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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트렌드세터 4인의 나의 베스트 여행지 (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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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시즌을 맞아 여행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4명의 트렌드세터들에게 ‘나의 베스트 여행지’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낯선 도시로 떠난 이들의 4인 4색 여행기. 그 첫 번째 순서로 포토그래퍼 김한준이 다녀온 영국의 세븐 시스터스를 소개한다.

SEVEN SISTERS  김한준(포토그래퍼)

그의 본업은 패션 & 뷰티 사진을 찍는 것이지만 사실 여행 사진을 남몰래 사랑한다. 복잡한 런던에서 벗어나 탁 트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세븐 시스터스는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7개의 언덕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 하지만 그 끝엔 마치 케이크 나이프로 반듯하게 자른 듯한 절벽이 있다.

런던의 서쪽에는 거대한 해안 절벽이 자리한다. 일곱 개의 절벽이 우뚝 서 있다는 이유로 세븐 시스터스라 불리는 브라이턴의 대자연이다. 이 절경을 감상하려면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을 해야 한다(요즘은 버스가 절벽 코앞까지 데려다주기도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들을 걷다 보면 갈림길도, 커다란 호수도, 이방인의 존재를 묵인하는 양 떼도, 거친 바람도 만나게 되는데 나처럼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등골에 땀이 흐르는 경험이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의 축소판 같달까.

이곳에 오면 누구든 저렇게 해변에 드러눕게 된다.

영원할 것만 같은 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육지가 끝나는 순간이 나타난다. 그 끝은 바다로 떨어지는 낭떠러지. 그곳에 도착하면 주저앉아 거친 숨을 거센 바람으로 달래며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일이다. 홀로 또는 둘이 걷던 사람들은 자갈 해변에 눕거나 앉아 그저 바다만 바라본다. 묻지 않았으나 그 사람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침식에 의해 매년 뒤로 30cm 씩 물러나고 있다는 절벽.

음악, 공연, 클럽, 술, 패션 등이 역사라는 토양 위에서 일상적으로 자라나는 런던은 사람의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끌어내 창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도시다. 그리고 그 대도시의 근교인 브라이턴의 세븐 시스터스는 대자연이라는 커다란 보자기로 내가 겪은 런던의 경험들을 한데 묶어주었다. 런던과 브라이턴 여행은 궁합이 잘 맞는 생선과 감자 같다. 그러고 보니 세븐 시스터스 초입에는 꽤 유명한 피시 앤 칩스 맛집도 있다.

스티븐 쇼어 『Uncommon Places』

포토그래퍼 김한준이 추천하는 사진집. 스티븐 쇼어는 우리의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도 특별하고 컬러풀하게 변화시키는 사진가다. 아직 여행을 떠나지 못한 당신의 마음을 달래기에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사진집도 없다.

WRITER & PHOTOGRAPHER 김한준
EDITOR 이현정(lee.hyeonjeo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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