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시즌을 맞아 4명의 트렌드세터들에게 ‘나의 베스트 여행지’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두 번째 순서는 뷰티 업계에서 여행 좋아하기로 소문 난 에스티 로더 홍보팀의 한석동 과장이 다녀온 태국 치앙마이다.
CHIANG MAI 한석동(에스티 로더 PR)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여행 및 맛집 정보가 많기로 유명하다. 에디터에게 ‘느긋하게 쉬기만 하다 왔는데’라며 수줍게 보내온 메일엔 치앙마이의 사랑스러운 사진들이 가득했다. 그가 직접 전하는 태국 치앙마이 여행기.
처음 치앙마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일본 영화 <수영장>을 통해서다. 편안한 일상의 행복을 보여준 이 영화의 배경이 치앙마이의 호시하나 빌리지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늘 그곳에 가는 날을 꿈꿔왔던 것 같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쪽, 해발 300m의 고산 지대에 자리해서인지 방콕에 비해 비교적 서늘했다. 우버를 주로 이용했는데 만나는 드라이버들마다 가벼운 영어로 치앙마이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방콕에 비해 차도 막히지 않고 살기 좋은 데다 공기도 좋다면서 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치앙마이에는 방콕의 화려함과 첨단의 트렌드 대신 자생적으로 발생한 문화가 있다. 이를테면 오가닉 푸드나 카페 같은 것들. 방콕이 뉴욕이나 서울이라면, 치앙마이는 포틀랜드 같다고나 할까?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카페들이 골목마다 가득하고, 콜드 브루부터 라테 아트·태국식 커피까지 음료를 즐기는 방식도 제법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유기농 식자재를 농장에서부터 레스토랑까지 연계하고 수준급의 플레이팅을 선보이는 곳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좋은점은 치앙마이에서만 느껴지는 여유로움. 우연히 한 숍에 들어갔을 때, 고양이들이 배를 드러내놓고 무방비 상태로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치앙마이의 무드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품위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보타닉 팬트리’ 숍의 오너는 낯가리고 까다로운 나를 무장해제 시킨 사람. 간결하고 예쁜 숍의 모든 걸 혼자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대단하기만 했는데, 그녀 역시 몇 년 전 방콕에서의 복잡한 삶을 피해 치앙마이로 건너와 남편과 함께 작지만 큰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한다. 치앙마이 외곽에서 유기농 채소를 수확하며 지내다 보니 삶의 질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얘기가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매년 1월 1일 새로운 결심을 하는 내게 2017년의 결심은 ‘비우는 삶’이었다. 가슴 떨리는 것만 가지고 살아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양손에 라탄 바구니를 가득 들고 있었다. 그냥 나답게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게 치앙마이가 되었든, 서울이 되었든.
복잡하지 않은, 깨끗하고 정갈한 그리고 건강한 콘셉트의 브랜드. 정성스럽게 만든 핸드메이드 식품, 유기농 생강청, 각종 오일, 가루 치약, 소박한 라탄 소품들을 판매한다. ‘Less is More’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해준 공간.
INFOwww.facebook.com/botanicpantry
WRITER & PHOTOGRAPHER 한석동
EDITOR 이현정(lee.hyeonj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