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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보다 많이 버는 알바생이 뭐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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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지영 기자 중앙일보
최지영라이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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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공약을 ‘1호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기본적으로는 따뜻한 정책이다. 어려운 이들에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의 임금을 준다는데 어찌 나쁘게 해석될 수 있겠나. 대선 후보들도 목표 달성 시점만 달랐을 뿐 일제히 공약으로 채택했으니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날인 5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안은 소상공인들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주유소협회·대한제과협회 등 13개 소상공인단체가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늦어도 7월이 타결 시한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만들려면 매년 15.7%를 올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지금 (최저임금위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빨리 최저임금위에서 이를 타결하라는 주문처럼 들렸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쪽은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당 경쟁, 높은 임대료와 가맹 본사에 내는 수수료 등 때문이지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높은 임대료 및 가맹 본사에 내는 수수료는 민간의 영역이어서 정부가 관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발목을 잡고 있는 권리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결국 해결이 어려운 난제에 더해 부담 폭탄 하나만 더 영세업자들에게 지우는 꼴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면 영세업자들의 수가 감소해 과당 경쟁이 해소되고, 임금 인상 결과 수요창출 등으로 남은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다. 한마디로 최저임금 1만원도 못 주는 업주는 장사를 접으라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많은 경우 대출을 받아 장사하고 있다. 가계빚 폭탄이 부동산 시장이 아닌 자영업자 시장에서 먼저 터질 수 있다.

전국 편의점 3만5000개가 점포당 아르바이트생(알바)을 한 명씩만 줄여도 아르바이트 일자리 3만5000개가 날아간다. 여기에 골목 식당, 커피숍 같은 곳들까지 알바 한 명씩만 줄여도 몇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대부분 거창한 경력 없이 성실함 하나로 구할 수 있던 일자리다. 알바보다 더 못 벌게 된 사장님들이 자신의 가게를 접고 근로자로 돌아선다면 안 그래도 줄어든 일자리를 놓고 알바생들과 경쟁하는 장면을 그려볼 수도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을 밀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제라도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세심하게 짜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하는 말이 듣기 싫다면 소상공인단체의 말에라도 귀를 기울여 보라.

최지영 라이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