅에 심으면 곧게 자랄 것이라고 했다. 배씨가 담아내는 소나무는 곧게 자라지 않고 기울고 휘어지고 구부러졌기에 더더욱 아름답고 독특하다.

나는 그것이 한(恨)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진 환경과 역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지형에서 배울 점이다. 누구나 살면서 역경을 겪게 된다.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 비록 그 과정은 어려울지라도 결국 더 큰 아름다움과 강한 회복력을 얻게 될 것이다.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