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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입에 붙는 사시미·생선구이 ... 맛·값은 안심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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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재패니즈다이닝 안심’의 대표 메뉴인 사시미모둠에는 10가지가 올라온다. 취재차 간 금요일 심야에는 다음날 영업을 안 해서 그랬는지 단새우, 다시마에 절인 연어, 참치 붉은 살, 청어, 홋카이도 가리비, 술찜한 전복, 광어, 초절임한 고등어, 방어, 성게알(우니), 연어알절임(이크라), 해삼내장젓갈(고노와다) 등 12가지가 나왔다.

‘재패니즈다이닝 안심’의 대표 메뉴인 사시미모둠에는 10가지가 올라온다. 취재차 간 금요일 심야에는 다음날 영업을 안 해서 그랬는지 단새우, 다시마에 절인 연어, 참치 붉은 살, 청어, 홋카이도 가리비, 술찜한 전복, 광어, 초절임한 고등어, 방어, 성게알(우니), 연어알절임(이크라), 해삼내장젓갈(고노와다) 등 12가지가 나왔다.

비늘 튀겨 숯불에 구운 옥돔 '바삭 촉촉' 그 자체  

무척 외진 곳이다. 서울 강남이긴 하지만 역삼동 상록회관 뒤 긴 골목 안에 있다. 전철은 선릉~역삼역 사이 어중간하다. 핑크색 간판과 노래방이 눈에 많이 띄는 골목은 2차 술자리 분위기가 완연하다. 이 집은 주변의 현란한 간판들에 기가 죽은 듯 흑백으로 겨우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역삼동 상록회관 뒤 깊은 골목 중간에 있는 '재패니즈다이닝 안심'의 흑백 간판. 한쪽에 비치는 불빛이 골목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하다.

역삼동 상록회관 뒤 깊은 골목 중간에 있는 '재패니즈다이닝 안심'의 흑백 간판. 한쪽에 비치는 불빛이 골목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하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더 깊이 숨어있다. 옥호가 ‘안심(서울 강남구 언주로98길 9, 2층/전화 070-8808-0618)’인데 검색을 하면 고깃집이나 안심서비스·안심귀가 같은 말들이 나오기 십상이다. ‘재패니즈다이닝 안심’이라고 9자를 입력한 다음에야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옥호에 사연이 있다. 개업 전 이름을 지으려고 온 가족이 모였다. 안진석(36) 셰프의 마음을 담아서 음식을 하고 손님을 모시겠다는 뜻을 담아 ‘안심(安心)’으로 하자고 매형이 제안했다. 마음에 들었다. 인터넷 검색의 불리함을 감수하고라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 싣는 진실의 무게는 안 셰프 요리인생의 좌표이기 때문이다.

평이 좋은 음식은 사시미모둠과 생선구이. 강남의 비슷한 집들에 비해 가격도 편한 수준이다. 사시미모둠 2인 3만8000원, 3인 5만5000원, 4인 7만2000원. 오마카세(쥔 맘대로 코스) 1인 7만원, 옥돔숯불구이 3만2000원(절반 1만7000원), 자연산 우럭구이 2만2000원, 안심마끼 2만2000원(절반 1만3000원), 다른 단품 음식들은 8000~2만8000만원.

사시미모둠 내용은 식재료 사정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금요일(5월 26일) 오후 10시 마감을 2시간 앞두고 불쑥 찾아간 날은 홋카이도 산 가리비, 술찜전복, 참치 붉은살, 광어, 방어, 청어, 단새우, 국내산 성게알(우니), 연어알절임(이크라), 초절임 고등어, 다시마에 살짝 절인 연어, 고노와다(해삼내장젓갈) 등 12가지로 차렸다. 10가지쯤이 표준인 걸로 알고 갔는데 많이 나왔다. 다음날 큰 일이 있어 문을 열지 않는다 하니 ‘주말 떨이’ 덕을 보는 듯했다. 턱이 높고 너부죽한 자기 그릇의 바닥에 얼음을 깔고 회를 차렸다. 배열과 칼질이 섬세했다. 방어를 한 점 먹어봤다. 차려진 회 가운데 평소 덜 좋아하는 걸 일부러 골랐다. 입에 넣자마자 ‘어’ 싶게 감칠맛이 전해졌다. 부드러운 살을 우물거리자 고소한 단맛이 진했다. 숙성을 잘했구나, 직감이 왔다. 가리비·청어·광어를 잇따라 먹어봤다. 세평(世評)이 틀리지 않음을 알겠다.

