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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영장 재청구 불투명..."추가 혐의 적용하려면 덴마크 정부 승인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구속영장 재청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에 장애물이 생겼다. 정씨를 덴마크에서 강제 송환한 법적 근거인 '범죄인인도법' 때문이다. 범죄인인도법 제10조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덴마크 정부로부터 정씨의 신병을 인도 받으면서 승인받은 혐의 외에 별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덴마크 정부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2일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적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씨에 대한 보강 조사를 해도 추가 혐의를 적용하려면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문제를 풀기 위한 덴마크 정부와 사법공조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이에 정씨 소환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3일 오전 1시가 넘어 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영장에 청구된 범죄 사실에 따른 피의자 정씨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 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정씨를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정씨의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업무방해)와 청담고 부정 출결(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증거 수집이 충분히 돼 정씨를 구속 상태에서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국정농단 사건의 상징성이 있는 정씨를 구속하는 데에 실패한 검찰은 곤혼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특수본 관계자는 "범죄 소명은 인정하지만 다른 이유로 기각을 하니 재청구를 해야하는 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씨의 범행 가담 정도에 대해선 "정씨의 단독 범행이 없고 모두 최씨와 공동으로 한 건 사실이다. 가담 정도가 가장 높은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가 기각돼 추가 혐의를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제한 조건에도 검찰이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와 의혹 규명의 과제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놓고 시험대에 서게 됐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씨가 범행을 주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공소유지 등에서 핵심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영장 재청구를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씨에게 여전히 확인해야 할 게 많다"며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은 정씨를 구속해 박근혜 전 대통령-최씨-삼성으로 연결된 뇌물 혐의를 입증할 새 단서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최씨의 태도 변화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최씨 일가가 해외에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는 범죄 수익과 재산도 정씨 구속 후 본격적으로 추적할 예정이었다.

특수본은 덴마크 정부와 재협의가 이뤄질 경우 정씨를 소환해 1차 구속영장 청구서에 넣지 않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뇌물수수 공모 혐의 등을 보강 조사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도 최씨가 모든 일을 주도했다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항입국장에서 “나는 좀 억울하다”고 심경을 밝혔던 정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모르는 일" "엄마가 시킨대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자기 일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상처와 허탈감을 준 것을 반성한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씨는 3일 새벽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 최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으로 귀가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정씨는 집 밖으로 나와 이경재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2시간 가량 회의를 하고 귀가했다. 정씨는 취재진에게 "어머니가 보고 싶다. 면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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