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멈춰 선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허탈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봤다. 포르투갈 선수들이 줄지어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지만 굳은 표정은 그대로였다. 후반에 교체돼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백승호(20·바르셀로나B)는 눈물을 흘렸다.
16강전 포르투갈에 1-3 패배...역대 전적 4무5패 #공격적인 4-4-2 전술 실패, 이상헌 만회골은 위안
더 높은 곳을 향한 대한민국 청년들의 도전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잇따라 세 골을 허용하며 1-3으로 졌다. 기니(아프리카)·아르헨티나(남미)·잉글랜드(유럽) 등 대륙별 강호들과 대결을 펼친 조별리그를 2위(2승1패)로 통과했던 한국은 포르투갈의 기습공격 세 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8강에 오른 포르투갈은 사우디아라비아-우루과이전(31일) 승자와 4강행을 다툰다.
한국은 전반 초반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며 잇따라 골을 내줬다. 포르투갈의 첫 골은 전반 10분 만에 나왔다. 측면 수비수 유리 히베이루(20·벤피카)가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올린 땅볼 크로스를 정면에서 쇄도하던 미드필더 샤다스(20·브라가)가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7분에는 스트라이커 샨데 실바(20·기마랑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한국 왼쪽 풀백 윤종규(19·서울)의 몸에 맞고 흐르자 브루누 코스타(20·포르투)가 뛰어들며 오른발로 마무리해 스코어를 벌렸다. 포르투갈은 후반 24분 한 골을 추가해 한국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선취골의 주인공 샤다스가 단독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신태용(47)감독은 포르투갈을 맞아 다득점을 노리고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조영욱(18·고려대)과 하승운(19·연세대)을 최전방에 나란히 세우고 공격형 미드필더 이진현(20·숭실대)을 허리에 배치했다. 수비력이 좋은 우찬양(19·포항) 대신 공격 가담이 뛰어난 윤종규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기용했다. 최대한 빨리 선제골을 넣어 경기 흐름을 장악한다는 복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전술은 실패로 끝났다. 4-2-3-1 포메이션 위주로 대회를 준비한 우리 선수들은 낯선 4-4-2 전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수비라인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렸고, 결국 세 번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공격 전술의 양대 축인 이승우-백승호의 수비 가담 횟수가 늘면서 공격이 무뎌지는 부작용이 함께 나타났다. 신 감독은 후반 초반 공격수 하승운을 빼고 미드필더 이상헌(19·울산)을 투입하며 뒤늦게 4-2-3-1 포메이션으로 돌아갔지만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후반 36분 이상헌의 만회골이 한국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우찬양의 어시스트를 오른발 논스톱 감아차기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세 골 차 리드를 잡은 포르투갈 수비진이 다소 느슨해진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도전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승우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도, 조영욱의 지능적인 공간 침투도 포르투갈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침투패스는 차단당했다. 스무 가지가 넘는 옵션이 준비돼 있다던 세트피스는 번번히 무위에 그쳤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한국은 조별리그와 16강전까지 네 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다른 포메이션을 썼다. 감독이 경기마다 전형을 바꾸는 건 자신감일 수도, 불안감일 수도 있다. 판단의 기준은 오직 결과다.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결정은 실패였다"고 진단했다. 포르투갈과의 8번째 맞대결에서도 완패한 한국은 상대전적 3무5패를 기록하게 됐다.
천안=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