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에 광학장치와 전방조종 날개(카나드)를 장착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30일 말했다.
당국 "900미터이던 공산오차 최근 190미터 수준으로" 파악 #탄두에 광학장치 달고, 카나드 날개로 최종 단계 유도 #북한 "1년이란 짧은 기간에 새로운 정밀조종유도체계 도입" #킬 체인, 사드 무력화하고 정확도 높여 위협 높이려는 차원
이 당국자는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은 최대 900m의 공산오차(CEPㆍ목표물로부터 미사일의 탄착 오차 범위)를 보이다 최근에는 190m미만으로 줄인 것으로 안다”며 “기존의 관성항법장치(INS) 이외에 옛 소련에서 들여온 기술을 적용해 최종(하강) 단계에서 광학장치와 카나드를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학장치는 미사일의 눈에 해당하는 장비로, 통상 시속 800㎞ 안팎인 순항(크루즈)미사일에 적용한다. 또 카나드는 미사일 몸체에서 분리된 탄두의 자세와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다.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빠르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신 큰 탄두를 장착하는 타격 방식을, 순항미사일은 탄두가 작지만 시커(seekerㆍ탐지장비)를 장착해 원거리에서 조종을 통해 정확도롤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눈과 날개를 달아 명중률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발사한 미사일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새로운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자랑찬 성과를 거뒀다”며 “중등사거리(460㎞)를 비행해 예정목표점을 7m 편차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사직후 엔진추력으로 비행하는)능동비행구간에서 비행안정성을 검토했고, (대기권 밖의) 중간비행구간에서 소형열분사발동기에 의한 속도교정과 자세안정화계통의 정확성이 재확증됐다”며 “말기 유도체계에 의한 재돌입구간에서 초정밀 유도정확성을 확증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그러나 최종 하강 단계에서 어떤 유도방식을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27일 "미사일로 숲을 이루라"고 지시했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화성계열 로켓보다 발사전 준비공정이 자동화돼 발사시간을 훨씬 단축하는 체계가 완성됐다”고 평가를 했다고 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한국군의 킬 체인 개념을 무력화하고,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의 방어범위를 벗어나도록 후방에서 공격하기 위해 정확도가 높은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평북이나 자강도 등에서 사거리 500㎞안팎의 미사일을 쏠 경우 사드로는 방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개발중인 대함탄도미사일(ASBM)에도 관련 기술을 적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개발한 ASBM(둥펑-21)에도 시커를 장착해 최종 하강 단계에서 자세와 방향을 제어하고 있다”며 “북한도 관련 기술을 확보해 스커드 미사일에 적용했다면 지상뿐만 아니라 해상 목표물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적 함선(함정)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목표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탄도 로켓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과 21일,27일,29일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미국의 대화조건 제안에 대한 북한 식 응답"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제거 방식으로 군사적 옵션을 고려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들어 ‘북한이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건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북한은 화성-12, 북극성-2, 지대공(KN-06) 신형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며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대화정국이 조성될 경우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ㆍ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