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탕...백두대간 '멧돼지 사파리' 가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경북과 강원도 지역에서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 수렵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개체수가 늘면서 농작물뿐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자주 발생하면서 지자체들이 수렵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숲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이 밀집한 이 지역에서 '백두대간 사파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작년에만 경북 산자락에서 멧돼지 7920마리 포획 #강원도 야생동물 피해방지단 멧돼지 3052마리 잡아 #고라니와 까치 등 10여종 야생동물과의 전쟁 #농가 피해 이어져, 경북도 피해보상금도 지원

2일 경북도 환경정책과에 따르면 지난해 백두대간 경북 구간에서 포수(砲手)들에 의해 멧돼지·고라니와 조류 등 10여종의 야생동물 7만646마리가 포획됐다. 멧돼지만 7920마리, 고라니는 2만마리가 넘게 잡혔다. 멧돼지는 상주시와 영양군 등 산이 많은 경북 북부지역에서 많이 잡혔다.

영주시·상주시·영양군·고령군·칠곡군·김천시·구미시 등 7개 시·군에서 운영한 순환수렵장에서 포수들이 4만6339마리를 잡았고, 경북 전체 23개 시·군에 각각 만들어진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 2만4307마리를 잡았다.

순환수렵장은 야생동물 개체가 많아 포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각 지자체가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 전국 포수들에게 1인당 50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일정기간 야생동물을 잡도록 한 장소다.

예를들어 50만원을 내면 4개월간 멧돼지 등 유해 야생 조수를 포획할 수 있는 적색포획승인증을 준다.

20만원을 내면 4개월간 멧돼지를 제외한 지자체 지정 야생동물만 사냥할 수 있는 청색포획승인증을 준다.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은 각 시·군별로 모범 엽사 30여명씩으로 구성된 일종의 야생동물 민간 포획단이다. 수확기 농작물 등 야생동물 피해가 발생하면 수시로 출동한다.

심야 시간 목격된 멧돼지.[사진 경북도]

심야 시간 목격된 멧돼지.[사진 경북도]

북한산 일대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멧돼지들. 경기도 고양시 효자원.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북한산 일대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멧돼지들. 경기도 고양시 효자원.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멧돼지는 수시로 민가에 내려와 농가에 피해를 입힌다. 고구마·사과·자두·벼 등 농작물을 가리지 않고 마구 뜯어먹는다. 밭이나 과수원을 헤집고 다녀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지난해 경북에서만 12억7900만원어치의 재산피해가 났다.

북한산 멧돼지 포획틀

북한산 멧돼지 포획틀

관련기사

지난해 고라니가 입힌 경북지역 농작물 피해만 3억900만원어치다.

야산에서 목격된 멧돼지.[사진 경북도]

야산에서 목격된 멧돼지.[사진 경북도]

콩 같은 농작물을 파먹는 까치 등 조류와 청설모같은 작은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도 2억9000만원어치가 발생했다.

경북도는 농가 야생동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철선울타리와 전기목책을 지원하고 있다. 야생동물 인명피해 보상보험을 따로 들어 사망위로금·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219명의 주민이 야생동물의 공격 등으로 피해를 입어 1억34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219명 중 사망자는 12명으로, 이중 1명은 고라니와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는 벌(9명)과 진드기(2명)로 인한 사망이다.

김원석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산이 많은 경북지역에는 야생동물 개체 수가 많고 각종 피해도 많다"며 "지난해 5억원 정도 농민들에게 농작물 피해 보상금을 지원했고, 올해도 4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낙엽 사이에 멧돼지가 보인다. [사진 경북도]

낙엽 사이에 멧돼지가 보인다. [사진 경북도]

강원도도 야생동물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멧돼지 습격으로 주민이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3시26분쯤 강원 삼척시 가곡면 동활리 속칭 홍골 인근 야산에서 김모(58)씨가 멧돼지의 공격을 받았다. 김씨는 약초를 캐고 하산하던 중 멧돼지에게 허벅지를 물렸다. 당시 김씨는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동맥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졌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강원도내 18개 시·군에서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25명의 포수가 멧돼지 3052마리, 고라니 2만3599마리를 포획하는 등 야생 조수 2만6651마리를 잡았다. 정선군과 인제군의 경우는 순환수렵장을 운영해 포수들이 985마리의 멧돼지와 881마리의 고라니를 추가로 포획했다.
 그렇다면 멧돼지·고라니 등 야생동물과 갑자기 마주쳤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멧돼지 등 야생동물은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며 “마주쳤을 때는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지 말고 조용히 바위에 오르는 등 자극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동·삼척=김윤호·박진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