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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체취 남은 '수덕여관'

중앙일보

입력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숭산(해발 495m) 자락에 있는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때 창건됐다. 천년 고찰답게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대웅전(국보 49)등 가치있는 문화재가 많다.

수덕사 옆 현대 미술의 거장 이응로, 원담 스님 작품 모은 선 미술관 #나혜석과 이응로가 작품활동하던 수덕여관 리모델링해 만들어 #한국 최초의 목조건물(대웅전)등 문화재보다 미술 관광코스가 더 유명 #수덕사, 유물전시관·둘레길·야외공연장 등 만들어 관광객에 제공키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옆에 있는 수덕여관 정문. 현판 글씨는 고암 이응로 화백이 썼다.김방현 기자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옆에 있는 수덕여관 정문. 현판 글씨는 고암 이응로 화백이 썼다.김방현 기자

하지만 수덕사는 문화재보다는 미술을 테마로 한 관광명소로 더 인기다. 수덕사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왼쪽에 미술관이 눈에 들어온다. 2010년 지은 국내 최초의 ‘선(禪)미술관’이다.

미술관 바로 옆에는 한국 현대 미술계의 거장인 고암 이응로(1904∼1989) 화백이 작품활동을 하던 수덕여관(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이 있다. 이응로 화백은 1944년 초가집인 수덕여관을 구입해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까지 기거했다. 그는 수덕여관 뜰 바위에 암각화 2점을 남겼다. 수덕여관은 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6)이 살던 곳이다.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선 미술관에는 전시실 2곳이 있다. 이응로 화백과 수덕사 방장을 지낸 원담(1927~2008) 스님의 작품을 전시한 곳과 일반 미술가들의 상설 전시관이다. 이응로 화백의 작품 10여 점과 달마도 등 원담 스님의 작품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상설 전시관에서는 일반 미술가의 작품을 연중 전시한다. 전국의 화가가 이곳에서 전시회를 연다. 미술관 관람료는 무료다.

수덕사 선미술관 입구. 김방현 기자

수덕사 선미술관 입구. 김방현 기자

수덕사 곽호일 실장은 “수덕사 방문객은 연간 60만명쯤 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미술관과 수덕여관을 찾는다”며 "수덕사보다 미술관과 수덕여관이 더 인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만난 김연희(49·경기도 수원시)씨는 “천년 고찰도 감상하고 미술작품도 볼 수 있는 드문 곳”이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시 덕산면 수덕사 옆에 있는 수덕여관 앞마당. 2008년 리모델링했다. 김방현 기자

충남 예산시 덕산면 수덕사 옆에 있는 수덕여관 앞마당. 2008년 리모델링했다. 김방현 기자

단층 건물인 미술관은 수덕사가 예산군에서 받은 사업비를 포함해 16억원을 들여 지었다. 수덕사 대웅전 지붕을 형상화하고 단순함이라는 선(禪)의 의미를 살리되 서양 건축 양식으로 지었다. 초가집인 수덕여관과 어우러져 동서양 건축양식의 조화를 보여준다.

수덕여관은 1054㎡의 터에 ㄷ자 형태로 지은 초가집이다. 예산군이 2009년 4억원을 들여 종전 건물을 해체하고 방 7개, 툇마루·온돌 등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 현재 남아 있는 수덕여관의 현판은 이응노의 작품이다.

수덕여관은 나혜석이 1934년 이혼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수덕사에서 수행 중이던 친구 일엽 스님(1896~1971)을 찾아와 말년을 보낸 곳이다. 나혜석은 당시 수덕사 조실 만공스님에게 출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스님은 "임자는 중 노릇할 사람이 아니야"라며 거절했다.
이에 나혜석은 여관에 정착했다. 그림을 그리고 자신을 찾아오는 예술인들을 만나며 5년 정도 머물렀다. 이응로 화백은 40년대 초 선배 화가였던 나혜석을 만나면서 수덕여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응로화백은 나혜석에게 그림을 배웠다. 나혜석은 수덕여관을 떠나 여기저기 전전하다 1948년 행려병자로 삶을 마감했다.

수덕사 측은 사찰 주변 덕숭산 자락에 올해 말까지 둘레길(3㎞)과 소규모 인공 계곡·야외공연장 등을 만들 예정이다. 또 선미술관 옆에 100억원을 들여 유물전시관도 조성한다. 유물전시관에서는 수덕사가 보관중인 탱화·불상 등 문화재를 포함해 불교 관련 물품 3000여점을 전시한다.
수덕사 정묵 스님은 "불교 문화와 미술이 살아 숨쉬는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예산=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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