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예고되지 않은 동선이 등장했다.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은 박용규(88)씨를 대신해 아들 종철(59)씨가 편지 형식의 소감문 낭독을 끝낸 시점이었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갑자기 일어서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는 박용규씨에게 다가갔다. 그의 오른편에 선 문 대통령은 한 손으로 그의 등 언저리를 받치고, 다른 손은 그의 손을 잡고 자리까지 이동을 도왔다. 참모들이 "경건한 형식의 기념식에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참석자들을 위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위로 정치"로 표현하는 행동이 재현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계엄군의 총탄에 아버지를 여읜 ‘5ㆍ18둥이’ 김소형(37)씨의 편지 낭독이 끝난 뒤 김씨를 쫓아가 포옹하며 위로했다. 김씨는 이후 언론에 “아버지가 온 것처럼, 아버지가 안아 준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은 박용규씨는 6ㆍ25 전쟁 당시 포병으로 복무했고, 박씨의 가족은 3대에 걸쳐 병역의 의무를 다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 대통령은 종철씨가 편지를 낭독할 때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고, 때로는 눈을 지그시 감고 경청했다. 문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는 중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다.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