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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숙제 많은데 … 출발도 못하는 외교안보 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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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기정(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임명된 지 12일 만인 5일 사표를 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차장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 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부적절 품행” 사실상 경질 #강경화도 청문회 진통 예고

청와대는 ‘사의 표명’이라고 했지만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경질에 가깝다. 여권 관계자는 ‘시중에 도는 구설’과 관련, “연세대 교수로 재직 시 부적절한 품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전 차장 임명 뒤 교수 시절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제보와 항의가 잇따랐다고 한다. 연세대 행정대학원 원장 출신인 김 전 차장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연구위원장으로 활동해 ‘외교안보 분야 핵심 브레인’으로 꼽힌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휘청거리고 있다. 안보실 2차장은 옛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외교·통일·정보융합·사이버안보 분야 정책을 총괄한다. 안보실 2차장이 공석이 되면 정상회담 실무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모든 외교·통일·국방 현안을 일일이 보고받고 있어 과부하상태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외교안보 부처에서 파견된 비서관 등이 있지만 업무에서는 상당 부분 손을 뗀 ‘무장해제’ 상태이고 비서관(1급) 바로 아래 선임행정관(2급·부처에선 국장급) 선에서 실무적인 일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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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레 낙마한 김 전 차장 외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및 자녀의 증여세 탈루 등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불거져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정했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에 대해 물으신다면 ‘노(NO)’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김유정 대변인)는 입장이다.

김 전 차장 낙마를 놓고는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교수 시절의 품행이라면 평판 조회만 했더라도 상당 부분 확인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거짓말 논란까지 일으킨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의 경우 주소지가 당초 청와대가 밝힌 친척집이 아니라 학교법인 이화학원의 관사였다는 사실은 등기부등본만 떼도 확인 가능한 내용이었다.

“전문성보다 인기·코드 인사, 스스로 인재풀 좁힌 게 이유” 

전문가들은 눈길을 끄는 파격만 고집하다 정작 전문성을 경시한 인사를 하면서 본말이 전도됐다고 분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핵 문제, 미·중·일과의 관계 등에 대한 전문성 위주보다는 인기 지향적 인사를 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새 정부가 탕평인사, 초당적 인사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코드에 맞거나 선거를 도운 인사만 놓고 찾다 보니 하자가 있어도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재풀을 좁힌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실장이 국방부에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문제를 놓고 군 쪽과의 소통 문제가 발생한 것도 전문성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국내 문제로 인해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을 예방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한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드 예산) 9억2300만 달러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발언하기에 이르렀다.

유지혜·박성훈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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