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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공상담소] 공부시간 20% 줄여 운동·산책 … 학습계획 쪼개 성취감 높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고3 아들이 ‘수험생 슬럼프’ 빠졌는데 …

Q. 고3 아들을 둔 학부모입니다. 아들이 학기 초엔 자율학습 한 번 안 빠지고 공부에 집중하더니 요즘 180도 달라져 걱정입니다. 툭하면 “너무 더워 집중이 안 된다”며 자습을 빼먹고 집에 일찍 와서 가족에게 짜증만 냅니다. 주변에선 ‘수험생 슬럼프’라고 하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모씨·45·서울 서초구)

여름 초입 몸 움직여야 활력 회복 #스쿼트·팔굽혀펴기, 체력관리 도움 #“넌 의지가 약해” 나무라면 역효과

A.슬슬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5월 중순부터 고3 교실, 재수학원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학기 초엔 쉬는 시간에도 공부에만 집중하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자잘한 일로 다투게 됩니다. 수업 시간에 보란 듯이 엎드려 잠을 청합니다.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읽으며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요. 소위 ‘슬럼프’가 찾아온 겁니다.

전문가들은 슬럼프의 원인을 날씨·체력·심리 등에서 찾습니다. 송진호 팰리스한의원 원장은 “날씨가 더워져 체온이 올라가면 몸에 열이 많아지고 모공이 쉽게 열려 땀 배출이 많은 아이는 피로해지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에어컨을 틀게 되면서 실내외 온도 차이가 많이 나고 덥다 춥다를 반복하다 보면 냉방병이나 비염 등 잔병을 앓는 일도 잦아지죠. 이러다 보면 체력이 약해져 컨디션이 떨어지고 학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잠깐 책상 위에 엎드린 것 같은데 깨어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기도 하죠.

학기 초의 기대만큼 성적이 안 오른 학생은 이맘때 심리적으로도 위축됩니다. 『공부는 감정이다』의 저자인 노규식 의학 박사는 이 시기 수험생의 심리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나는 3~5월까지 잠도 못 자고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했다. 그런데 내 성적은 제자리다. 수능 날짜는 다가오고 내신도 걱정이다. 할 일은 많은데 몸은 하나다. 아, 포기하고 싶다’고요.

슬럼프 극복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적절한 휴식과 운동을 추천합니다. 노 박사는 “공부시간을 평소보다 20% 줄이라”고 조언합니다. 공부에서 해방된 시간만큼 운동·산책 등 신체활동에 투자하면 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할 만한 운동으로는 여학생에겐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 효과가 있는 스쿼트 자세, 팔벌려뛰기를 추천했습니다. 남학생에게는 팔굽혀펴기가 좋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근육을 깊숙이 자극하고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으며 숙면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학기 초의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선 학습전략 수정도 필요합니다. 교육컨설팅 업체 스터디홀릭의 강명규 대표는 “슬럼프를 겪을 땐 학습계획을, 분량 기준에선 단원·개념 단위로, 시간 기준에선 일·주 단위로 잘게 쪼개 ‘계획을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평소보다 자주 느껴 보라”고 조언합니다. 6월·9월 모의평가에 맞춰 3개월 단위의 학습계획에 따라 공부하거나 ‘7월은 수학, 8월은 국어’ 등 월 단위 목표만 세워 온 학생이라면 이 조언을 깊이 새길 만합니다. 자잘한 목표를 성취해 감정적 보상을 수시로 받다 보면 슬럼프를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죠.

슬럼프에 빠진 수험생을 “나약하다”고 타이르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대신 자녀를 격려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대화를 많이 해 주세요. 부모 입장에서 자꾸 감정이 앞선다면 아이가 잘 따르는 친척·선배·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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