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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서 복원으로 … 도로로 끊긴 백두대간 생태축 잇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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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건강한 한반도 생태계 살리기 

새 정부의 4대 강 단계적 복원 방침에 따라 지난 1일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사진 환경부]

새 정부의 4대 강 단계적 복원 방침에 따라 지난 1일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렸다. [사진 환경부]

지난 1일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등 4대 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금강·영산강에 위치한 6개 보의 수문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강의 재(再)자연화를 추진한다는 대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다. 이는 4대 강 사업으로 막힌 국토의 물줄기를 제대로 흐르도록 되돌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크게는 개발 중심의 국토계획에서 자연생태계의 건강성까지 생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리셋 코리아 환경분과 제안 #진부령서 지리산까지 50여 곳 단절 #국립공원 추가 등 보호구역 넓혀야 #4대강 복원은 졸속으로 하면 안돼 #지류·지천까지 살릴 사회적 논의 필요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환경분과 위원들은 4대 강 복원 추진을 계기로 ‘개발 공화국에서 복원 공화국으로’라는 어젠다를 제시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사업으로 훼손되고 상처를 입은 국토 전반을 되돌아보고 이제는 치유하고 자연생태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강한 국토와 건강한 생태계 없이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 역시도 건강할 수 없고, 미래 세대의 번영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생태계 복원을 위해 우리 사회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분야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보로 막힌 하천, 물고기 통로 늘리자

문재인 정부는 훼손된 4대 강 생태계 복원을 3단계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지하수 수위나 물 공급 등과 관련해 재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물 흐름이 필요한 곳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보가 필요한 곳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대 강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있는 것처럼 복원작업마저 졸속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4대 강의 현황 조사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어디까지 복원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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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강과 하천을 보면 4대 강 본류뿐 아니라 지류·지천까지도 생태계를 되살리는 복원사업이 필요하다. 작은 지류에도 무분별하게 보가 설치돼 물고기 이동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하천 1.4㎞마다 보가 하나씩 설치된 꼴이지만 보에 어도(물고기 이동통로)가 설치된 비율은 한강 수계가 16%, 금강 수계는 10%에 불과하다.

국내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87년부터 2015년까지 1813개 사업(1250㎞ 구간)에 모두 2조1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동안 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자치부 등 부처별로 제각각 진행돼 기준도 다르고 복원 접근방식도 달랐다. 기존에 추진됐던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대한 점검과 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아직 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하천에 대해서도 복원사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주차장 등에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채울 수 있도록 도시의 물 순환을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시 물 순환을 회복하면 평상시 하천이 마르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홍수 때에는 도시가 침수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공단·폐광 땅속 오염 복원계획 세우자

도시·공단·폐광 할 것 없이 땅속 오염이 심각하다. 2015년 환경부가 전국 2512곳을 대상으로 토양 오염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2.1%인 53곳이 기준을 초과했다. 오염 지점 중에는 서울 용산역 철도 부지도 포함됐다. 주변에 상가·아파트 등이 위치한 곳이지만 중금속인 납이 기준치(2100ppm 이하)의 16.7배인 3만5106ppm, 구리가 기준치(6000ppm)의 2.4배인 1만4576ppm이 검출됐다. 1905년 철도차량기지가 세워진 이래 차량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기름과 중금속 성분이 토양을 오염시킨 탓이다.

인근 용산 미군기지 내 기름 오염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용산 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등은 지난 4월 3일 기자회견에서 “미 국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0~2015년 사이 용산 미군기지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가 총 84건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정확한 오염 내역조차 공개하지 않아 정화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으로 가축이 매몰되면서 토양과 지하수 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에는 6068개의 매몰지가 조성됐다. 지난해 환경부의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 오염 조사에서는 41.5%가 수질 기준을 초과했다.

박용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토양 오염 복원 종합계획(마스터플랜)’이 시급하다”며 “전 국토에 대한 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체계적이고 과학적 복원을 담당할 조직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계 보고’ DMZ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한반도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축으로 민통선 지역을 포함한 비무장지대(DMZ) 일원과 백두대간·연안생태계가 꼽힌다. 우선 남북 화해를 위해 DMZ 일원을 유네스코 접경 지역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해 환경부가 DMZ 일원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91종을 포함해 총 4873종의 동식물 서식이 확인됐다. 한반도 생물종의 20%, 멸종위기종의 41%에 해당한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지만 군작전 등으로 인한 잦은 산불, 군사시설 구축, 산사태 발생, 농경지 확대 등으로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정부와 경기·강원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DMZ 생태계도 보호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유네스코 접경 지역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국제적 관심 속에 생태관광지로 떠오를 수도 있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 유네스코에 지정 신청을 했으나 철원 지역이 지정을 반대하면서 지정이 유보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의 복원도 시급하다. 강원도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남한 구간만 50여 곳이 도로로 단절돼 있다. 백두대간보호법이 2005년 시행된 이래 단절된 생태계를 잇기 위해 40여 곳에 생태통로가 설치됐다. 하지만 설치를 맡은 부처에 따라 사업 목적 자체가 달라 생태축을 잇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국립공원 추가 지정을 통해 국내 자연보호구역의 면적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국적으로 국립공원 22곳 등 2320곳의 보호구역이 있다. 이 중 육지는 1만5569.8㎢로 국토 면적의 15.5%에 이른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결정한 ‘아이치 목표(Aichi Target)’에 따라 우리 정부에서도 2020년까지 육지의 17%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백두대간 정맥 등 산줄기를 중심으로 국립공원을 추가 지정하거나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갑자기 개발론자들이 생태 복원을 주장하게 되지는 않는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의 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이영민 인턴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