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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홈런 어벤저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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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홈런 어벤저스가 등장했다. SK 와이번스가 프로야구 36년 사상 최고의 홈런 구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벌써 82홈런, 역대 최다 팀 홈런 경신 가능 #최정·한동민, 각각 15·14홈런으로 1·2위 #2015년부터 홈런타자 집중 영입해 육성

SK는 29일까지 49경기를 치러 82홈런을 기록하면서 팀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48홈런을 날리며 홈런 2위에 오른 두산·삼성과 무려 34홈런이나 차이가 난다. SK가 한 경기당 쏘아올리는 평균 홈런은 1.67개. 산술적으로 남은 95경기 동안 홈런 159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올 시즌 총 241개 기록이 가능하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 2003년 삼성이 세운 역대 최다 팀 홈런(213개)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삼성은 이승엽(56개)을 필두로 마해영(38개), 양준혁(33개), 진갑용(21개), 틸슨 브리또(20개) 등 주요 선수들이 2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프로야구 SK 최정 [사진 SK와이번스]

프로야구 SK 최정 [사진 SK와이번스]

SK도 2003년 삼성처럼 다수의 홈런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최정이 전체 1위에 해당하는 홈런 15개를 기록해 2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올해 주전으로 발돋움한 한동민은 최근 맹타 속에 홈런 14개를 쏘아올리며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프로야구 SK 김동엽 [사진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SK 김동엽 [사진 SK 와이번스]

지난해까지 백업 외야수에 그쳤던 김동엽은 홈런 10개, 올 시즌 도중 KIA에서 SK로 트레이드 된 포수 이홍구가 홈런 9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전부 홈런 부문 10위 안에 자리하고 있다. 새로 온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캐나다)은 16경기에만 출전했는데 벌써 홈런 7개를 때리고 있다. 4명이 팀 홈런의 절반 이상인 55홈런을 합작했다.

SK는 2015년에는 팀 홈런이 5위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시즌 홈런 2위에 올라서더니 올해는 독보적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홈런군단 만들기' 프로젝트가 3년 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는 원래 스피드 군단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있었던 SK왕조 시절(2007~2010년)에는 빠른 발과 번트를 이용해 점수를 냈다. 그러나 당시 내야를 휘젓던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서 세대교체가 됐고, 점점 팀 컬러가 사라졌다.

프로야구 SK 한동민 [사진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SK 한동민 [사진 SK 와이번스]

이에 SK는 2015년부터 작은 홈구장을 활용해 홈런 팀으로 변신하기로 결정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SK가 홈으로 쓰고 있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중앙 120m, 좌우 95m)의 올해 홈런 파크팩터는 1122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1158), 부산 사직구장(1148)에 이어 세 번째다.

또 구장 좌측 관중석 외벽을 허무는 바람에 홈과 우측 관중석에서 좌측으로 바람이 분다. 오른손 타자의 당겨친 타구가 바람을 타기 쉽다. 최정, 김동엽, 이홍구, 로맥 등은 전부 우타자 거포다.

잠실구장 인천구장 비교 [중앙포토]

잠실구장 인천구장 비교 [중앙포토]

거포로서 잠재력이 있는 정의윤, 최승준을 2015년에 LG로부터 데려온 것이 홈런군단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미국에서 유턴한 김동엽을 영입했다. 김동엽은 천안북일고 시절 김태균 같은 장거리 타자로 주목받았다

한동민도 숨어있던 거포 요원이었다. 상무에 입대한 한동민은 퓨처스리그에서 2015년 21홈런, 2016년 22홈런을 때리며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그는 2군리그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올해 1군에서 뽐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SK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송태일 SK 육성그룹장은 "2015부터 장타력이 있는 타자를 물색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타와 컨택 능력을 모두 겸비한 타자가 없을 때는 컨택 능력보다는 장타 능력을 보고 선발했을 정도"라고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열풍도 홈런타자를 양산시켰다. 넥센 코치였던 김성갑 수석코치가 2015년 말 SK로 오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이 더욱 강조됐다. 넥센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 만들기에 힘쓰면서 박병호(미네소타), 강정호(피츠버그) 등 홈런타자를 키워냈다.

원래 강타자였던 최정도 지난해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더 늘려 파워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지난해 홈런왕이 된 데 이어 올해는 한 경기에 4홈런도 터뜨리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로야구 SK 이홍구 [사진 SK와이번스]

프로야구 SK 이홍구 [사진 SK와이번스]

홈런군단이 되는 데에는 과도기가 있었다. 지난 시즌 홈런만 많았다. 득점권 타율은 꼴찌였다. 영양가 없는 홈런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해 SK 사령탑이 된 트레이 힐만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장타와 단타 모두 유연하게 맞춰 때릴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올해는 5월 초에 득점권 타율이 1위에 올랐다. 29일 현재 득점권 타율은 0.279로 6위다.

한가지 아쉬운 건 니퍼트(두산), 양현종(KIA), 피어밴드(kt) 등 상대 에이스가 나오면 홈런타자들이 고전한다는 점이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장타자들은 실투를 받아쳐 홈런을 만든다. 에이스들은 실투가 적기 때문에 홈런을 때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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