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빈 “한국 방위에 미국이 돈 내는데 왜 논란 있나”

중앙일보

입력 2017.06.02 02:39

업데이트 2017.06.0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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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뉴스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깊이 고민하면서 생각해봤다. 한국 방위에 미국이 돈을 내는데 왜 논란이 있느냐….”

사드 논란 국제 이슈로 확산
청와대 “더빈 예방 때 갈등 없었다
합법적 절차 따라 진행에 서로 공감”
정의용, 한·미 정상회담 조율 방미

미국의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빈 총무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문 대통령이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나 합리적·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답한 것에 더빈 총무가 ‘공감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갈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더빈 총무는 면담 후 한 영문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사드 예산을 뺄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공개했다. 인터뷰에선 “내가 만약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한국에 퍼부을 수백 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드 시스템을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내 일부 인사가 사드는 주로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는 말도 했다. 더빈 총무는 미국에서 야당 의원이라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사드 논란이 국제 이슈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발사대 4기의 ‘보고 누락’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연이어 미측 인사들을 접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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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미국으로 출국한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미 고위 인사를 이틀간 만난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 조율하고 북핵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 장관은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회의)에 참석한다.

정 실장은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논란이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런 소리는 못 들었다.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해 조사하게 된 배경을 어제(5월 31일) 외교부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보고 누락’ 의혹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한 장관과의 지난달 28일 오찬과 관련해선 “아마 금방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조금 지켜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정 실장이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지만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만 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다 보면 뉘앙스 차이라든지 차이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는 수준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사실상 보고 누락을 부인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조사를 받을 때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한 장관은 샹그릴라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등을 만난다. 청와대가 진상조사 대상인 한 장관을 샹그릴라회의에 참석하게 한 것도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진상조사 작업은 강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한 장관은 물론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조사했다고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멤버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도 민정수석실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상조사 작업이 진행되면서 청와대와 국방부의 관계가 아슬아슬해지고 있다. 보고 누락 외에도 사드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유동준 국방부 시설기획과장은 1일 “ 주한미군에 공여한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는 32만여㎡인데, 미국 측이 보내온 설계자료에는 사업면적이 10만㎡로 돼 있기 때문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일 뿐이란 주장이다. “발사대 4기의 반입 사실을 비공개한 이유가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던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과는 차이가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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