옥돔구이 절반이다. 제주에서 직송해 선도가 좋은 옥돔을 손질해 비늘은 끓는 기름을 부어 튀기고 살은 숯불에 구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안심’이 가장 내세우는 음식이다.

옥돔구이 절반이다. 제주에서 직송해 선도가 좋은 옥돔을 손질해 비늘은 끓는 기름을 부어 튀기고 살은 숯불에 구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안심’이 가장 내세우는 음식이다.

금태와 옥돔구이(작은 토막)는 살을 가르자 제 몸의 즙이 접시 바닥을 적셨다. 사시미모둠의 화려한 차림새를 보고 꽃밭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생선구이를 먹으니 입 안에서 꽃이 피는 듯했다.

금태와 옥돔구이(작은 토막)는 살을 가르자 제 몸의 즙이 접시 바닥을 적셨다. 사시미모둠의 화려한 차림새를 보고 꽃밭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생선구이를 먹으니 입 안에서 꽃이 피는 듯했다.

이어 나온 생선구이 접시엔 통째 구운 금태와 비늘이 붙어있는 옥돔 반 토막(4분의 1마리)가 방울토마토절임을 곁들여 나왔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다는 말을 그대로 구현한 구이였다. 생선을 가르자 제 몸의 물기가 접시 바닥에 번질 정도로 속이 촉촉했다. 먹어 보니 바삭함도 살아있다. 생선 신선도도 좋다. 수산물 조달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부산·제주·목포의 중매인들과 직거래, 직송으로 받아쓴다고 한다. 단골들이 산지 거래처를 많이 소개해줬다. 나도 통영의 여름 굴(3배체 굴) 생산자를 소개해줬다. 산지에서 구하지 못하는 것들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들여온다.

오븐에서는 금태가, 구이기 위에서는 옥돔이 구워지고 있다. 안진석 오너셰프는 사람을 대할 때는 늘 미소 띈 얼굴이지만 음식을 할 때는 표정과 눈빛이 매섭게 돌변한다. 지켜보니 구이를 할 때 더 그랬다.

오븐에서는 금태가, 구이기 위에서는 옥돔이 구워지고 있다. 안진석 오너셰프는 사람을 대할 때는 늘 미소 띈 얼굴이지만 음식을 할 때는 표정과 눈빛이 매섭게 돌변한다. 지켜보니 구이를 할 때 더 그랬다.

아침에 제주도에서 공수한 싱싱한 옥돔을 손질하는 안진석 오너셰프. 사진에서도 신선도가 느껴진다. 옥돔구이는 반 마리 주문이 많기 때문에 손질을 해서 반으로 나눠놓기도 해야 한다.

아침에 제주도에서 공수한 싱싱한 옥돔을 손질하는 안진석 오너셰프. 사진에서도 신선도가 느껴진다. 옥돔구이는 반 마리 주문이 많기 때문에 손질을 해서 반으로 나눠놓기도 해야 한다.

이 집이 맛있다고 알려준 사람은 뜻밖에도 내가 아끼고 존중하는 요리사들이다. 용인 고기리 장원막국수의 오너셰프와 안주인으로 자칭 ‘초단골’인 유수창(45)·김윤정(42)씨 부부,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이 ‘우동 달인’으로 소개한 박상현(35) 셰프다. 막국수와 우동으로 대한민국 최고를 노리는 고수들이다.

‘안심’이 맛있다고 소개해준 사람들은 내가 아끼고 존중하는 유명한 셰프들이다. 오른쪽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진석 오너셰프, 필자, ‘우동 달인’ 박상현 셰프, 손님이 말 그대로 연일 장사진(長蛇陣)을 치는 고기리 막국수 집 안주인과 오너셰프 김윤정·유수창 부부.

‘안심’이 맛있다고 소개해준 사람들은 내가 아끼고 존중하는 유명한 셰프들이다. 오른쪽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진석 오너셰프, 필자, ‘우동 달인’ 박상현 셰프, 손님이 말 그대로 연일 장사진(長蛇陣)을 치는 고기리 막국수 집 안주인과 오너셰프 김윤정·유수창 부부.

