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녹조 해결 역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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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대강 수문 개방 공방 

다음달 1일부터 수문이 상시 개방되는 금강·낙동강·영산강의 6개 보는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수위를 유지한다. 수문을 열어 한꺼번에 물을 많이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녹조를 씻어낼 정도로 조금씩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4대 강 보 상시개방 및 가뭄대책’을 29일 내놨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녹조 발생 등 수질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4대 강의 6개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도록 지시했다.

내달 보 6곳 개방 구체 계획 발표 #“농업용수 지장없는 수준 수위 유지” #농사철 끝나는 10월부터 2단계 개방 #전문가들 “이 정도론 녹조 안 없어져”

이번 대책에 따라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 6개 보 수위는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데 지장 없는 수준(양수 제약 수위)까지만 낮아진다. 보별로는 강정고령보가 평소 유지하는 ‘관리 수위’ 19.5m에서 18.25m로 1.25m를 낮춘다. 낙동강 달성보는 0.5m, 창녕함안보와 금강 공주보는 0.2m만 낮춘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상류 댐·저수지에 여유가 있으면 물을 하류 보로 1~5일간 흘려보내고 보의 수위를 일정 기간 낮게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수 제약수위보다 수위를 더 낮춰 지하수 수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의 수위는 두 달 전 발표 때보다 높아진 셈이다. 다만 농사철이 끝나는 10월엔 2단계로 수위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이윤섭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은 “지난 2월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1m가량 수위를 낮춰 시범운영을 했더니 체류 시간이 줄고 녹조 발생도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며 “이번 방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은 이 정도 내리고 농사철이 끝난 후 2단계 때 더 낮추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질 개선 효과가 매우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부 교수는 “이 정도 수위를 낮춰서는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산소층 등 녹조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위에서 내려보내는 물을 크게 늘리거나, 수위를 대폭 낮춰 강물이 흐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수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도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은 수질을 개선하고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4대 강 보 수문을 개방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상시 개방이라는 이름하에 ‘일부’ 개방하고 수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취수시설 조정 등을 서둘러 4대 강 보 전면 개방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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