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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AI 전문가 4000명 … 한국은 이통3사 합쳐 5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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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세돌 9단이 세상에 인공지능의 존재를 알렸다면, 커제는 인공지능의 가치를 재확인시켰다.”

무섭게 성장한 세계 AI 시장 #구글 등 음성·영상 인식 정확도 95% #아우디는 AI 기반 자율차 선보여 #일본 은행, 곧 AI 대출 심사 서비스 #제품 쏟아지지만 상당수 수준 낮아 #마케팅 차원서 활용하는 측면도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알파고 신드롬’이 세상에 몰고 온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지난 1년여간 세계엔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줄을 이었다. AI 시스템을 탑재한 가전과 자동차, 스마트폰이 앞다퉈 공개됐다. 금융과 유통업체들도 AI와 손잡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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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AI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구글이 구글어시스턴트를 탑재한 ‘픽셀폰’을, 중국 화웨이가 자체 AI를 탑재한 ‘아너매직’을 출시한 게 신호탄이었다. 올해 출시된 화웨이의 P10(아마존 알렉사), LG전자의 G6(구글어시스턴트), 삼성전자의 갤럭시S8(빅스비)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은 예외 없이 AI 기능을 내세웠다.

미국 가전회사 월풀은 알렉사와 손잡고 “올해 출시하는 모든 프리미엄 가전에 AI 기능을 얹겠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역시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탑재해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금융·유통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AI 서비스를 가을께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우리은행이 AI 음성 인식 기술을 인터넷 뱅킹에 도입했다. 롯데백화점과 세븐일레븐 등 유통업체도 AI 기술을 접목한 대면 서비스를 내놨다.

AI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최근 1년간 쏟아진 것은 알파고 신드롬과 무관치 않다. 소비자가 AI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첨단기술을 강조하는 산업에선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제품은 인공지능이라 부르기엔 아직 기술적 수준이 낮은 게 현실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AI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병태 교수는 “1980년대엔 동네 세탁소마저 ‘컴퓨터 세탁’을 내세우고, 나노 기술이 인기를 끌었을 땐 치약까지 ‘은나노 기술’을 강조해 출시된 것처럼 시중 AI 관련 제품의 상당 부분은 마케팅 효과를 노린 면이 많다”며 “일부 제품은 AI 기능으로 편의성이 크게 증대되지 않아 사실상 마케팅을 위한 장치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I 기술이 최근 몇 년 새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 분명하다. 특히 AI의 자기 학습 방법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80년대 처음 이론화가 시작된 딥러닝 기술은 최근 10년 사이 몇 차례의 돌파구를 만나며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0년 이뤄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의 만남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병렬 연산이 가능한 GPU가 AI의 방대한 데이터 연산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 발견되며 딥러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AI는 개별 제품 아닌 생태계 장악이 중요

추형석 소프트웨어진흥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딥러닝 기술이 음성 인식과 영상 인식, 자연어 인식에 모두 적용되며 관련 기술의 정확도가 최근 1~2년 사이 95%를 넘어섰다”며 “최근 AI 관련 제품이 급증한 데는 이런 기술 진보가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AI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구글·아마존 등 주요 IT 기업들이 딥러닝 관련 기술을 공개한 것도 시장 확대의 배경 중 하나다. 예를 들어 2015년 말 구글이 자체 딥러닝 기술인 ‘텐서플로’의 프로그램을 전 세계 개발자에게 공개하면서 지난해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쏟아졌다는 얘기다.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기술을 주도하는 IT 기업들은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게 아니라 AI 생태계를 장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런 큰 그림을 그릴 만큼 기술적으로 앞서가는 회사가 거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 HR 전문 기업 페이사의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3년 이후 연평균 AI 관련 전문 인력을 1178명씩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만 쓰는 비용이 연평균 2억2780만 달러(약 2552억원)다. 구글은 지난해 563명의 AI 전문가를 뽑기 위해 1억3000만 달러(약 1260억원)를 썼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 인재 채용에 750만 달러(약 84억원)를 썼다.

중국 IT 기업은 번역, 음식 주문 등 각종 AI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I 인력만 약 1300명 보유하고 있다. 바이두의 AI 조직은 지난 3월까지 세계적인 AI 권위자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 교수가 이끌었다.

글로벌 기업들에 비하면 국내 기업들은 AI 관련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KT가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달 초 신설한 ‘기가지니사업단’에는 130명,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말 신설한 ‘AI 서비스 사업부’에는 약 80명의 인공지능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다. SK텔레콤을 합쳐도 국내 이동통신 3사의 AI 전문 인력은 5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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