메밀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막국수 집(대기 시간이 길어서)을 운영하는 부부는 영업 마치고 퇴근길에 ‘안심’에 자주 들른다. 집까지 300m를 앞두고 발걸음을 잡는 ‘참새방앗간’인 셈이다. 개업 며칠 후부터 매주 1~2회는 기본, 3회일 때도 있다. ‘초단골’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자주 먹는 음식은 사시미모둠·새우튀김·멘치까스·굴초회·우동샐러드.

김윤정씨의 칭찬은 곡진하다. “다른 집과 차림은 비슷한데 하나하나 먹어보면 선도나 재료를 다루는 섬세함이 다르다. 디테일이 강하다. 잘 손질해서 잘 쓴다. 이 골목이 입지도 안 좋고 건물도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아 처음엔 망할까 걱정이 됐다. 맛있는데 없어지면 어쩌나 내심 조마조마했다. 맛이 있으니까 단골이 단골을 낳아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안 셰프 자세와 태도가 음식에 드러난다. 손님을 맞는 태도와 음식 만드는 마음 자세가 일치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여기보다 회 종류도 많고 화려하게 하는 집에도 가 보지만 음식 하나하나를 먹어 보면 안 셰프의 조리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그게 회 종류가 많고 화려한 것보다 훨씬 소중하다. 손님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내일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이런 데 온다. 기대를 충실히 채워주는 집이다.”

새우튀김과 치킨가라아게. 튀김은 반죽으로 옷을 입혀 튀긴 음식이고, 가라아게는 튀김 옷을 입히지 않거나 가루 살짝 입혀 튀긴 음식을 말한다.

새우튀김과 치킨가라아게. 튀김은 반죽으로 옷을 입혀 튀긴 음식이고, 가라아게는 튀김 옷을 입히지 않거나 가루 살짝 입혀 튀긴 음식을 말한다.

다진 소고기와 야채를 뭉치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 다음에 수제 데미그라스 소스를 부어 고소하게 조리한 커틀릿이다.

다진 소고기와 야채를 뭉치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 다음에 수제 데미그라스 소스를 부어 고소하게 조리한 커틀릿이다.

유수창 셰프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진정성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안심’은 안심할 수 있다.” 안 셰프의 츠치조리사전문학교 1년 후배인 박상현 셰프가 거들었다. “초창기부터 가끔 오면 손님이 없을 때도 많았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재료를 정성껏 준비하는 걸 종종 봤다. 안 팔려 버리는 한이 있어도 준비를 확실하게 한다. 지켜보기에 참 안타까운 일을 변함없이 하는 걸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두 사람은 분야는 다르지만 한때 서교동 ‘카덴’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안심마끼’는 일본식 호화 김밥이다. 잘 지은 밥에 일본식 계란말이, 새우튀김, 생선회, 아보카도, 오이채, 단무지, 박고지, 표고버섯, 시소잎 등을 넣고 말아서 자른 다음 제철 성게알과 이크라(연어알절임)를 마끼 위에 얹어서 낸다. 새우튀김 꼬리가 튀어나온 마끼 꼬투리가 대체로 큰데 한입 물고 우물거리면 산해진미가 한꺼번에 입 안에서 요동친다.

‘안심마끼’는 일본식 호화 김밥이다. 잘 지은 밥에 일본식 계란말이, 새우튀김, 생선회, 아보카도, 오이채, 단무지, 박고지, 표고버섯, 시소잎 등을 넣고 말아서 자른 다음 제철 성게알과 이크라(연어알절임)를 마끼 위에 얹어서 낸다. 새우튀김 꼬리가 튀어나온 마끼 꼬투리가 대체로 큰데 한입 물고 우물거리면 산해진미가 한꺼번에 입 안에서 요동친다.

‘안심마끼’를 준비 중인 다찌 테이블 뒤 도마에 새우튀김·성게알·표고절임·박고지절임 등이 놓여 있다.

‘안심마끼’를 준비 중인 다찌 테이블 뒤 도마에 새우튀김·성게알·표고절임·박고지절임 등이 놓여 있다.

“저녁시간의 제 오감을 만족시키는 곳”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칭찬하기도 한 김씨는 “안 셰프가 손님을 대할 때는 늘 웃고 편안한 표정이지만 주방에 들어가면 눈빛이 달라진다. 구이 할 때, 회 뜰 때 눈빛은 매섭다. 위치도 안 좋고, 메뉴판이나 인테리어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음식만은 최선을 다한 게 보인다.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 식사도 여기서 했고, 가슴 아프게 잃었던 결혼반지 대신 남편이 새 반지를 해줄 때도 여기서 받았다.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집이니까. 안 셰프 결혼식에도 참석했다”며 만족감을 거듭 표했다.

