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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확대에 거액 투자하는 네이버ㆍ아마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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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유통 기업 아마존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의 모습. 아마존은 아마존 북스 매장 내에서 고객들의 동선과 책 구매 성향 등을 파악, 수집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가공해 마케팅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한다. [사진 아마존]

온라인 유통 기업 아마존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의 모습. 아마존은 아마존 북스 매장 내에서 고객들의 동선과 책 구매 성향 등을 파악, 수집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가공해 마케팅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한다. [사진 아마존]

회원 3억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 북스’를 열었다. 원래 이곳은 미국 서점 1위 반스앤노블과 보더스가 매출 부진으로 잇따라 문을 닫은 장소다. 돈을 벌겠다는 의도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제일 땅값 비싼 곳에 문을 열고서도 '아마존 북스'는 고객들에게 "여기서는 구경만 하고 온라인에서 주문하라"고 권장한다.

아마존 서점에서는 고객들이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직접 스캔해 가격을 알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CNN 캡처]

아마존 서점에서는 고객들이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직접 스캔해 가격을 알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CNN 캡처]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뉴욕에 굳이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것은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는 고객들의 동선·취향·구매 패턴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저녁 시간에 서점을 들른 40대 남성이 30분 동안 무협 소설을 읽고 10분 동안 비슷한 소설을 훑어보다 서점을 언제 떠났는지 알 수 있다. 이 손님이 결국 자신의 지갑을 열게 한 책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이 1월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운영 중인 무인마트 ‘아마존고’도 '아마존 북스'와 비슷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아마존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고객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AI 시대' 오프라인 데이터확보에 사활건 IT 기업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IT 기업들이 역으로 오프라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서 기술 발전만큼이나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 수집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과 행동, 물리 공간에 대한 데이터들은 궁극적으로 AI 기반의 기술 개발과 마케팅의 핵심 재료가 된다. 이들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보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

네이버가 최근 확대 개편한 쇼핑 플랫폼 ‘스토어팜’은 온라인 창업자들에게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11번가·쿠팡 등 기존 오픈마켓이 부과하는 판매·입점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 등록하는 과정도 간단하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물건을 찾는 고객들에게 노출되기도 쉬운 것도 인기 요인이다. “온라인 마켓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판매자들을 유치하고 고객들도 끌어모으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4일 부산 해운대에 문연 '파트너스퀘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4일 부산 해운대에 문연 '파트너스퀘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이윤숙 네이버 이사는 “지난해 10만 명 선이었던 스토어팜 판매자가 올해는 2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 입장에서는 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역마진’ 플랫폼이지만 소상공인과 고객 데이터를 모으는 데 반드시 필요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네이버로서는 오프라인 영역에 머물고 있는 판매자와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의 구매 정보ㆍ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네이버가 지난달 부산에 오픈한 ‘파트너스퀘어 부산’은 소규모 창업자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각종 교육을 받는 곳이다. 네이버는 대전ㆍ광주 등 지방 거점 도시에 연달아 파트너스퀘어를 열고 지방 소상공인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들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스토어팜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된다. 네이버로서는 30만 명의 소규모 창업자들과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된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서비스 전문가답게 파트너스퀘어와 스토어팜에 가장 공들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맵’ 등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교통과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조만간 이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카오 교통 O2O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온라인 광고 툴 ‘구글 어트리뷰션’은 온라인 사용자들의 오프라인 구매 패턴을 파악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제품 광고를 본 다음 바로 주문하지 않고 실제 매장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구글맵, 스마트폰 위치 정보와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지난달 처음 공개한 '구글 렌즈'의 사용 예시. [사진 구글]

구글이 지난달 처음 공개한 '구글 렌즈'의 사용 예시. [사진 구글]

구글이 지난달 선보인 AI 카메라 앱 ‘구글 렌즈’도 비슷한 맥락이다. 구글렌즈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식당을 비추면 간판을 인식해 식당 정보와 메뉴를 제공한다. 구글은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사용자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 동선 등을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IT 기업들이 오프라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는 e커머스(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거래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도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도 지난해 “순수한 전자상거래의 시대는 곧 끝날수밖에 없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물류가 결합한 신소매(新零售) 유통 모델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정보 수집이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와 관련된 논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구글이 ‘구글 어트리뷰션’을 내놓자 미국 소비자 단체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이상 익명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신용카드 결제 기록과 구매자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항의한다. 오프라인 데이터 수집을 빙자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존 북스’ 역시 2015년에 처음 문열었지만 “대기업이 지역 상권까지 침투하려고 한다”는 비판 때문에 확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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