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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격시험 치다 3주만에 6㎏ 살 빠져...첫 국가공인 ‘수상구조사’ 시험장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푸하 푸하” “1분 남았습니다” “으악~화이팅”

27일 부산 서울 경기 등 전국 7곳서 2시간 수상구조사 시험 #3주 사전교육 받은 286명 중 240명 응시…31일 합격자 발표 #수영 경력 20년도 탈락, 여성은 합격하기 더 어렵다는 지적도 #응시생들 “민간자격증 보다 어렵고 테스트 과정 엄격해 힘들어”

27일 오후 2시 30분 부산 한국해양대 레포츠센터. 최초로 시행되는 국가 공인 ‘수상 구조사’ 자격증 시험항목 중 하나인 입영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4명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수면 위로 손목을 내놓은 상태로 다리만을 이용해 5분간 물에 떠 있어야 한다. 물 위의 백조는 유유자적하지만 물 아래 발은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것과 똑같다. 2분이 넘어가자 자격증 응시생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4분이 넘어가면서 숨이 턱 밑까지 찬 걸 참다못한 한 응시생이 악에 받쳤는지 ‘화이팅’을 외치자 이들의 평가관들은 더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해줬다.

지난 27일 부산 한국해양대 레포츠센터에서 진행된 최초 국가 공인 '수상 구조사' 자격시험에서 응시생들이 입영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 부산해경]

지난 27일 부산 한국해양대 레포츠센터에서 진행된 최초 국가 공인 '수상 구조사' 자격시험에서 응시생들이 입영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 부산해경]

이날 실시된 제1회 수상 구조사 자격시험은 부산을 비롯해 서울·경기·대전·광주·창원·대구 등 7개소에서 진행됐다. 이론 16시간, 실기 48시간을 이수한 286명의 사전 교육생 가운데 240명이 자격시험을 치른 것. 응시생들은 수영장에서 1시간 동안 영법, 수영 구조, 장비구조, 종합구조 등을 테스트받고, 나머지 1시간은 육상에서 응급처치, 로프 매듭법, 구명뗏목사용법 등을 평가받았다. 100점인 과목별 점수를 60점 이상 득점해야 합격할 수 있다. 합격자는 31일 수상 구조사 홈페이지에서 발표된다.

자격시험 현장은 치열하다 못해 살벌했다. 잠영-머리 들고 자유형-평형-트러젠 영법(머리는 수면위로 들고 팔은 자유형 영법을 하면서 다리는 평형 영법을 하는 구조 수영법)을 순서대로 각 25m씩 수영해 100m를 1분 30초 안에 들어와야 하는 영법 테스트는 응시생들이 꼽은 가장 어려운 과목이다. 1분 45초를 넘으면 탈락이다. 수영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도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외에 5㎏짜리 쇳덩이를 양손으로 들고 다리를 움직여 25m 수영하기, 3m 높이에서 다이빙하기, 휴대용 인명 구조장비인 ‘레스큐 튜브’를 이용해 익수자를 구조하는 테스트가 이뤄졌다. 응시생 1명마다 평가관 1명이 배치돼 감점요인은 없는지,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는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응시생 박상진(41)씨는 “민간단체에서 발급하는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시험보다 훨씬 어려워 체력 소모가 많다”며 “이 시험을 앞두고 3주간 교육을 받으면서 살이 3㎏이나 빠졌다”고 했다. YMCA 시민체육센터장인 박씨는 대한적십자사와 YMCA에서 발급한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갖춘 실력자다.

박 씨 뿐만이 아니다. 한국해양대 레포츠센터 소속 수영 강사인 김석 씨는 살이 6㎏ 빠졌다고 했다. 수영 경력 25년차인 김헌정(45·여)씨는 “민간단체 자격증과 달리 수상 구조사는 시간제한을 둬서 단순히 영법을 할 수 있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구조할 수 있는 능력까지 테스트한다”며 “엄청난 체력이 요구돼 여성들은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부산 한국해양대 레포츠센터에서 진행된 최초 국가 공인 '수상 구조사' 자격시험에서 응시생이 구조 영법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 부산해경]

지난 27일 부산 한국해양대 레포츠센터에서 진행된 최초 국가 공인 '수상 구조사' 자격시험에서 응시생이 구조 영법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 부산해경]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은 30여개의 민간단체에서 발급해준다. 평가 기준이 서로 다른데다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교육을 허술하게 진행하고, 쉽게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다 세월호 사고로 전문성을 갖춘 수상인명구조요원을 양성하고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15년 7월 ‘국가자격증’ 법률안이 통과돼 국가 공인 ‘수상 구조사’ 자격증이 신설됐다. 수상 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각종 민간기관에서 수상인명구조요원 양성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응시생 조재용(37)씨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수상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에서 수상 구조사 자격증을 따면 주말에 시간날 때마다 자원봉사로 수상인명구조 교육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첫 시행이다 보니 문제점도 드러났다. 성별 체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남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면서 여성들은 합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시험 장소가 7군데에 지나지 않고 레스큐 튜브 외에 별도 장비를 이용한 구조 테스트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응시생 김헌정 씨는 “구명뗏목사용법을 말로만 알려줄 게 아니라 직접 구명뗏목을 이용하는 방법을 테스트해야 한다”며 “요즘에는 구조장비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장비를 활용해 인명구조를 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테스트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구조역량을 갖춘 여성 수상 구조사를 배출할 수 있게 1·2급으로 나눠 난이도를 조절하고, 시험장소도 좀 더 늘려나갈 것”이라며 “수상 구조사 자격증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 채용시 가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2회 수상 구조사 자격증 시험은 오는 9월 실시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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