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 대신 머그샷, 골프황제의 아우라 사라지다

중앙선데이

입력 2017.06.04 01:04

업데이트 2017.06.0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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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25면

눈에 띄게 적어진 머리 숱, 깎지 않은 수염. 타이거 우즈는 초췌했다. 특히 눈이 그랬다. 초점을 잃었고 눈꺼풀은 축 처졌다. 커다란 눈꺼풀이 눈을 대부분 덮은 만화 캐릭터 가필드 사진과 비교한 그림이 나올 정도였다.

음주보다 치료약 화학 반응 가능성
우즈, 스타의 몰락 시작된 것 같아 씁쓸

우즈가 경찰서에서 찍은 머그샷.

우즈가 경찰서에서 찍은 머그샷.

우즈가 지난달 30일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찍은 머그샷(경찰서에서 찍는 범죄 혐의자의 얼굴 사진)은 41세 치곤 너무 늙어 보였다. 골프황제의 위엄은 사라졌다. 외로워 보였고 뭔가 도움을 바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2009년 섹스 스캔들 직후 그의 표정이 연상됐다.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될 당시 우즈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음주 측정에서 알코올 수치는 0이었다. 우즈는 “아픈 허리 때문에 복용한 약들이 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우즈는 일단 석방됐지만 이걸로 끝난 건 아니다. 우즈의 자동차는 길에서 시동과 깜빡이가 켜진 채 양쪽 범퍼가 파손되고 타이어는 터진 상태로 발견됐다. 우즈는 잠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매우 어눌하게 횡설수설했고 몸을 가누지 못했다. 경찰서에 가서도 오랫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경찰은 우즈의 몸에 어떤 약성분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우즈가 마약 같은 금지된 약물을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인 말대로 통증 약과 불면증 치료제 등의 화학 반응이길 바란다. 그러나 사건의 충격을 지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머그샷이 유죄 판결은 아니지만 이미지는 매우 강렬하다. 미국에서 셀러브리티들의 머그샷이 나오면 몰락의 상징이다. 스타는 이미지다. 완벽하게 포장되고 예술적으로 다듬어진 포토샵 사진 속에 살던 스타가 어느 날 아침 뉴스에 머그샷으로 나오면 아우라는 사라진다. 스타는 권위·능력·돈·스타일리스트·홍보담당자 등 보호막이 제거된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머그샷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대중도 그를 이전과 같이 보지 않고 본인도 그렇게 느낀다. 스포츠 스타의 경우 경쟁자들이 만만하게 생각한다. 셀러브러티의 머그샷은 흔치 않기 때문에 널리 확산된다. 인터넷은 잊지 않는다.

우즈가 최고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도덕적 자부심이었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경쟁자보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우승할 만하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 자부심은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섹스 스캔들과 함께 깨졌다. 우즈는 이후 뭔가 불안해 보였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우즈는 머그샷으로 마음속에 또 다른 주홍글씨를 안게 됐다.

골프 기자로서 타이거 우즈라는 최고 스타와 동시대를 보낸 것은 행운이라고 여긴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칭기즈칸 같은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의 시대에 사는 역사가와 비슷하다고 본다. 역사가는 그들의 제국, 그들의 전투, 그들의 이상, 그들의 영토, 그들의 마음, 그들의 부하, 그들의 고독, 그들의 여인까지 불세출의 영웅의 모습을 뜯어볼 수 있다. 냉정하지만 그 중 하나는 영웅의 몰락이다. 이 머그샷이 그 상징이 될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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