근래 서울에서 개업한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출신들이 메뉴로 많이 내는 아보카도구이. 오븐에서 구워 씨를 뺀 자리에 일본식 맛간장을 조금 담아서 낸다. 과육 맛과 간장이 잘 어울린다.

근래 서울에서 개업한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출신들이 메뉴로 많이 내는 아보카도구이. 오븐에서 구워 씨를 뺀 자리에 일본식 맛간장을 조금 담아서 낸다. 과육 맛과 간장이 잘 어울린다.

일본식 알 덮밥 우니이크라동. 밥 위에 성게알과 연어알절임을 듬뿍 올렸다.

일본식 알 덮밥 우니이크라동. 밥 위에 성게알과 연어알절임을 듬뿍 올렸다.

무엇이 손님을 이토록 감동시켰을까. 그의 지난날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집념과 열정이다. 울산이 고향인 그는 고등학생 때 서울로 이사했다. 처음 수학계통 학과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성과 안 맞고 재미도 없어 다른 걸 해보려고 일단 군대에 갔다. 강원도 철원 백골사단 18연대 지원중대에서 복무했다. 외출·외박으로 와수리만 나가도 ‘와수베가스’라며 큰 도시에 나간 듯하던 전방이었다.

소속 소대는 3개월마다 휴전선 철책을 바로 앞에 둔 포대에 지원근무를 나간다. 그때마다 소대원들 취사당번을 했다. 소규모 파견이다 보니 취사시설이 열악했다. ‘정글의 법칙(TV프로)’에서 김병만(코미디언) 족장처럼 즉흥 응용의 기회가 많았다. 군대는 한 달치 메뉴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춰 재료가 보급되기 때문에 취사병의 재량권은 거의 없다. FM이라고 말하는 야전교범에 레시피도 다 정해져 있다. 어느 날 메뉴가 닭튀김이었다. 소규모 파견부대이다 보니 튀길 기름이 모자랐다. 고민하다가 시간도 많고 해서 닭의 뼈를 모두 바르고 살로만 닭갈비를 만들었다. 메뉴가 튀김일 거라고 알고 있던 소대원들이 맛있다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감탄하고 칭찬해줬다. 그때 가슴 벅참과 기쁨을 지금도 기억한다. 닭만 조금 더 좋았으면 더 맛있게 했을 거라고 아쉬워한 게 지금도 생생하다. 이때 요리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정적 동기부여의 계기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 군복무기간 단축조치 첫 대상이라 2년2개월보다 1주일 짧게 복무하고 제대했다. 다니던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요리유학을 가겠다고 부모님께 얘기했다. 반응은 완강했다. “일단 대학은 졸업해야 한다. 대학 안 가면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돈 모아서 자력으로 유학을 가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을 받아 보니 그렇게 벌어서는 10년을 모아야 유학을 갈 수 있었다. 생각을 바꿨다. 경희대 조리학과를 목표로 입시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서울시내 다른 대학 신소재공학과에 05학번으로 늦깎이 대학생활을 했다.

메뉴 이름이 ‘안심나베’라고 돼 있어서 순간 안심 고기로 끓인 일본식 전골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을 보니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스타일로 끓인 일본식 곱창전골이다.

메뉴 이름이 ‘안심나베’라고 돼 있어서 순간 안심 고기로 끓인 일본식 전골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을 보니 ‘재패니즈다이닝 안심’ 스타일로 끓인 일본식 곱창전골이다.

츠크네는 다진 고기, 채소, 닭 연골에 계란·녹말을 섞어 둥글게 뭉쳐 튀겼다.

츠크네는 다진 고기, 채소, 닭 연골에 계란·녹말을 섞어 둥글게 뭉쳐 튀겼다.

