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엣가시' 카타르 고사 작전…트럼프 중동 순방에 힘입었나

중앙일보

입력 2017.06.06 17:42

업데이트 2017.06.06 18:30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인구 260만 명에 면적은 경기도 정도인 걸프만의 소국 카타르가 중동 긴장의 진앙으로 떠올랐다.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아랍권 7개국이 카타르의 대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단교 조치를 발표하면서다. 이들 국가는 카타르와 육로 통행 및 항공·선박 왕래를 중단하고 카타르 항공사의 자국 영공 통과도 불허했다. 사실상의 '육·해·공 봉쇄'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 그늘 벗어나 이란 등과 독자외교
사우디·UAE 등 아랍 7개국 "카타르와 단교, 항공 불허"

카타르 시민들 식품 사재기 나서 "이런 혼돈 처음"
트럼프 순방으로 자신감 얻은 사우디의 '승부수'

자국 대사 소환조치를 단행하는 한편 카타르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48시간 이내 카타르를 떠나도록 명령했다. 사우디는 카타르 정부 소유 알자지라 방송이 “테러조직들의 음모를 부추기고 이란과 우호관계인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를 지원한다"면서 리야드 주재 사무소도 폐쇄했다.

공식적 이유는 카타르가 이슬람국가(IS) 등 급진주의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들은 단교가 “테러와 과격주의의 위험으로부터 국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사우디)라고 강변하면서 “카타르가 지역 안보와 주권을 해치고 있다”(UAE)고 비난했다. 사우디·바레인·UAE·이집트가 먼저 착수한 데 이어 예멘·리비아·몰디브도 단교에 동참했다. 사우디의 주요 동맹인 요르단과 쿠웨이트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의 동쪽에 위치해 북쪽 걸프만을 향해 송곳처럼 솟아오른 소국 카타르는 오랫동안 걸프만 국가들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수니파 국가이면서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연합에 순종하기보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친선을 유지하고 이스라엘과도 경제 협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군주(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37)의 부친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 시절부터 세계 3위 매장량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을 바탕으로 독자외교를 강화해 왔다.
 아랍 주요국들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했고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후원한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 때문에 2014년에도 사우디 등은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육·해·공 봉쇄 조치는 유례없는 압박이다. 카타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고, 육지 국경을 유일하게 맞대고 있는 사우디에 수입 식량의 40%를 의존한다. 카타르는 예기치 못한 봉쇄에 패닉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사람들이 수퍼마켓으로 달려가 물·달걀·쌀·우유·고기 등을 사재기하기 바쁘다”면서 “이런 대혼돈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준비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전까지 사우디를 통해 육로로 수입했던 경기장 건설용 원자재 반입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카타르 외무부는 5일 7개국의 단교 선언에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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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카타르 국영통신이 보도한 셰이크 타밈 국왕의 ‘이란 옹호’ 연설 논란이다. 당시 국왕은 “이란을 향해 적대감을 품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란을 이슬람 세력으로 인정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사우디 등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카타르 정부는 “언론 사이트가 해킹당한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기사를 즉각 삭제했지만 카타르의 친이란 정책에 대한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게다가 카타르가 사냥 여행 도중 이라크에서 납치된 왕실 가족 등을 구출하기 위해 지난 4월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를 테러 연관 조직에 건넨 것도 문제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석방 합의금을 빌미로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재정 지원한다는 의혹이 걸프 국가 사이에서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이번 단교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2주 만에 벌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중동 순방 때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대이란 강경 동맹을 재천명하면서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 고립작전’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군 기지가 있는 카타르가 IS 격퇴 작전의 주요 베이스캠프라는 점에서 트럼프 중동정책이 한층 꼬이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호주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걸프만 각국의 결속 유지가 중요하다"며 사태 중재를 자원하는 등 갈등 진화에 나섰다.
 강혜란·김상진 기자 theother@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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