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대 분광기 만들었더니 프랑스서 “어서 오세요”

중앙일보

입력 2017.06.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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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랑스 정부가 매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타트업을 프랑스로 유치하는 프로그램 ‘프렌치 테크 티켓’ 시즌2는 전 세계 스타트업의 주목을 받았다. 100여 개 나라에서 1220개 스타트업이 지원했다. 지난 3월 프랑스 정부는 40개 나라의 70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처음으로 17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리스트에 올라 화제가 됐다. 세계 최초로 ‘휴대용 분광기’인 ‘링크스퀘어’ 개발에 성공한 스트라티오 이제형(39·사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스타트업 스트라티오 이제형 대표
가짜 지폐·약품 등 즉석 감별 기술
창업센터 입주, 1년간 자금 지원도

프렌치 테크 티켓이 인기를 끄는 것은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프랑스 전역에 있는 41개 창업센터에 무료로 입주할 수 있다. 1년 동안 4만 5000유로(약 5500만원)의 펀딩도 받는다. 이 대표는 “가장 매력적인 것은 프랑스 정착을 위한 정착 지원 패키지”라고 말했다. 그도 5년 동안 프랑스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프랑스 진출을 발판 삼아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트라티오의 휴대용 분광기 링크스퀘어는 이미지 센서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프로젝트다. 분광기는 특정 물질에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분광지문’을 파악해 물질을 구별하는 기기다. 보통 1억원이 넘는 고가다. 스트라티오는 이런 비싼 기기를 60g 무게에 500달러(약 56만원)짜리 휴대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대표는 “ 우리가 개발한 링크스퀘어로 위조지폐 여부와 위스키·약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링크스웨어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비아그라의 진품과 가짜를 가져왔다. 링크스퀘어에 가짜 비아그라를 올려놓으니 5~7초 후 분광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에 ‘Counterfeit(가짜)’라는 단어가 떴다. 사용법은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그는 “분광기를 이용하면 고기나 과일이 상했는지, 과일의 당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알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링크스퀘어의 다음 버전에는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근적외선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 너머에 있는 빛이다. ‘방산 기술’로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하기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식품 분류, 의료 영상과 같은 기존의 근적외선 이미징 분야뿐만 아니라 무인자동차를 위한 광선레이더 시스템과 스마트 리빙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석사·박사 과정을 마친 이 대표는 2013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트라티오를 창업했다. 같은 해 10월 한국 사무실도 오픈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펼쳤고, 이제는 프랑스도 시시때때로 가야 한다. 총 15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고, 핵심 역할을 맡은 이들은 대부분 스탠퍼드대 대학원 출신들이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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