대학을 마치자마자 2009년 3월 일본으로 갔다. 그리고 2014년 4월 공부를 마쳤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쿄에서 어학연수 1년, 츠치조리사전문학교 본과 1년, 츠치일식기술연구소 1년 과정을 졸업했다. 3년간 배우고 일한 과정을 그는 블로그(http://blog.naver.com/jinsuk0618)에 상세히 기록했다. 츠지로 공부하러 가려는 후배들을 위한 실전적 안내인 ‘츠지유학준비 필독!!!!!’ 글도 있고, 일본에 도착한 첫날부터 공부한 모든 과정을 사진과 함께 포스팅으로 정리해 올렸다.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 열성과 성실함이 놀랍다. 요리도 그렇게 한다면 얼마든지 믿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우러났다. 몇 장면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2009년 3월 31일: ‘일본 첫날’(도쿄)
▷4월 9일: 일본어 배우러 엘리트어학교에 첫 등교
▷8월 24일: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오픈캠퍼스에 가려고 도쿄에서 알바 중 이틀 휴가를 얻어 1박3일 ‘빡센 일정’ 야간버스로 8시간을 왕복하는 강행군. 돌아오는 날은 아침 6시 신주쿠에 도착해서 9시까지 학교에 갔다가 오후 1시부터 알바를 가야 해서 피곤했다고 썼다. 그러나 “학교도 보고 여러 모로 좋았다”고 추기했다.
▷2010년 4월 11일: 오사카성에서 6일 입학식을 했다. 날씨도 정말 화창하고 기분 좋다. 내 인생에 가장 즐거울 1년의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랄까. 벚꽃도 정말 장관이다(사진은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입학식장과 조리복·교재).
▷2011년 4월 7일: 츠치조리사전문학교 기술연구소에서의 새로운 시작! 3년의 일본 유학생활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기술연구소에서의 생활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기다렸던 만큼 후회 없는 유학생활이 되도록 열심히 배우고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첫날인 만큼 주방을 어떻게 쓰고 어떤 기구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대해서 배움~~
▷2012년 4월 4일 졸업: 2년 동안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츠지일식기술연구소에서 많은 공부가 됐네요. 이제 졸업해서 더욱 더 갈고 닦아서 이 배움들이 헛되지 않길^__^

난코츠가라아게는 물렁뼈를 전분 가루에 굴려서 튀긴 음식이다.

난코츠가라아게는 물렁뼈를 전분 가루에 굴려서 튀긴 음식이다.

겨울이 제철인 알배기 도루묵구이. 생선구이를 장기로 삼는 음식점에서 놓칠 수 없는 재료다.

겨울이 제철인 알배기 도루묵구이. 생선구이를 장기로 삼는 음식점에서 놓칠 수 없는 재료다.

일본 유학 중 여건은 어려웠지만 작정하고 한 일이 있다. 츠지와 함께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곳에 가보는 것이다. 꼭 가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매달 1만엔씩 계속 모았다. 실제로 파리 르 코르동 블뢰(Le Cordon Bleu)와 뉴욕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갔다. 한국인처럼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무작정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알던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뭘 배우느냐, 내용은 어떠냐, 만족하느냐 … 온갖 걸 다 물었다. 얘기를 하면 대부분 반갑게 대해줬다. 실습한 음식도 나눠 먹고 경험담도 나눴다. 안 셰프의 결론은 일본이었다. 일본에서의 공부를 되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마음이 어딘지 일본음식 쪽에 끌렸다.

입구 벽에는 안진석 오너셰프가 공부한 과정을 보여주는 졸업장과 자격증들을 게시해뒀다. 일별해보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셰프라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졸업한 다음에는 문화활동 비자를 받아 일본의 작은 초밥 집에 취직해 10개월 조금 넘게 일을 했다. 2013년 귀국해 봄부터 청담동 ‘문스시’에서 일했고, 2014년 1월부터는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5개월을 근무했다. 호텔은 상하관계가 너무 군대식이고 권위적이어서 체질에 맞지 않았다. 그해 6월부터 서교동 카덴에 들어가 이자카야와 로바다야를 오가면서 근무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12월 7일 ‘안심’을 열어 오너셰프의 꿈을 이뤘다.
부인 김도연씨도 음식업계에서 알려진 사람이다. 미대를 나와 보석 디자인을 하다가 ‘요리에 꽂혀’(안 셰프의 말) 진로를 바꿔 지금은 ‘플레이버 다이닝’라는 케이터링 업체를 운영한다. 안 셰프와 츠지조리사전문학교 동기로 잠실에서 쿠킹클래스 ‘승짱레시피(https://seungzzang.modoo.at/)’를 운영하는 이승은씨가 다리를 놓아 연애를 하다가 지난 4월 30일 결혼했다.

