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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보다 ‘비전’ 있네, SNS 스포츠 중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전·후반제였던 농구는 왜 쿼터제로 바뀌었을까. TV 중계 때 광고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경기 규칙까지 바꿀 만큼 스포츠는 TV와 밀접하다. 그 TV를 이제는 소셜미디어(SNS)가 위협하기 시작했다.

페북 MLB, 트위터 NFL·PGA … #소셜미디어 중계권 계약 잇따라 #젊은층 잡는 킬러 콘텐트로 부상 #국내도 팬들과 거리 좁히기 잰걸음

페이스북은 지난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연간 20경기의 중계 계약(중계권료는 비공개)을 체결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금요일마다 라이브 스트리밍(일명 페이스북 라이브) 방식으로 1경기씩 중계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MLB는 2011년에도 페이스북과 제휴해 시범경기를 중계한 적이 있다. 댄 리드 페이스북 글로벌 스포츠 파트너십 담당은 “야구는 여러 사람과 함께 체험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미국프로축구(MLS) 측과 정규시즌 경기 및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중계 계약을 맺었다. 또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주최사인 ESL과도 계약을 맺고 사격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e스포츠 경기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트위터는 지난해 1000만 달러(약 110억원)에 미국프로풋볼(NFL) 측으로부터 10경기 중계권(2016시즌)을 샀다. 트위터를 통해 NFL 중계를 본 팬 수는 300만명을 넘었다. TV 시청자 수의 30% 수준이다. 트위터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와도 손 잡았다.

올해는 아마존이 NFL 10경기(2017시즌) 중계권을 구매했다. 액수는 지난해 트위터가 지급한 금액의 5배인 5000만 달러(약 560억원)다. 아마존은 개인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로 NFL을 중계할 예정이다.

소셜미디어가 스포츠 쪽으로 몰리는 건 ‘킬러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11월 ‘비디오 퍼스트’를 선언했다. 사진 및 텍스트로 구성된 콘텐트보다 동영상 콘텐트의 영향력·전파성·수익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스포츠도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월간 이용자 약 18억6000만명 중 35%가 스포츠 팀 내지 스포츠 선수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다. 메이저리그의 TV 시청자 절반이 55세 이상으로 조사됐다. MLB측은 TV를 보지 않는 젊은 층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선택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페이스북 계약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중계권을 구매해 스포츠를 중계한 사례가 없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업자들이 중계권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개인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TV가 2009년부터 프로야구를 중계하며 사업 영역을 만들고 있다. 아프리카TV는 포털처럼 TV 중계 화면을 받아 서비스하지만, BJ(개인방송진행자 또는 해설위원)의 음성을 덧입혀 내보낸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편파중계도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소셜미디어가 TV와 경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세 이하(U-20) 축구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SBS는 아프리카TV에만 중계권을 재판매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계를 볼 수 없자 팬들은 아프리카TV로 몰렸다. 한국-아르헨티나의 A조 조별리그 2차전 누적 시청자는 250만 명에 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현재 KBO리그는 케이블 및 위성TV와 디지털 중계권리를 대행사에게 맡긴 상황이다. 만약 별개로 계약할 수 있다면 소셜미디어는 매우 매력적인 매체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팬들과의 거리를 좁힌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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