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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 “트럼프 어떤 결정하든 … 미국, 온실가스 감축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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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JEJU FORUM 

“미국의 시민으로 말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기후변화 저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기후변화 도전과 기회’ 특별강연 #온난화로 각종 감염병 피해 늘고 #수퍼태풍·빙하붕괴도 급속 확산 #한국 해수 온도 오르고 적조 빈번 #제주처럼 신재생에너지 더 늘려야

‘기후변화 전도사’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일 열린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해 밝힌 일성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195개국이 2015년 합의해 마련한 온실가스 감축안인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예고했다.

제12회 제주포럼에 참석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일 오전 특별 세션에서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제12회 제주포럼에 참석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일 오전 특별 세션에서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날 오전 고어 전 부통령은 제주포럼 개회식에 앞서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더 나은 성장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강연 직후 원희룡 제주지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기후변화협약 조치에 대한 전망을 묻자 고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무관하게 이미 미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약정했던 수준을 넘어 빠른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고어는 “미국은 견제와 균형을 명시한 헌법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라면서 법원들이 잇따라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기를 든 사례를 적시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서도 미 연방정부의 조치와 별도로 기후변화 위기를 인식하는 주정부와 수많은 기업, 소비자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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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는 2006년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도사로 자리매김했다.

고어는 강연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위기 상황을 사진과 영상자료 등으로 설명했다. 이란의 경우 2015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체감온도가 최고 74도를 기록했다. 고어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온도”라고 단언한 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의료비상사태(medical emergency)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온 상승으로 각종 박테리아와 곤충 등 매개체 급증에 따른 감염병 증가를 우려했다. 최근 2년간 남미 전역에서 임신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원인도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고어는 또 해수 온도가 오르며 ‘수퍼태풍’의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고, 하와이에서 미국 서부까지 수천㎞ 거리를 옮겨 다니는 거대한 수증기, 이른바 ‘대기의 강’이 홍수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극지방의 빙하가) 드라마틱하게 녹고 있다”면서 자신이 지난 4월 그린란드에서 항공촬영한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치 연쇄 폭파되는 건물처럼 거대한 얼음산이 녹아내리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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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는 한국 역시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가 갈수록 해수 온도가 점점 오르며 적조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는 것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기후변화 위기 극복에 화석연료 감축은 불가피하다. 고어는 "대신 풍력과 태양열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무탄소를 지향하는 제주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전 세계 풍력 발전량 목표치는 당초 30였지만 실제로는 16배의 추가 발전량을 달성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 뒤 고어는 대안학교인 내일학교(경북 봉화군)에 다니는 스무 살 학생 민우 씨로부터 “올해 20세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고어는 “개인적인 대화나 친환경 상품 구매 등 당장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정치적인 참여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일화를 소개했다. 1961년 케네디 전 대통령은 모두가 불가능한 꿈으로 여기던 달 탐사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69년 인류는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 일을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젊은 엔지니어들의 평균 나이는 26세에 불과했다. 10대에 들었던 연설을 가슴에 품고 자란 세대란 것이다. 고어는 “기후변화 위기 역시 이길 수 있다. 더 빨리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남정호 논설위원, 유지혜·안태훈·김상진·이승호·정에스더 기자
nam.j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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