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녀석이 온다'...문재인 정부, 부동산 시장 대책 카드로 ‘투기과열지구’ 꺼내나

중앙일보

입력 2017.06.08 00:05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포토]

"센 녀석이 올 수 있다."
 최근 서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자 시중에서는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시장 안정책과 관련한 강력한 규제책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게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5년간 분양권 전매 제한, DTIㆍLTV 강화 등 고강도 규제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판교, 세종ㆍ부산 등 거론
2011년 서울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지정된 곳 없어
인접 지역에 투기 수요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국정 과제로 논의하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법으로 등장할까 주목된다. 투기과열지구는 분양 수요를 잡아 향후 집값 급등을 막는 것은 물론 현재 집값까지 안정시킬 수 있는 고강도 규제 카드라서다.

현행법상 정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국토교통부 장관)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주택 공급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거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청약률이 10대 1을 넘는 곳▶주택 분양계획이 직전보다 30% 이상 감소한 곳▶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나 건축허가실적이 전년보다 급격하게 감소한 곳▶주택 공급량이 1순위 청약자보다 현저하게 적은 곳 등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최장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합원 분양 가구 수 1가구 제한 등의 고강도 규제도 가해진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강화된다. 6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DTIㆍLTV가 모두 40%까지 낮아진다. 현재는 DTI가 60%, LTV가 70%다. 소형 아파트값 한 채에 1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자금 조달 문제로 수요가 눈에 띄게 줄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일대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전경.  [중앙포토]

투기과열지구 지정 대상으론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가 우선 거론된다. 현재 강남권은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권시장 등이 모두 달아올라 있다. 특히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등은 한 달 새 호가(부르는 값)가 최대 1억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는 아파트 실거래가가 3.3㎡당 최고 5000만원을 넘어서는 단지가 잇따른다.

수도권 인기 공공택지지구인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지구, 남양주 다산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도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지방에선 세종시ㆍ부산 등이 언급된다. 세종시 집값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정부부처 추가 이전, 국회 분원 설치 등 각종 호재로 인해 최근 급등했다. 부산 역시 올해 1분기(1~3월) 전국 분양 단지 중 청약 경쟁률 상위 10위권 중 4곳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뜨겁다.

실제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2002년부터 순차적으로 서울ㆍ수도권 전 지역과 부산ㆍ대구ㆍ대전ㆍ광주ㆍ울산 등 광역시, 충북ㆍ충남ㆍ경남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2009년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해제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강남 3구는 2011년에서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이를 끝으로 현재까지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그 진앙지인 서울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재건축 지위 양도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자칫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결국 단행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는 1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청약 조정대상지역'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주택시장은 건드리지 않고 투기과열지구 효과 가운데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하는, 일종의 우회 전법을 쓴 것이다.

다만 부산의 경우 해운대·연제·동래·남·수영구 등 5개 구가 청약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1순위 제한이나 재당첨 제한 대상은 됐지만, 지방 민간택지지구여서 전매제한 규제는 피해갔다. 주택법상 지방 민간택지에는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법 64조는 서울·수도권과 지방 공공택지,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분양권 전매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당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역·주택 유형별 시장동향을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시장여건에 맞춰 투기과열지구 등 맞춤대책을 신축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 롯데건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 롯데건설]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란 고강도 처방보다 다른 대책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국 평균 주택 매매가 상승률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카드를 꺼내들었던 2004년 0.47%에서 2005년 12.55%로 급등했다. 투기과열지구 인접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투기과열지구 일괄 지정보다 전매제한기간을 늘리고, 청약 1순위 조건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의 한 분양소장은 "강남권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마포나 과천 등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며 "정부는 투기 수요는 줄이되 실수요는 위축되지 않도록 '핀셋 규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가) 정해진 건 없다. 시장 과열이 지속ㆍ확산할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기환·황의영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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