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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만든 영상 폭풍 클릭, 시민들 마음 흔들기 통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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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허정오 경감이 부산경찰청 영상모니터룸에서 동영상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허정오 경감이 부산경찰청 영상모니터룸에서 동영상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캠페인성 구호는 효과가 없더라구예. 시민들 감성을 터치하는 영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야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겠구나 판단했심더.”

부산경찰청 홍보팀장 허정오 경감 #가족 사랑 고백, 하루 새 30만 조회 #세대 갈등 줄이기 공감 프로젝트 #캠페인성 구호 대신 감성 접근 인기

지난 25일 부산경찰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랑해’ 동영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부산경찰청 홍보팀장 허정오(38) 경감의 말이다. 부산 시민들이 전화로 가족에게 뜬금없이 사랑을 고백하는 이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30만 건을 기록했고, 28일 현재 35만 건을 넘어섰다. 댓글에는 ‘나도 엄마에게 사랑해요 라고 말해볼까’ ‘부모님께 자주 안부 전화해야겠다’ ‘부산 경찰 조오타’ 등의 감상평이 달렸다.

이 영상은 부산경찰청이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세대 공감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작됐다. 아동-중·고생-중장년-노인 세대별로 겪는 갈등문제를 해소해 사회 범죄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지난 2월 공개한 ‘I THINK(아이싱크)’ 동영상은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가짜 거짓말탐지기를 씌우고 실험 카메라 형식으로 아이들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엄마가 안 놀아준다’ ‘아빠는 맨날 술만 마신다’고 불평하던 아이들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부모들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지난 4월에는 ‘대학교 군기 문화, 그냥 참고 넘겨야죠 #경찰에’ 등의 카피를 대학교 순환 버스와 도서관, 버스정류장 등에 게시했고, 이 소식을 전한 게시물은 조회수 100만 건을 기록했다.

이 모든 제작물은 허 팀장 지휘 아래 부산경찰청 홍보팀 직원 6명이 만들었다. 포스터 제작에 50만원을 쓴 것 외에 투입된 제작비는 없다. 경찰들이 직접 발로 뛰며 유관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촬영·편집하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은 결과다. 허 팀장은 “온라인상의 시민 반응을 연구하고, 이에 맞춰 치안 홍보 정책을 고심하다가 감성을 터치하는 영상과 카피로 ‘세대 공감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경찰청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하는 홍보 전략이다. 부산경찰청은 2013년부터 4년 연속 홍보기능 전국 1등을 차지할만큼 경찰 홍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에는 각종 기관에서 수여하는 ‘공공부문 대상’을 5개 수상했다. 허 팀장은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해도 될까’ 고민하기보다 과감하게 시도한 홍보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며 “예상되는 반응을 고민하고 홍보과장·계장에게 검증 과정을 거쳐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탤런트 공유를 닮아 주위 경찰들 사이에서 ‘허깨비’(공유 주연의 드라마 ‘도깨비’에 성을 붙여 만든 별명)로 불리는 허 팀장은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오는 6월 공개할 노인문제 홍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인 젊은 경찰들을 이끄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치안 홍보 정책을 만들어냈을 때 얻는 쾌감이 상당하다”며 “6월에는 노인들의 빈곤과 외로움을 담아 다시 시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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