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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도시재생 뉴딜, 경험 많은 민간 참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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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1호 공약은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다. 도시재생은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구도심을 활기 있는 곳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기존 동네를 철거하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낙후된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빚 많은 LH 중심 자금 조달 #리스크 커 정책 지속 곤란 #공공기관이 선투자 하고 #디벨로퍼, 뒷받침해야 성과

국내 1세대 디벨로퍼(developer, 땅 매입부터 부동산 기획, 자금 조달, 마케팅,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문주현(59)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는 “도시재생 뉴딜은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아니라 어떤 지역의 역사·문화·생태를 보존하면서 거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골목경제 살리기, 커뮤니티 활성화 등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해 좋은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경험과 창의력이 필요한 데 이런 역량을 가진 민간은 참여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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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엠디엠(MDM)의 집무실에서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협회장 3년 임기를 마친 그는 지난 3월 제 4대 협회장으로 재추대됐다. [우상조 기자]

1987년 나산그룹에 입사해 그룹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했던 문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실업자가 됐다. 이듬해 자본금 5000만원으로 부동산 분양대행업체를 차렸다. 그가 세운 엠디엠(MDM)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디벨로퍼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 회장은 부동산개발(엠디엠·엠디엠플러스), 신탁(한국자산신탁), 금융(한국자산캐피탈, 한국자산에셋운용)을 보유한 국내 1호 종합부동산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가 소속돼 있는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에 올랐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역삼동 엠디엠 본사에서 문 회장을 만났다. 윤 전 행장은 중앙일보가 만드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경제계 전·현직 고위 인사와의 심층 인터뷰인 ‘윤용로가 만난 사람’을 연재 중이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 도시재생 뉴딜에 민간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이하 문):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같은 공공기관만 참여할 수 있어요. 문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개발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거에요. 기존에 정부가 주도하는 뉴타운 같은 사업이 고전하는 것은 재정이 부족하고 매력적인 사업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가 주도했다가 민간 기업에 문호를 열어줬어요.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처럼 도시재생을 통해 도심 경쟁력을 키우면 이게 세계 경쟁력이 될 수 있거든요.

: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힘든 부분이 자금 조달일 텐데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

: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130조원입니다. 공공기관 중심의 자금 조달은 시행 주체에게도 리스크가 되고 정책을 지속하기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공공기관에서 선투자를 하고 그 후에 디벨로퍼와 금융회사가 투자해 사업을 뒷받침해야 돼요.

: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소개 좀 .

: 지난 2005년 부동산 개발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현재 협회에 가입돼 있는 회원사는 630개에요. 협회 수입은 주로 교육비에요. 부동산 개발업체(상가·복합단지·오피스텔·오피스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려면 부동산 개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를 운영하려면 부동산개발전문인력 교육 수료자 2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거든요.

: 디벨로퍼라고 하면 과거 인허가 비리, 특혜비리 같은 일들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잖아요.

: 부동산 개발 사업은 디벨로퍼가 부동산 프로젝트를 만들어 건설사에 사업 참여를 의뢰하는 구조입니다. 건설사는 사업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주고 디벨로퍼는 공사비에 필요한 대출을 받는 거죠. 디벨로퍼 입장에서 땅 계약금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해요. 디벨로퍼들이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 불법 로비도 서슴지 않는 이유입니다.

문 회장은 디벨로퍼 신뢰도 제고를 위해 지난 2015년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과 공동으로 ‘창조도시 부동산융합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다. 디벨로퍼·시공사·설계사 등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도덕성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더 잘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인문학과 풍수지리를 배우고 윤리 교육도 한다.

: 최근 상가 공실률이 높다고 하는데 이는 디벨로퍼들이 단지 개발과 분양만 하고 보자는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 투자자들은 월세 받으려고 투자했는데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긴 해요. 상가 분양 실패도 디벨로퍼의 책임이 큽니다. 이제 상권은 입점 브랜드보다 콘셉트가 더 중요해요. 예컨대 엠디엠이 2015년에 분양한 광교 푸르지오월드마크 상가 잔디공원에서는 요즘 장미축제를 열어요. 축제 영향으로 주말에는 매출이 평일보다 30~40% 올라요. 투자자들도 상가 내 입점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디벨로퍼가 누구인지, 어떤 콘셉트를 추구하는지를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5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 1387호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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