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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국제개발원조에 대한 왜곡된 시선 극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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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채형부경대교수국제법

김채형부경대교수국제법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사회발전 차원에서 대외원조, 즉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해 왔다. 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한 직후 무상원조사업에 적극 나서 현재는 세계 130여 개 최빈국 및 개도국을 대상으로 2조6000억원의 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전 세계 대외원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해 왔고 우리의 연간 원조 규모는 일본의 5분의 1 정도다. 이런 원조 규모로 선진국과는 원조경쟁을 할 수 없으므로, 관계기관과 학계는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에 적합한 대외원조 정책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부단한 노력 기울였던 ODA사업 #박근혜 국정농단사건으로 왜곡 #성과주의 집착과 사심 배제하고 #인도주의 목적 맞도록 거듭나야

대다수 선진국의 원조 목적은 저개발국의 빈곤타파를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 과거 자국의 식민지 지역이었던 저개발국과의 경제유대 및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적 목적, 그리고 과거 체제우위 경쟁과 현재는 테러 및 국가안전을 위한 정치외교적 목적이 크다. 우리는 한국전쟁 후 세계 최빈국에서 미국과 유엔의 원조를 기반으로 40여 년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하고 DAC에 가입했다는 점에서 선진국들과는 차별화되는 원조 목적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첫째, 우리나라는 중견국으로서의 위상과 저개발국의 빈곤타파를 위해 인도적 목적의 대외원조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둘째, 대외원조의 필요성에 대해 납세자인 국민이 납득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경제적 성과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적정기술과 선도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해외원조시장을 개척하고 진출할 수 있도록 참여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우리는 미국 등 우방국과 함께 전쟁, 내전지역과 테러세력 근절을 위해 재건사업과 평화정착사업에 대외원조를 지원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KOICA를 통해 개도국에 지원하는 대표적인 무상원조 사업으로는 해외봉사단 파견사업과 프로젝트형 사업이 있다. 현재 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은 전 세계 40여 개 개도국에 2000여 명이 파견되어 분야별로 수개월에서 2~3년간 개별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수십 년간 고속성장을 겪은 후 침체된 경제상황에 따라 청년층의 취업 문제와 장년층의 조기 퇴직에 따른 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청년층의 훌륭한 외국어능력 및 컴퓨터 활용기술과 장년층의 개발경험 및 전문지식을 결합한 세대통합형 팀제봉사단을 개도국에 파견하면 현재보다 파견 규모를 대폭 확대할 수 있고, 세대 간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팀제봉사단은 팀원 상호 간 시너지를 통해 한국의 개발경험 전수와 개도국의 발전에 훌륭한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파견된 봉사단원들은 수년 후에는 개도국의 훌륭한 지역별 전문가로 성장해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대륙과 중남미 대륙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로서 성장의 활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형 사업은 개도국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인프라건설 등의 물적 수단과 전문가 파견 및 연수생 초청 등의 인적 협력수단을 결합한 원조사업을 의미한다. KOICA는 개도국의 보건, 교육, 농림수산, 환경에너지 분야의 프로젝트 사업을 위해 올해에 3300억원 규모의 원조를 지원하고 있다.

KOICA는 원조사업의 부실을 초래하는 조달제도의 최저가 입찰제도를 개선하고 해외진출 중소기업의 기회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프로젝트형 원조사업을 통해 해외시장을 착실히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나간다면 해외 진출의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의 정치상황을 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의해 이전까지 정부와 관련 원조기관의 부단한 노력이 왜곡되게 평가받는 느낌이 든다. 원조기관의 수장에 대외원조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인사가 임명되어, 각종 원조 사업이 국민과 민간단체에 의해 질타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국정 농단 사태와 함께 부각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의 대외원조사업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비판이 나오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개도국의 농촌지역 발전을 위해 수년 전부터 계획되고 실시된 새마을운동 ODA 사업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저개발국들이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절실히 희망했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새마을운동 ODA 사업은 여러 실시 기관의 난립과 성급한 성과주의 집착으로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한국의 ODA 규모는 지난 5년간 60% 이상 증가되었고, DAC 29개 회원국 중 2016년 기준으로 ODA 규모가 16위의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원조 규모에 걸맞게 이제 한국의 대외원조는 원조 전문성과 확고한 목표, 그리고 개혁적 리더십을 통해 국익과 원조효과가 상호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한다.

김채형 부경대교수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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