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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기 전에 밀어내기 … 아파트 분양 큰 장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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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 중견 건설업체 분양사무소장 김모(52)씨는 6월 들어 눈코뜰새가 없다. 7월 분양 예정인 경기도의 한 신도시 아파트단지 분양 일정을 6월로 당기라는 회사 지시를 받고 나서부터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씨뿐 아니라 회사 전체가 비상에 걸렸다. 김씨는 “인허가는 물론 모델하우스 건설, 사전 홍보활동 같은 일정이 분양 2~3개월 전부터 빽빽이 잡혀 있기 때문에 일주일 당기기도 쉽지 않다. 회사 전체적으로 하반기에 잡혀있는 분양 일정도 규제가 나오기 전 최대한 당겨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6월 역대 최대 분양 예상 #52개 단지 4만여 가구 대기 #대선으로 미뤘던 물량도 포함 #4월말 기준 미분양 6만 가구 #일부 지방 후폭풍 불까 우려

6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중 전국 52개 단지에서 일반 분양 3만8217가구 가 쏟아진다. 지난해 6월 분양 물량(3만4194가구) 대비 11.7% 늘었다. 지난달 분양 물량(1만7115가구)의 두 배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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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수도권에서 24개 단지 2만222가구를 분양한다. 초고층 주상복합부터 재건축 물량까지 다양하다. 서울에선 대림산업이 성수동에 짓는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280가구·이하 일반 분양), GS건설이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에 짓는 ‘DMC에코자이’(552가구), 현대산업개발·두산건설이 신월6동에 짓는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1130가구)가 대표적이다. 경기도에선 포스코건설이 성남시 백현동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1223가구), 대우건설이 고양시 지축동 ‘지축역 센트럴 푸르지오’(852가구)를 각각 분양한다.

지방 분양 물량도 만만치 않다. 28개 단지에서 1만7995가구가 풀린다. 화성산업이 대구시 봉덕동에 짓는 ‘봉덕 화성파크드림’(248가구), 현대엔지니어링이 광주광역시 본촌동에 짓는 ‘힐스테이트 본촌’(199가구), 대림산업이 부산시 민락동에 짓는 ‘e편한세상 오션테라스’(1017가구) 등이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대선 직후인 데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양 예정 물량이 폭증했다. 특히 일주일 새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는 봄·가을이다. 올해는 5월 ‘조기 대선’이란 변수가 등장해 봄 분양 시장이 식었다. 초반 흥행이 중요한 분양 시장에서 대선·총선 같은 이슈는 악재다. 관심이 대선에 쏠려 분양 홍보 효과가 떨어져서다. 건설사들이 4~5월에 계획했던 분양을 1~2개월 미룬 이유다. 김 팀장은 “조기 대선 직후 ‘밀어내기’ 분양 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규제가 초읽기에 들어간 점도 작용했다. 8월로 예정된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이 예상보다 빨리 나올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강력한 규제가 나오면 분위기가 한풀 꺾이기 마련이다. 시장이 위축되기 전에 분양 물량을 털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급증한 분양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느냐다. 7일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4월말 기준 6만313가구로 집계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3구 재건축을 비롯한 수도권 분양시장 온기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분양이 확 는다고 해서 당장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2~3년 정도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특정 시기에 분양 물량이 폭증하면 향후 과잉 공급에 따른 역전세난과 입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전재범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를 올리면 주변 집값까지 들썩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정부가 규제 강도를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 입장에선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일단 규제가 나오면 시장은 일정 기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규제를 피하려고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팀장은 “ 규제는 일시적이지만 시장은 장기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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