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잇따라 출국하는 ‘보고 누락’ 핵심 인물…청와대-국방부 환경영향평가 이견

중앙일보

입력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발사대 4기의 ‘보고 누락’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연이어 한국을 비운다.

1일 미국으로 출국한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미국 측 고위인사를 이틀간 만난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 조율하고 북핵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 장관은 2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중앙포토]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중앙포토]

정 실장은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보고 누락’ 의혹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한 장관과의 지난달 28일 오찬과 관련해 “아마 금방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까 조금 지켜보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대해 전날 청와대는 정 실장이 “사드 4기가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지만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만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장관은 청와대 발표 뒤 곧바로 “대화하다 보면 뉘앙스 차이라든지 차이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는 수준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보고 누락’ 없이 설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실장은 "‘보고 누락’ 문제가 정상회담을 앞둔 한ㆍ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그런 소리 못 들었다.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해서 조사하게 된 배경을 어제(5월 31일) 외교부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국내적 조치이고, 한미동맹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충분히 설명했다”며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도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똑같은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진상조사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발사대 4기의 존재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신속한 결론을 내놓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 전체를 겨냥해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 장관을 지난달 31일 조사한 데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멤버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도 민정수석실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애초 이 문제는 사드 도입 과정을 파악하는 데 중점이 있다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고 했다. '처벌'이 아닌 '사실관계 파악'에 방점이 있는 만큼 조사 대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관계는 계속 아슬아슬하다. 보고 누락 외에도 사드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유동준 국방부 시설기획과장은 1일 “현재 주한미군에 공여한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는 32만여㎡인데, 미국 측이 보내온 설계자료에는 사업면적이 10만㎡로 돼 있기 때문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일뿐이란 주장이다. 처음 진상조사를 지시할 때부터 “발사대 4기의 반입 사실을 비공개한 이유가 전략적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던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과는 차이가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