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시즌을 맞아 여행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4명의 트렌드세터들에게 ‘나의 베스트 여행지’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낯선 도시로 떠난 이들의 4인 4색 여행기. 그 첫 번째 순서로 포토그래퍼 김한준이 다녀온 영국의 세븐 시스터스를 소개한다.
SEVEN SISTERS 김한준(포토그래퍼)
그의 본업은 패션 & 뷰티 사진을 찍는 것이지만 사실 여행 사진을 남몰래 사랑한다. 복잡한 런던에서 벗어나 탁 트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세븐 시스터스는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런던의 서쪽에는 거대한 해안 절벽이 자리한다. 일곱 개의 절벽이 우뚝 서 있다는 이유로 세븐 시스터스라 불리는 브라이턴의 대자연이다. 이 절경을 감상하려면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야 한다(요즘은 버스가 절벽 코앞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들을 걷다 보면 갈림길도, 커다란 호수도, 이방인의 존재를 묵인하는 양 떼도, 거친 바람도 만나게 되는데 나처럼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등골에 땀이 흐르는 경험이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소판 같달까.
영원할 것만 같은 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육지가 끝나는 순간이 나타난다. 그 끝은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그곳에 도착하면 주저앉아 거친 숨을 거센 바람으로 달래며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일이다. 홀로 또는 둘이 걷던 사람들은 자갈 해변에 눕거나 앉아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묻지 않았으나 그 사람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음악, 공연, 클럽, 술, 패션 등이 역사라는 토양 위에서 일상적으로 자라나는 런던은 사람의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끌어내 창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도시다. 그리고 그 대도시의 근교인 브라이턴의 세븐 시스터스는 대자연이라는 커다란 보자기로 내가 겪은 런던의 경험들을 한데 묶어주었다. 런던과 브라이턴 여행은 궁합이 잘 맞는 생선과 감자 같다. 그러고 보니 세븐 시스터스 초입에는 꽤 유명한 피시 앤 칩스 맛집도 있다.
스티븐 쇼어 『Uncommon Places』
포토그래퍼 김한준이 추천하는 사진집. 스티븐 쇼어는 우리의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도 특별하고 컬러풀하게 변화시키는 사진가다. 아직 여행을 떠나지 못한 당신의 마음을 달래기에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사진집도 없다.
WRITER & PHOTOGRAPHER 김한준
EDITOR 이현정(lee.hyeonjeo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