다찌 테이블 뒤에서 도마를 정리하는 안진석 오너셰프. ㄷ자 모양의 다찌 둘레에 좌석과 별실을 배치했다. 전체 39석 규모다. ‘안심(安心)’ 상호를 레이블로 붙인 하우스 사케 술병으로 다찌를 장식했다.

다찌 테이블 뒤에서 도마를 정리하는 안진석 오너셰프. ㄷ자 모양의 다찌 둘레에 좌석과 별실을 배치했다. 전체 39석 규모다. ‘안심(安心)’ 상호를 레이블로 붙인 하우스 사케 술병으로 다찌를 장식했다.

‘안심’에서는 다양한 술잔을 갖추고 있다. 손님이 취향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다. 도자기 그릇은 대부분 청담동 이도갤러리 것이다.

‘안심’에서는 다양한 술잔을 갖추고 있다. 손님이 취향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다. 도자기 그릇은 대부분 청담동 이도갤러리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신혼여행을 간 신혼부부는 호텔이 아닌 아파트를 빌려 머물렀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어서다. 직접 시장을 봐서 둘이 먹고 싶은 걸 해 먹고, 여러 나라 사람들과 5시간 동안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스페인 쿠킹클래스에도 나갔다. 비행기 티켓 예매보다 쿠킹클래스 예약을 먼저 했다고 한다. 못 말리는 요리부부다. 새댁 김도연씨 페이스북에 올라온 5월 4일의 기록을 보면 여자들은 정말 샘날 듯하다. 무단 인용한다.

“바르셀로나에서 사 먹는 음식도
 너무도 매력적이고 맛있지만
 외식에 질려갈 때쯤- 둘 다 요리 열정이 불타올라!
 동네 한 바퀴 돌며 재료 수집하고~!
 나는 토마토 생면 파스타, 앤초비 샐러드, 감바스 뚝딱!
 안 솊은 게를 삶아서 살 발라주고,
 남은 육수로 게라면!! (파인다이닝을 압승하는 맛 ㅠ)
 안 솊!
 나에게 게 살 발라주며,
 귤 까주는 건 정이고 새우 까주는 건 사랑이고
 게살 발라주는 건 돈 받아야 된다며
 30유로 내놓으라고 ㅎㅎㅎ”

인터뷰 다음날인 27일(토)에는 아내가 남편의 모교(경기고) 동문회 행사 음식을 맡아서 ‘안심’은 닫고 전 직원이 행사장으로 출동한다고 했다. ‘이러다가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안 셰프는 특유의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 보였다.
‘안심’이라는 상호에 얽힌 얘기를 하다가 재패니즈다이닝과 이자카야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물었다. 츠치 동문인 안·박 셰프가 의견을 모았다. “다이닝은 요리에 더 비중을 두고, 이자카야는 술과 안주가 중심인 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사람이 보면 똑같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오너셰프의 의도는 요리에 더 신경 쓰는 일본음식점을 하려 한 것이다. 어떤 손님들이 많이 올까. “평일에는 회사원, 비즈니스 미팅, 친구들 모임이 많다. 토요일에는 가족·친지 식사모임이 많다. 술은 안 하고 식사만 하고 가는 손님은 전체의 20%쯤 된다. 연세 높은 분들, 가족 외식, 기념일 식사 등일 때는 대개 식사만 하고 간다.”

손님을 기다리는 앞접시와 젓가락 묶음이 정갈하고 단아하다.

손님을 기다리는 앞접시와 젓가락 묶음이 정갈하고 단아하다.

주방을 지키는 마음과 ‘안심’의 꿈꾸는 미래를 안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 “요리는 기본만 지키면 일단은 된다. 요리사마다 스타일은 다르다. 기본·위생을 지키면 나머지는 취향 문제다. 여기까지 와주신 손님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맛있게 드시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 손님이 나갈 때 행복했으면 좋겠다. 손님들의 기호와 취향, 식습관을 챙겨서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어떤 요리사가 되겠다는 의욕보다 손님이 만족하는 게 먼저다. 꾸준히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내실은 채워가야 하겠지만 5년, 10년 후에도 이 자리에서 이렇게 손님들과 즐겁게 교감하면서, 즐거운 추억도 쌓아가면서 세월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유행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나와 내 음식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요일은 쉬고 매일 오후 6시~12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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