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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빅스비, 2020년 모든 가전에 적용” 네이버 “인공지능 번역 등에 5000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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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기업도 ‘알파고 충격’ 이후 부랴부랴 인공지능(AI)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이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보다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만든 AI 기술을 기존 제품에 활용하는 데 머물고 있다.

국내 기업, 늦은 출발 만회 잰걸음 #SKT·KT도 AI 비서 잇단 서비스 #삼성·네이버 빼곤 외국 기술 활용

지난해 AI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래프코어 등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AI 관련 원천기술 확보에 올인했다. 지난 3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빅스비’를 처음 공개한 삼성전자는 갤럭시S8·냉장고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에 빅스비를 적용할 계획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빅스비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고 말할 만큼 빅스비는 아직 날씨, 음악 감상 등 기본적인 기능만 수행한다. 이는 비단 빅스비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AI 시장 자체가 성숙 단계로 접어들기엔 갈 길이 멀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평가다. 바둑이나 번역 등 특정 영역에선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나왔지만 사람처럼 이것저것 골고루 할 수 있는 AI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 표정이나 말투를 통해 감정을 읽고 대화의 맥락을 잡아내는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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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건 변수다.

신진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의 딥러닝 기술은 여전히 사람이 어떤 데이터를 기계에 주입하고 학습하는 방법을 어떻게 입력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이런 일방적 학습이 아니라 기계가 스스로 질문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쌍방향 학습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똑똑하다’고 느껴지는 AI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플랫폼’을 지향하는 네이버도 AI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내 기업 중 하나다. 네이버는 향후 5년간 AI 분야에만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아예 분사시킨 네이버는 이미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 서비스(파파고), AI 비서 앱(클로버)을 선보였다. 또 로보틱스·자율주행차·3D 기술 등의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눈에 띄는 성과 때문인지 네이버는 석·박사급의 AI 전문 인재들이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카카오도 지난 2월 초기 자본 200억원을 들여 AI 연구만 전담하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구글의 ‘구글홈’, 아마존 ‘에코’ 등의 성공을 지켜본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AI 비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지난해 가을 국내 최초로 AI 스피커 ‘누구’를 선보인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단과 ‘T-브레인’이라는 연구 조직을 꾸렸다. T-브레인은 AI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며 AI 학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KT도 2월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출시 했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AI 스피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AI 스피커 제품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날씨, 음식 배달 기능 등은 이미 아마존이나 구글이 선보인 기능이다. 기존 해외 제품들의 ‘후발주자’에 그친다는 평이 많고 판매량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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