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이슬람 사원이 보증합니다 … 냉장 할랄고기 내놓는 몇 안 되는 곳

셰프의 선택 │ 김창훈의 ‘알바라카 할랄 정육점’

‘셰프의 선택’은 식음업계 전문가들이 평소 믿고 거래하는 식자재와 식기 업체 정보 등을 알려주는 코너. 이번 주는 서울 더 플라자호텔 김창훈 셰프가 추천한 ‘알바라카 할랄 정육점’이다.

무슬림 아닌 일반 고객이 20% 차지 #가성비 좋아 전국 한 달 판매량 20t #양 간, 닭 날개 끝 등 특수부위도 팔아

더 플라자 김창훈(사진) 셰프는 2016년부터 서울 이태원 ‘알바라카 할랄 정육점’에서 고기를 받고 있다.

2016년 말 한국관광공사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조치인 ‘한한령’으로 줄어든 중국 관광객 대신 늘어나는 동남아와 중동의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할랄 푸드 인증제를 도입했다. 더 플라자호텔을 비롯해 롯데호텔 서울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레지던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등 서울의 특급호텔들이 할랄 푸드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터컨티넨탈은 아예 할랄 전문셰프를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호텔 서울은 가격에 따라 거래처를 계속 바꾸고 있고, 임피리얼 팰리스는 할랄 인증 호주산 냉장·냉동 고기를 파는 대형 육류업체와 거래한다. 더 플라자호텔이 알바라카를 선택한 이유는 이곳이 이슬람 사원의 인증을 받은 곳이라서다. 알바라카 정육점은 할랄 정육점이긴 하지만 비(非)무슬림 손님이 전체 고객의 20%에 달할 정도로 할랄 인증과 무관하게 품질을 보고 찾는 손님이 많은 곳이다. 이태원 무슬림 사원 바로 뒤에 있는데 사원을 찾는 무슬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한 달 평균 20t이나 판다.

서울 이태원 이슬람 사원 뒤에 위치한 알바라카 할랄 정육점.

2013년 문을 연 알바라카 정육점의 가장 큰 경쟁력은 소·양·닭을 냉장 고기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정육점인데 냉장 고기를 파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아니다. 국내엔 할랄 정육점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대부분 냉동 고기를 판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알바라카의 후르시드(37) 사장은 “이태원의 외국종합마트 대부분이 할랄 육류를 냉동으로 들여놓는다”며 “냉장 고기를 판매하는 할랄 정육점은 한국에선 드물다”고 말했다. 국내엔 할랄 인증을 받은 도축장이 없어 육류 수입이 불가피한데 냉장 고기는 검역이 길고 복잡해 소매상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바라카는 한 달에 두 번 호주의 전문업체에서 대규모로 냉장 고기를 들여온다. 한 번에 거래량이 1t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보니 검역 문제나 운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이태원 이슬람 사원 뒤에 위치한 알바라카 할랄 정육점. 건물 입구에 할랄 인증마크가 표시돼 있다.

사실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 골목에는 알바라카 말고도 할랄 정육점이 꽤 많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알바라카는 매달 생고기 2.6t, 냉동 고기를 10~20t이나 팔 수 있는 걸까. 답은 역시 우수한 품질이다. 고기 질이 좋아 비무슬림 고객까지도 매료시켰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쇠고기는 홍두깨살과 우둔살이 100g당 2000원, 양고기는 어깨갈비가 100g당 1800원 수준이다. 양의 앞다리살과 목살은 100g당 각각 2200원과 1000원이다. 닭가슴살과 닭다리는 100g당 각각 900원, 600원이다.

다양한 특수부위도 판매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국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고기 종류나 육질도 다르기에 이에 맞춰 판매하는 것이다. 냉동 코너에서는 양 간, 닭 날개 끝부분(윙팁), 소 혀 등 독특한 고기 부위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우족과 쇠꼬리도 있다.

어떤 요리를 할지 모르면 후르시드 사장에게 물어보면 된다. 간단한 레시피부터 중동 전통 요리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