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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감독 세대 교체부터 '키드머네상스'까지… 70회 칸영화제 총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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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프랑스 현지시각) 폐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최대 이변은‘더 스퀘어’의 황금종려상 수상이었다.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2014년 역시 블랙 코미디의 성격을 띤 가족 소동극 ‘포스 마쥬어:화이트 배케이션’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가져갔다. 예술계의 허세와 모순을 시원스레 발가벗긴 이 마흔세 살 신진 감독의 142분짜리 야심작은 올해 경쟁 부문에서 가장 큰 폭소를 이끌어내며, 미카엘 하네케, 토드 헤인즈 등 쟁쟁한 선배 감독들의 후보작을 밀어내고 칸영화제 최고상을 차지했다. 40대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건 2010년 ‘엉클 분미’로 수상한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이후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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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호명되자, 환호를 지르는 '더 스퀘어'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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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동성애 인권 단체 ‘액트업’의 실화를 담은 로빈 캉필로 감독의 ‘120 비츠 퍼 미닛’의 심사위원대상 수상도 주목할 만하다. 감독상에 ‘매혹당한 사람들’의 소피아 코폴라, 각본상(‘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와 공동 수상)과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의 2관왕을 거머쥔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의 린 램지 등 젊은 여성 감독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연기상을 가져간 호아킨 피닉스, 다이앤 크루거(‘인 더 페이드’)는 대항마 없는 열연을 펼쳤다는 호평. 한편, 경쟁 부문에 초청돼 기대를 모은 한국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그후’(홍상수 감독)는 수상권에서 밀려났다. 주요 부문 수상 목록과 함께 올해 칸영화제를 한눈에 돌아보는 다섯 가지 이슈를 소개한다.  

‘인 더 페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다이앤 크루거(사진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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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큰 스크린 vs 작은 스크린
미국 기반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영화 두 편(‘옥자’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이 올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며 불붙은 논란. 극장(큰 스크린) 상영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 영화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섰고, 이미 넷플릭스, 아마존스튜디오 등과 작업 중인 배우들은 미디어의 변화를 받아들이라며 맞섰다. 결국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단 하나의 상도 가져가지 못한 넷플릭스 영화. 폐막 후에도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0주년 칸영화제 주요 부문 수상작 및 핫이슈 5

2 칸국제‘콘텐츠’제?
넷플릭스 공방전에 TV 시리즈가 가세했다. 칸영화제가 70주년을 기념해 전례를 깨고,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들이 연출한 TV 시리즈 두 편을 비경쟁 부문에 초청한 것.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25년 만에 부활시킨 미스터리 수사극 ‘트윈 픽스’(1990~, 미국 ABC) 시즌3과 제인 캠피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탑 오브 더 레이크:차이나 걸’(2013~, hulu)이 그것. ‘탑 오브 더 레이크:차이나 걸’은 58분짜리 에피소드를 6편 ‘정주행’까지 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내러티브 방식에 대한 거장들의 실험”이라고 정당화했지만, 일각에선 더는 칸영화제가 아니라 ‘칸콘텐츠제’라 불러야 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감독상 수상작 '매혹당한 사람들'의 소피아 코폴라 감독과 니콜 키드먼 등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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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키드머네상스
분란만 있었던 건 아니다. 호주 배우 니콜 키드먼은 무려 네 편의 영화를 들고 칸을 찾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경쟁 부문 진출작이 두 편(‘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매혹당한 사람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헤드윅’(2000)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의 SF 코미디 ‘하우 투 토크 투 걸스 앳 파티스’에선 파격적인 펑크 퀸으로 분했다. 캠피온 감독의 ‘탑 오브 더 레이크’까지, 초청작 수만큼 변화무쌍한 열연도 인정할 만. 그의 전성기를 뜻하는 신조어 ‘키드머네상스(Kidmanaissance)’까지 나왔다. ‘키드먼(Kidman)’과 ‘르네상스(Renaissance)’를 합한 말. 결국 칸영화제가 키드먼에게 70주년특별기념상을 수여하며, '키드머네상스'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칸영화제 초청작 '하우 투 토크 투 걸스 앳 파티스'의 니콜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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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폰소 쿠아론 마스터클래스
올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문전성시를 이뤘던 행사다. 역시 멕시코 출신인 절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깜짝 참석했다. 연출 데뷔 전 쿠아론 감독은 ‘천재 테크니션’으로 불렸던 델 토로 감독에게 질투를 느꼈다고 하는데, 훗날 ‘절친’으로 거듭난 두 사람은 기쁜 일은 코가 비뚤어지게 데킬라를 마시며 서로 축하해주는 사이가 됐다고.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의뢰를 고사하려던 쿠아론 감독이 결국 연출을 맡게 된 것도 다 델 토로 감독 덕이다. “내가 웬 아동용 시리즈 영화냐며 전화로 푸념하자, 길예르모는 ‘원작 봤냐. 보고 얘기하라’며 거의 화를 냈다. 내가 그 제안을 고민했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결국 영화를 만들었고, 내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쿠아론 감독의 말이다.

5 한국영화의 밤의 1분
매년 칸영화제에 진출한 한국영화를 국내외 영화인에 소개하는 자리였던 ‘한국영화의 밤’은 올해 1분간의 묵념으로 시작됐다. 영화제 개최 이틀째인 18일 현지 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 한 부산국제영화제 故 김지석(1960~2017) 수석프로그래머 겸 부집행위원장을 추모하기 위한 것.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부터 20년 넘게 아시아 영화를 발굴해온 고인을 기리기 위해 중국의 지아 장커,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 등 아시아 거장 감독과 영화인들이 참석해 뜻을 모았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박찬욱 감독, ‘옥자’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변희봉●안서현, ‘악녀’의 정병길 감독과 배우 김옥빈 등도 함께했다.

'한국영화의 밤' 행사 중 1분간의 묵념 /사진 나원정 기자

'한국영화의 밤' 행사 중 1분간의 묵념 /사진 나원정 기자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주요 부문 수상작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 ‘더 스퀘어’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심사위원대상 ‘120 비츠 퍼 미닛’ 로빈 캉필로 감독
감독상 ‘매혹당한 사람들’ 소피아 코폴라 감독
각본상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린 램지 감독
남우주연상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 호아킨 피닉스
여우주연상 ‘인 더 페이드’ 다이앤 크루거
심사위원상 ‘러브리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
황금종려상(단편) ‘어 젠틀 나이트’ 치우 양
심사위원 특별 언급(단편) ‘카토’ 테포 아이락시넨 감독

그 외
주목할만한시선 대상 ‘어 맨 오브 인터그리티’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
황금카메라상 ‘준느 팜므’ 레오노르 세라이예 감독
70주년 특별기념상 니콜 키드먼
시네파운데이션 대상 ‘폴 이스 히어’ 발렌티나 마우렐 감독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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